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김혁주
  • 지난 특집
  • 입력 2020.05.27 09:10
  • 수정 2020.06.09 22:17

[5월특집(4)] "밀레니얼 세대는 외롭다" 치유와 소통이 있는 커뮤니티 사랑방 - 독립서점 <지금의 세상> ①부

[비로컬 팟캐스트-21회 1부] 로컬X로컬: 로컬의 밀레니얼 - 독립서점 <지금의 세상> 김현정 대표

서점원, 로컬북샵씬 셀럽, 북튜버, 기획자, MC, 콘텐츠 크리에이터 수식하는 말들은 많지만 ,밀레니얼 세대의 고민 들어주는 바로 그 언니·누나의 이야기를 함께 나눴습니다. 사당 로컬크리에이터 지금의세상 김현정 대표님을 통해 밀레니얼 커뮤니티와 사당이수의 숨겨진 로컬씬을 만나보세요.

◇비로컬 윤준식 편집장(이하 ‘윤’): 5월 가정의 달 관련 내용 꾸며가고 있습니다. 로컬의 가정은 무엇일까 하면 독립서점을 중심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의 청년 커뮤니티가 또 하나의 가족인 것 같아서요. 사당의 독립서점 <지금의 세상>의 김현정 대표님 모셨습니다.

◆비로컬 김혁주 발행인(이하 ‘김’): 커뮤니티 살롱 이야기가 1년 내내 나올 때 빠지면 안 되는 필수적인 분이 <지금의 세상> 김현정 대표님입니다. 재작년에 미디어를 통해서 굉장히 많은 분들을 만나셨어요. 이후 수식어가 큐레이션 서점과 살롱이 됐죠.

◇윤: 독립서점 쪽에서는 많이 알려지셨는데 로컬크리에이터 분들에게는 의외로 많이 알려지지 않았어요.

◎지금의세상 김현정 대표(이하 ‘지세’): 그렇죠. 사실 경계선에 있는 것 같아요. 서점이 당연하게 로컬을 건드리고 있지만 티 나게 건드린다기보다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고 그래서 애매한 위치이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윤: <지금의 세상>이라는 서점 이름이 굉장히 독특한데요.

◎지세: 도서 ‘4차산업혁명’에 보면 ‘지금의 세상’이라는 단어가 나와요. 그런데 그 단어가 거기에서는 긍정적 의미보다 부정적 의미로 많이 쓰인 것 같아요. 사람들이 지금 메일을 보냈으면 바로 답장을 받아야 하고 지금 주문을 하면 바로 받아야하는 ‘지금’의 세상에 살고 있다는 글이었는데요. 그 글을 보면서 사람들은 “현재를 살아라”, “지금을 살라”고 하는데 그걸 못하고 있는 모순들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책을 도구로 사람들이 자기의 지금을 집중하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의미를 담았고요.

또 하나는 여러 가지 문을 열어 놓을 테니 사람들이 그 문을 하나 선택해서 들어와서 자기의 현실, 지금을 즐기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 했어요. 그게 책이 될 수도 있고 저와의 대화일 수도 있고 아니면 커피 마시면서 멍 때리는 것일 수도 있고 여러 모임일 수도 있죠. 그런 여러 가지 문을 만들어 놓은 작은 공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윤: 서점의 이름을 ‘클라우드 슈밥’의 저서 ‘4차산업혁명’의 글에서 따왔다고 하셨잖아요. ‘클라우드 슈밥’ 이 분이 세계경제포럼 대장이거든요. 그 분이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을 언급을 해요. 그런데 지금까지 저희 인류 역사상 1·2·3차 산업혁명하고 달라요. 지금까지는 자연스럽게 산업이 발전하면서 후에 보니 혁명인 거지 혁명을 예고한 게 아니거든요?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그 시기를 산업혁명 시기였다 하는 거죠.

그런데 ‘클라우드 슈밥’은 2015년 다보스 포럼에서 “이제 4차산업혁명 시작해야 돼! 시작할 거야!”, “그 이유는 세계 경기가 너무 많이 침체됐어. 그러니까 자본을 리드하는 우리가 혁명을 일으켜서 세계 경제를 돌려야 돼!” 이런 이야길 한 거예요. 그래서 “지금의 세상에 이게 필요해!”라고 말 한 건데 어떤 면에서는 김현정 대표님이 홀로 골리앗 앞의 다윗처럼 돌멩이 하나 들고 맞장을 뜬 거죠. “네가 그런 식으로 지금의 세상이라고 이야기 하는데, 내가 진짜 이 지금의 세상이 뭔지를 보여주겠어!”

그래서 <지금의 세상>이라는 서점은 즉각적인 뭔가를 얻어야 된다는 게 아니라, 길고 긴 시간 속에서 지금을 한 번 조명해 보는... 그러니까 점에서 선과 면을 보는 굉장히 심오한 내용을 담고 있는 서점인 거죠. <지금의 세상>을 가면 재미있는 게 비 오는 날 음악 듣고 나른하게 앉아있을 만한 공간이잖아요? 책도 묘하게 재미있고 밖에 있는 건 흐름이 빠른 걸음들인데 서점 안에서는 느릿느릿 하니까 아마도 말씀하신 분위기가 그런 게 아니었을까 생각이 드네요.

◎지세: 대단한 공간이 됐는데 큰일 났네~~(웃음) 저보다 포장을 더 잘 해주시네요. 정확하게 이해하신 게 <지금의 세상> 내부의 색이 전부 버건디 색이잖아요. 그 이유도 문을 열면 다른 세상이 열렸으면 좋겠는 거예요. 딱 열고 들어왔을 때 사람들이 느끼는 게 다른 세상에 온 것 같다는 느낌이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색깔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한마디로 홀리게 하는 거예요.

