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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혁주
  • 로컬의시대
  • 입력 2020.04.29 18:35
  • 수정 2022.04.22 09:18

비로컬 김혁주, 로컬크리에이터에서 로컬스타트업으로

"라이프스타일의 변화가 새로운 스타트업을 탄생시킨다"

2018년 6월, 여가 액티비티 플랫폼 <프렌트립>이 O2O 플랫폼의 대표주자 <야놀자>로부터 20억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받았다. 이는 로컬 비즈니스를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에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진 대표적인 사례다. <프렌트립>은 2019년까지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 우리은행, 하나금융지주의 추가투자를 받으며 자본금 95억 규모의 기업으로 급성장하게 된다.

‘스타트업’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나 기술을 바탕으로 태어난 창업기업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프렌트립>이라는 스타트업이 시리즈A, 시리즈B 투자를 받았다는 사실은 2가지 이유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2018년 10월 26일 <구글캠퍼스 서울>에서 개최된 강좌에서 어반플레이 홍주석 대표가 "동네에도 스타트업이 필요한 이유"라는 제목의 강의를 진행했다.  (사진출처: 구글캠퍼스 서울)

◇로컬스타트업의 탄생

우선 ‘로컬’ 스타트업의 탄생은 ‘로컬’을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가 새로운 산업분야를 만들어내는 혁신이 일어날 수 있음을 기대하게 한다. 바꿔 말해 큰 돈벌이가 뒤따른다는 이야기다. 둘째로 이를 가능하게 하는 이유는 ‘로컬’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의 장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하는 장이 됨으로써 기존 산업과 시장에 일대 변화를 일으키고 새로운 수요와 소비를 창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앞선 1장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로컬’과 ‘로컬’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로컬크리에이터’가 등장하는 현실을 설명하면서 ‘골목’과 ‘골목산업’을 일으키는 소상공인의 형태로 설명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사례가 그러했다. 그러다보니 ‘로컬크리에이터’를 발굴해 소개하는 기사들도 ‘힙’한 가게를 찾거나 새로운 문화운동을 주도하는 존재에 국한해 ‘로컬크리에이터’를 다루곤 했다.

그러나 ‘로컬’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굉장히 빠른 속도로 스타트업이 태동해 활동할 수 있는 새로운 시공의 영역이며,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제안을 통해 새로운 시장이 창출되는 블루오션으로 변화하고 있다. 따라서 단순한 동네 장사꾼에 불과하던 ‘로컬크리에이터’가 어느날 갑자기 ‘스타트업’으로 변신하고 이후 폭발적 성장을 이뤄낼지 알 수 없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2019년 겨울 연남장에서 개최된 <로컬크리에이터 박싱데이>에서 발표중인 알티비피 얼라이언스 김철우 대표 (beLocal)

◇낙후지역을 리빌딩하고 리브랜딩하는 로컬스타트업

이를 증명하듯 <프렌트립> 외에도 로컬 기반의 스타트업들이 하나둘 나타나고 있고, 그 투자 규모도 수천 만 원에서부터 수십 억 규모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시도되고 있다. 실제로 2019년에는 보다 다양한 로컬 스타트업들이 시리즈A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데 성공한다. <어반플레이>가 네이버, 서울산업진흥원, 뮤렉스파트너스,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등으로부터 26억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알티비피 얼라이언스>도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로부터 20억의 투자를, 글로우서울이 나이스에프엔아이로부터 60억을 투자받는 쾌거를 달성한다.

지금 소개한 <어반플레이>와 <알티비피 얼라이언스>는 낙후지역의 리빌딩과 리브랜딩으로 유명한 로컬 스타트업들이다.

<어반플레이>는 ‘연남연희’ 지역의 다양한 낙후건물들의 리빌딩을 통해 공간기획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앵커스토어 ‘연남장’을 비롯해 '기록상점', ‘연남방앗간’, ‘연희회관’, ‘연희대공원’ 등 낡은 건물의 리모델링만이 아닌, 건축공간이 도시 콘텐츠로 작동하도록 하는데 탁월한 역량을 발휘했다. 이후 제주 ‘사계생활’을 비롯 서울 외 다수의 지방도시에서 진행되고 있는 도시재생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알티피비 얼라이언스>는 낙후된 부산 영도의 골목에 ‘GGTI’, ‘VITAL788’, ‘Platform135’ 등의 공간을 조성하며 공간기획과 문화콘텐츠를 통해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데 성공했다. 이런 까닭에 <어반플레이>나 <알티비피 얼라이언스>같은 ‘로컬크리에이터’들은 ‘도시재생 스타트업’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도시재생 스타트업과 임팩트 투자의 등장

