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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혁주
  • 인터뷰
  • 입력 2020.03.28 22:10
  • 수정 2022.05.16 22:57

삼박한집 장문수 대표, 강원의 로컬콘텐츠가 선사하는 하루

로컬크리에이터를 찾아서(5) 강원도 고성의 하이엔드 펜션

<삼박한집> 장문수 대표 (삼박한집 제공)

밀레니얼 세대에게 동해의 자연환경은 큰 감흥이 없다. 해외여행은 밀레니얼에게 보편적인 라이프스타일이다. 더 맑고 푸른 바다를 찾아 괌이나 보라카이로 떠나버리면 그만이다. 강원도 고성의 <삼박한집> 장문수 대표의 고민이 시작되었다. 이제 숙박에도 콘텐츠가 중요하다. 해법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다행히 가까운 속초의 창업자들에게서 힌트를 발견했다. 속초에서 태어나 다른 지역으로 나가 활동하던 이들이 고향으로 돌아와 자기만의 색깔을 입힌 창업을 진행했는데 그 성과가 좋았다. 이를 본 장 대표는 숙박에도 ‘독창적인 것’을 입히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로컬에서 경험하는 숙박은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드리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에는 자연이 제공하던 것을 사람이 제공하는 거죠. 관광에도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고 봐야합니다. 그게 로컬이고, 로컬크리에이터가 중요한 이유죠.”

<삼박한집> 입구 사진 (삼박한집 제공)

에어비앤비의 영향은 고성의 숙박업계에 파문을 일으켰다. 숙박업을 주업으로 하던 민박집 외에도 대학생들과 단기거주자들을 대상으로 임대업을 하던 오피스텔, 레지던스들이 본격적으로 숙박업에 뛰어들게 된 것이다.

물론 그 전에도 학생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방학이 되면 방이 비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민박 영업을 하곤 했다. 그러나 이때는 일시적 수요에 부족한 공급을 채우는 정도였다. 월세를 받고 방을 빌려주는 것보다 하루 숙박으로 방을 빌려주는 게 수익률 면에선 좋다는 건 알지만, 숙박객을 유치하고 영업하는 것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어비앤비라는 O2O플랫폼은 이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 결국 오래된 민박집은 경쟁력을 잃기 시작했다.

장문수 대표도 기존 원룸을 민박집처럼 운영하고 있던 케이스다. 그러나 변화하는 흐름을 감지하곤 기존 원룸을 새롭게 꾸며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구상은 하이엔드 펜션 <삼박한집>을 탄생시켰다.

“저희 건물이 바다에서 먼 건 아닌데, 건물이 들어선 위치 때문에 바다가 보이지 않아요. 고민을 하다가 남다른 곳이 되려면 과감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숙박 자체, 숙박 경험에 집중했습니다. 일부러 ‘바다가 보이는 뷰’를 포기했어요. 의도적으로 창을 외부로 내지 않았어요. 대신 숙소 내부에 로컬콘텐츠를 최대한 많이 넣고, 객실 수도 줄여 고급화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만약 바다가 보이는 부지로 옮기려고 했다면 토지 매입을 하느라 내부에는 신경을 못 썼을 거예요.”

바다가 보이지 않는 숙소라는 역발상이 로컬콘텐츠에 집중하도록 만들었다. (삼박한집 제공)

내부 인테리어에는 그간 오랫동안 고민해왔던 장문수 대표의 생각들이 녹아들어갔다. 기존에 있던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것이었음에도 비용을 아끼지 않았다. 다른 숙박업소와 달리 층고를 높게 해 면적보다 넓은 공간을 점유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천정을 노출 콘크리트로 연출을 하고, 마루에는 원목을 활용해 대청마루 느낌이 나도록 살렸다. 가구도 원목으로 제작했다. 원목은 관리하기가 어려워 일반 숙박업소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소재다. 그렇기에 고객에게는 더욱 높은 만족감을 줄 수 있다고 여겼다.

“최근 고성에서 많아지고 있는 숙박업소들은 평면 원룸 구조에요. 그러다보니 어떤 숙박업소를 가도 구조가 다 같을 수밖에 없어요. 그렇다면 뭔가 색다른 것을 입혀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삼박한집>은 일반 호텔에서처럼 평면적인 느낌보다 수직적인 느낌을 구조적으로 많이 주려고 했습니다. 여기에 멋, 편안함을 입혀 휴식을 느낄 수 있도록 녹여냈어요.”

손님들이 어떤 숙박경험을 원하는지 계속 고민했고 이를 ‘삼박한 집’에 녹여냈다. 그래서일까 특별히 광고를 하지 않았는데도, 재방문하는 손님과 이용객들의 SNS 소문 덕에 1개월 전에 예약을 해야만 숙박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고성 <하늬라벤더팜>의 라벤더차 마시며 히노끼탕의 피톤치드를 함께 즐길 수 있다. (삼박한집 제공)

 

고성의 도자기 공방 <도자기별>에서 제작한 도자기 오르골을 객실에 비치했다. (삼박한집 제공)

강원도의 로컬맥주를 식음료로 제공하고, 객실에 비치하는 물도 고성 앞바다에서 추출된 해양심층수로 준비했다. 또 고성에는 라벤더로 유명한 하니팜 농원이 있는데, 여기서 가져온 라벤더도 상시 제공해 언제든지 라벤더 차를 우려먹을 수 있도록 있다. 단순한 것일지 모르지만 수건과 같이 투숙한 손님에게 필요할만한 물품들도 불편함이 전혀 없도록 넘칠 만큼 비치해둔다.

