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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화랑_이야기(2)] 미세취향 서식지... 덕천키친의 시작

<덕천키친> 일러스트 (양화랑 제공)

◇양화’s story

서울에서 생활할 때의 취미 중 하나가 단과자를 만드는 것, 바로 베이킹이었다. 내가 만든 과자나 케이크와 술을 함께 마시는 즐거움이 꽤나 컸다. 고향에 내려온 뒤에는 무얼 하며 살까 고민을 하다가 디저트와 술을 함께 파는 술집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막상 시작하려니 비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평수에 따른 임대료와 인테리어 비용, 작게는 벽에 거는 달력까지 모든 게 비용이다 보니 웬만큼 확신이 들지 않는 이상 시작할 생각을 못했다. 우물쭈물 하고 있던 중 현석님이 서울 출장을 다녀와 좋은 아이템이 있다며 브리핑을 시작했다.

현석 says

“후암시장 옆에 <후암주방>이란 공간이 있는데, 여기 재밌더라. 요식업 창업자가 아니라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공유주방을 운영하는데 실제로 사람들이 후암시장에서 재료를 사서 요리하기도 하고 쓰고 남은 식자재를 다음 이용자가 나눠 쓰기도 해! 그리고 월별로 예약을 오픈하자마자 굉장히 빠른 속도로 예약이 차는 거야.”

“그럼 임대료나 현금흐름에 대한 리스크를 어느 정도 줄이고 하고싶은 걸 할수 있을 것 같지 않아? 부산엔 아직 이런 사업모델이 전혀 없으니까 우리가 깃발을 꽂아보는 거야! 가동률 60%로 잡아도 대략 대관매출이 180만원 나올 것 같은데, 이 정도면 해 볼만 한데?!”

양화 says

“그럼 나도 남는 잉여시간에 베이킹을 하면서 술모임도 하고, 어떤 아이템이 좋을지 테스트도 해볼 수 있으니 1석 2조네!”

그렇게 공간을 알아보러 다녔고, 지인의 도움으로 인테리어도 수월하게 진행했다. <양화랑>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하고 싶던 일들을 벌이자니 뭐하는 곳인지 모를 것 같았다. ‘덕천에 위치한 주방’이라는 직관적인 이름으로 <덕천키친>이라 지었고, 소중한 이와 즐거운 추억을 쌓는 공유주방이라고 알리기 시작했다.

공유공간 <덕천키친>을 활용해 전통주 모임중인 커뮤니티  (양화랑 제공)

실은 공유주방을 시작할 때에는 ‘문화의 불모지, 서부산’에서 멋지게 일 하나 내자고, 둘이서 여러가지를 도모했다. 우리의 공간이 생겼으니 원하던 디저트 실컷 만들고, 술도 곁들이는 행사도 했다. “지역의 콘텐츠를 알리는 코어스페이스가 되자! 로컬을 담아보자!”며 말이다. 구포시장을 돌아보며 구포국수를 사들고 <덕키(덕천키친)>로 넘어와 국수를 만든 다음 부산의 전통주를 곁들이는 투어도 기획, 진행했다.

로컬 식자재도 전시하고 판매까지 할 예정이었지만, 법적 제약이 있었다. 벌여놓은 다양한 일들로 물리적인 시간이 없어 현재는 주방공간 대관만 진행하고 있다.

도모했던 프로젝트의 반응은 사실 우리의 예상보다 미미했다. 더 열심히 하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기대했던 것보다 니즈가 적었다. 실제 필드에서 느끼는 여러 니즈도 발견하긴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서울과 다른 환경, 지방의 니즈를 파악하는데 실패했다.

꾸준히 찾아주시는 분들, 함께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유지는 하고 있지만 이게 얼마나 지속될지는 스스로도 의문이다. 1년간 해오면서 골목을 바꿀 용기까지 생기진 않았지만, <양화랑>만의 작은 문화를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덕천키친>에서 펼쳐진 소셜다이닝 프로젝트 (양화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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