‘도시재생 스타트업’으로 분류되는 스타트업이 등장한 것은 2010년대 초반 즈음이다. 구도심 지역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들을 인식하고 ‘지역과 공간의 특성을 고려한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해결해 보려고 노력하는 기업들이 등장하면서 부터다. 주로 도시, 건축, 부동산, 사회학을 전공하고 지역과 공간을 공부했거나 창업 경험이 있는 청년들이 주축이 되어 지역 내 유휴공간과 시민들을 연결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시도하기 시작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놓고,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해결하려는 특징이 스타트업과 유사하게 보는 시각이 등장했다. 이후 이런 기업들이 ‘도시재생 스타트업’이라 불리게 된 것이다. ‘도시재생 스타트업’들을 통해 지역재생 성공사례가 하나 둘 쌓이기 시작하자, 공공기관의 지원과 민간자본의 투자가 붙기 시작했다.

여기에 ‘임팩트 투자impact investment’라고 해서 재무적 관점의 수익창출도 중요하지만, 사회적·환경적 성과도 동시에 달성하는 투자개념이 등장하며 ‘도시재생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져갔다. 투자자들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업을 좋은 투자처라 보고 적극적인 발굴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콘텐츠그룹 <재주상회>가 지역내 유휴공간을 리모델링해 운영하고 있는 <사계생활>의 모습  (beLocal)

◇스타트업으로 변신하는 다양한 로컬크리에이터들

이쯤 되면 사회문제를 해결한다는 공통점을 지닌 ‘소셜벤처’와도 개념이 뒤섞이기 시작한다. 소셜벤처는 일반 벤처와 달리 사회적기업 영역에 속하는 벤처기업으로 빈곤, 불평등, 환경문제 등의 소셜미션을 해결해 나가는 한편, 소셜미션을 지속하기 위해 스스로 수익을 만들어가는 기업의 형태를 말한다.

공교롭게도 도시재생을 필요로 하는 곳 또한 ‘로컬’에 속해 있다보니 ‘로컬크리에이터’, ‘도시재생 스타트업’, ‘소셜벤처’ 등이 혼재되는 상황이고, 때마침 ‘로컬 스타트업’이 등장할 수 있는 배경과 계기가 되었다.

지금 현재의 대한민국의 상황 속에서 ‘로컬 스타트업’이 등장하는 현실만 설명하다보니, 앞선 사례들로 인해 ‘도시재생 스타트업’ 형태가 ‘로컬 스타트업’의 전형적인 모습처럼 비춰질 수 있다. 그러나 대표적인 ‘로컬크리에이터’로 알려진 <재주상회>와 타인의 사적인 공간과 취향을 공유할 수 있는 <남의집 프로젝트>도 2019년에 3억 규모의 씨드투자 유치에 성공했다는 사실은 보다 다양한 ‘로컬크리에이터’들이 스타트업으로 변신하고 있다는 방증이라 볼 수 있다.

얼핏 보면 <재주상회>가 <어반플레이>와 함께 리빌딩한 ‘사계생활’의 사례라든가, 지역 내 사적인 공간과 취향 중심의 커뮤니티를 이어주는 <남의집 프로젝트>의 활동 일부만 보면 지역재생이나 도시재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비춰질 수 있다. <재주상회>는 원래 제주를 기반으로 한 문화 콘텐츠 전문 크리에이터 집단에서 출발한 ‘로컬크리에이터’다. 리얼제주매거진 ‘iiin(인)’ 외에도 브랜딩, 전시, 공간 디자인 등을 통해 제주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작업을 해오던 기업이다. <남의집 프로젝트>는 취향 중심의 라이프스타일 커뮤니티 활동을 비즈니스로 풀어내고 있다. 이렇듯 ‘로컬’은 새롭고 긍정적이고 혁신적인 비즈니스의 출발점으로 각광받는 공간이 되고 있다.

◇포틀랜드 사례를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

앞으로 로컬 스타트업이 가져올 변화는 미국 포틀랜드를 통해 들여다볼 수 있다. 포틀랜드는 인구 62만에 불과한 미국 북서부지역의 도시다. 비슷한 규모로 비교해볼 수 있는 대한민국의 지방 도시로는 인구 65만 규모의 경기 안산시, 충남 천안시, 전북 전주시, 인구 68만의 서울 송파구, 광역자치단체로는 인구 67만의 제주특별자치도 등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작은 도시에 불과한 포틀랜드지만 포틀랜드의 과거와 현재는 굉장히 많은 점을 시사해 준다.