“여기는 관광을 위해 오시는 분들보다 쉼이 필요한 분들이 많이 찾아옵니다. 고객의 의견을 반영해 최대한 편하게 쉬다 가실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어떤 손님으로부터 ‘1년에 단 한 번 뿐인 휴가를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편히 쉬다 갈 수 있는 곳’이라는 피드백을 받기도 했어요.”

또한 휴식을 컨셉으로 숙소를 찾는 분들의 진정한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한 경험적 장치를 공간 속에 적용했다. 지붕 아래 객실에서는 서까래를 볼 수 있게 했다. 일부러 지붕 구조가 다 보이도록 만든 것이다. 어릴 때 할아버지 댁에 친척들이 모여 다닥다닥 붙어 꽁냥대던 모습을 여기에 구현했다. 객실 내부의 등도 할아버지 댁에서나 볼 수 있는 처마를 넘어가듯 보이는 보름달의 모습을 담았고, 객실 문도 미닫이로 만들었다.

서까래와 달을 형상화한 천정 인테리어는 숙박객들에게 여유와 정취를 제공한다. (삼박한집 제공)

가장 인상적인 것은 숙소 내부에 들여놓은 히노끼탕이다. 가족단위로 <삼박한집>을 찾은 분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아이템이다. 어린 시절 마당의 커다란 고무대야 속에서 물장구치며 놀던 손주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시던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숙소에 설치했다. 아이들은 히노끼탕 안에서 물놀이를 즐길 수 있고, 부모님들은 원목 소파에 앉아 휴식을 취하며 아이들의 한때를 지켜볼 수 있다. 이런 것 하나하나가 <삼박한집>만의 분위기, <삼박한집> 안에서만 즐길 수 있는 숙박경험을 만들어준다.

“객실 내부를 꾸밀 때 저의 경험들을 녹여서 이야기를 넣고 싶었어요. 손님들도 그냥 잠만 자고 가는 게 숙박이 아니라, 스토리와 콘텐츠를 즐기는 숙박을 더 좋아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다양한 로컬푸드나 로컬콘텐츠를 숙박에 적용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고객들 때문입니다. 고객이 좋아하면 하고 안 좋아하면 빼요. 고객에게 묻는 과정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과 고객과의 접점이 생기거든요. 저와 같은 로컬크리에이터에게는 큰 장점으로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어제 손님에게 들은 개선사항을 오늘 바꿀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조금 더 고객에게 중점을 두고 더 많이 생각합니다.”

<삼박한집>의 히노끼탕 (삼박한집 제공)

현재 <삼박한집>이 거두고 있는 성공에도 불구하고 장문수 대표의 걱정은 줄어들지 않는다. 평창올림픽 개최 덕분에 KTX가 개통되고 강원도 내의 고속도로 늘어나 강원도의 로컬 접근성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변화의 흐름은 양양과 강릉에서 멈췄기 때문이다. 양양은 서핑 문화가 생기면서 힙한 동네가 됐고, 강릉은 자본이 들어오며 성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속초와 고성을 찾는 사람들은 줄어드는 추세다. 관광객들이 속초나 고성까지 들어오기에는 아직까지는 대중교통으로는 무리가 있다.

“지역 내에서도 로컬크리에이터에게 거는 기대는 커요. 아무래도 속초와 고성의 관광산업을 견인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개인적으로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이곳에서 접근할 수 있는 설악산과 통일전망대는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관광자원입니다. 외국인들의 시선에서는 삐죽삐죽한 봉우리의 설악산은 굉장히 신기한 관광지이고, 이런 자연의 모습에서 감동을 많이 받습니다. 통일전망대도 DMZ라는 것을 경함할 수 있는 좋은 관광 요소이고요. 이런 고성의 좋은 자원과 크리에이터들이 펼치는 ‘로컬스러움’이 만나 많은 분들이 찾아오기를 고성을 만들어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로컬크리에이터가 연출하는 공간은 ‘힙(hip)’한 공간일까? 역으로 골목이 ‘힙’해지면 ‘로컬’로 재해석된 걸까? 로컬크리에이터가 골목길을 변화시켜 나가는 원동력은 자신의 라이스스타일에서 출발한다. 색다른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거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하며 자기자신을 중심으로 하는 문화적 생태계를 창조해낸다. 이 문화적 생태계가 생계를 위한 비즈니스와 연관되며 경제적 생태계를 창조하기도 한다. ‘로컬’이 새로운 여행지로 변모하게 되는 이면에는 로컬크리에이터의 노력이 숨어있는 경우도 있다.

<로컬크리에이터를 찾아서> 4, 5, 6편은 강원도 동해안 지역의 로컬 스테이 3군데를 동시에 탐방했다. 강릉의 <위크엔더스>, 속초의 <소호259>, 고성의 <삼박한 집>. 동해안의 산과 바다라는 아름다운 자연환경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각각의 스테이가 보여주는 다양성은 또다른 로컬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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