포틀랜드는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도시다. 1970년대 미국 건설업 침체가 불어닥치며 포틀랜드는 위기를 겪게 된다. 이에 개발과 확장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판단해 주 정부가 나서 ‘도시확장 경계선Urban Growth Boundary’을 설정하게 된다. 기존 방식의 도시개발이 가져올 문제점을 미연에 방지하기로 결심하게 되자, ‘압축도시’라는 새로운 형태의 도시로 변신하게 된다.

외부확장을 멈춘 도시는 더욱 정교한 도시 내부의 개발로 이어진다. 촘촘한 격자 형태의 도로망이 갖춰지며 대중교통이 활성화 되었다. 이로써 미국의 다른 도시와 달리 도보 중심의 생활권이 형성되게 되었고, 주변 농지와 도시가 상생하는 경제구조가 나타났다. 이는 미국의 대표적인 공업도시 디트로이트가 몰락한 것과 극명하게 대조되었다. 특히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로도 불리는 리먼 사태 이후 미국 경제가 장기 불황에 빠지며 포틀랜드는 더욱 주목받기 시작한다.

이렇게만 보면 포틀랜드는 도농 복합형 중소도시처럼 여겨지지만, 포틀랜드는 스타트업 도시다. 도시의 변신과 더불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 나타나고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하는 다양한 비즈니스가 등장하면서 새로운 산업을 선도하는 창업문화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포틀랜드에는 매년 300~400명의 청년들이 이주해 온다. 대부분 포틀랜드의 자연과 한적한 분위기 속에서 자기만의 개성있는 라이프스타일을 누리고 싶어 찾아온다. 별다른 직업 없이 이주해 왔지만 정착 이후 마음에 맞는 동료들을 찾고, 이들과 새로운 일을 창업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창업에 열린 도시의 분위기는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를 탄생시켰고, 굴지의 자동차 기업 ‘다임러’가 트럭부문 본사를 포틀랜드로 이전하도록 만들었다.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 스타트업 비즈니스 탄생시켜

그렇다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형태의 창업이 스타트업 비즈니스로까지 확대될 수 있는 이유는 뭘까? 그건 보다 거시적인 정신문화와 관련이 있다.

1960년대는 ‘탈물질주의’가 등장한 시대다. 기존 물질주의에 대한 반발로 나온 탈물질주의는 경제적, 물질적 안정을 중요시하는 관념에서 벗어나 개인의 자유, 자기 표현, 삶의 질 따위의 비물질적 가치관을 추구한다. 이 시기를 상징했던 존재들이 바로 미국 서부에서 등장한 ‘히피’들이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기성의 사회통념, 제도, 가치관 등 물질문명에 항거하는 집단이었는데, 히피 문화는 미국의 대도시와 유럽 주요도시로 퍼져나갔다.

이는 포스트모더니즘과 더불어 점차 가치지향적 소비와 생산활동을 중시하는 풍조로 자리잡는다. 탈물질주의는 소비를 통한 질 높은 삶, 문화적 체험, 정체성, 사회정의 추구, 친환경 상품과 유기농 먹거리의 대중화, 공유경제의 일상화, 골목 상권이 부상하는 트렌드로 발전해 왔다. 이렇게 선진국들이 경험했던 탈물질주의는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로컬크리에이터’의 등장과 ‘로컬 비즈니스’의 발전과 비슷한 맥락을 보이고 있다.

바꿔 말해 대한민국도 히피가 등장하지 않았을 뿐, 새로운 세대인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중심으로 탈물질주의로의 이행이 자연스럽게 시작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 포틀랜드가 주 정부 조례를 통해 ‘압축도시’를 표방한 게 이미 1970년대라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선진국은 한 세대보다 더 긴 시기인 50년을 탈물질주의 라이프스타일로 살아왔다는 의미다.

따라서 ‘로컬크리에이터’는 앞으로 수십 년에 해상하는 의·식·주 전반의 라이프스타일을 혁신하고 선도하는 존재들이며, 로컬크리에이터가 창출할 시장은 앞으로 무궁무진하다 볼 수 있다. 포틀랜드의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가 스포츠를 사랑하는 세계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하며 글로벌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듯, 로컬 스타트업에게 거는 기대 또한 커지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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