<지금의 세상> 공간 한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특이한 책상들. 평소엔 5가지 주제의 책이 배열된 평대로 사용되지만, <지금의 살롱>이 열릴 때는 분리되어 세미나용 책상으로 변신한다. 서랍을 열면 비밀스럽게 포장된 책이 나타난다. 랜덤뽑기같은 즐거움을 준다.  (beLocal)

◆김: 그리고 들어가 보면 책이 꽉 찬 공간도 아니잖아요.

◎지세: 저희는 책이 25권만 있어요. 모두들 큐레이션 서점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지만 진정한 큐레이션 서점이 뭘까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책이 많이 있다고 사람들이 사는 것도 아니고 좋아하는 것도 아닌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제가 행복에 대한 갈망, 미래에 대한 두려움, 마음의 편안함, 사랑에 대한 감정, 지적호기심이라는 다섯 가지 주제로 각 다섯 권 씩 25권만 선정해서 제안을 드려요. 그럼 사람들이 조금 더 쉽게 책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윤: 서점을 하시기 전에는 다른 업을 하셨을 것 같아요.

◎지세: 저는 서점하기 전에는 스타트업이었는데 교육 회사에 있었어요. 교육 콘텐츠 만들고 강의하는 역할을 했었어요. 그 회사가 모기업이 일본에 있거든요. 그래서 한일 교류페스티벌을 열었는데 그런 문화 기획도 담당했어요.

◇윤: 대표님은 전형적인 밀레니얼 세대죠. 그래서 <지금의 세상>을 주로 이용하시는 분들도 밀레니얼인 것 같아 보여요.

◎지세: 스물다섯 때 ‘N포 세대’라는 단어가 처음 시작이 됐어요. “과연 ‘N포 세대’란 뭘까?”,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 “왜 우리는 N포 할 수밖에 없었을까?” 이런 생각을 굉장히 많이 했고 교육회사 다닐 때도 엄청 이슈였어요. 그래서 그걸로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하고 그랬던 것 같아요.

서점에 가장 많이 오시는 분들은 20대 중반부터 30대 중반까지가 많고 그 중에서도 좀 나뉘는 게 20대 분들은 정말 저랑 놀고 싶으신 분들이 많아요. 수다 떨고 힘들었던 이야기나 남자친구 이야기 나누러 오는 분들이 많고 30대 분들이나 20대 후반 분들은 정말 힘들잖아요. 신입사원이거나 3년차로 딱 힘들 때라서 그런 이야기를 나누거나 아니면 말 하지 않고 눈빛으로 알아요. 저 사람 힘들구나. 그런 분들이 가장 많이 오시는 것 같아요.

◇윤: 어찌 보면 우리나라 ‘N포 세대’, ‘밀레니얼 세대’라고 불리는 분들이 대부분 80년대생 부터 시작되는데 이 때가 산아제한이 굉장히 심했던 시기였거든요. “둘만 낳아 잘 키우자”에서 “아들, 딸 구별 말고 하나만 낳아 잘 키우자”가 된 거예요.

◎지세: 그렇죠. 그래서 근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감정이 외로움이에요. 그 외로움을 기반으로 저희 서점을 많이 찾아오시지 않을까? 예전에 한 분이 “왜 서점들이 잘 되고 인기가 많을까요?”라고 물었거든요. 근데 이게 돈이 잘 되는 게 아니라 “왜 인기가 많을까? 왜 계속 생길까?”라고 했을 때 제가 대답했던 게 “외로움 때문일 것 같다”고 했어요. 손님들만 그런 게 아니라 저도 외로운 거예요. 왜냐면 저도 그런 세대였기 때문에 소통은 하고 싶은데 소통할 데가 없고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고 고민을 나누고 싶은데 그런 장이 없는 거예요. 광장이 없어진 거죠. 그런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이는 것 같아요.

◇윤: 그래서 5월의 주제인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적나라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했어요.

◆김: 편집장님이 해주신 가족의 의미는 전통적 가족이 아닌 거네요.

◇윤: 네. 해체된 가족, 또는 재구성된 가족인거죠. 저희가 예전에 2주년 축하드린다고 한 번 갔었는데, 사당역 10번 출구에서 꼬불꼬불 골목길로 해서 상가거리 끝나고 한 블록 더 들어간 외진 곳에 있어서 외진 느낌이었는데... 알고 보니 그 뒤에 사당1동의 1인 가구가 많이 모여 살고, 출퇴근하거나 등하교 할 때 반드시 지나가는 길목이 <지금의 세상>이더라고요. 빌라촌 시작되는 입구에 있는 거죠.

◎지세: 맞아요. 그래서 <지금의 세상> 운영 시간이 3시부터 10시인 게 제가 처음에 오전에 열어봤더니 다 출근하러 가서 사람이 없어요. 그들과 만나고 싶으면 7시부터 열어야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요즘 애들이라서 3시부터 10시까지 퇴근길에 지나가는 길목의 불을 밝히고 있죠.

◆김: 진짜 가족이네요. 빌라촌 집에 갈 시간 되면 집 안가고 <지금의 세상>으로 가는 거네요.

◎지세: 네. 되게 웃긴 게 친해지시면 오셔서 “밥 먹었어요?” 그래요. 안 먹었다고 하면 같이 먹자고 해서 같이 시켜 먹는 날도 있고요. 오늘 너무 짜증이 난 거예요. 그럼 저희가 와인에이드를 팔거든요? 미리 치즈를 사들고 와서 “와인에이드 주세요”도 아니고 “술 한 잔 주세요” 이러면서 이야기를 풀고 가는 분들이 굉장히 많아요. 그런데 저도 그런 걸 상상했던 것 같아요. 너무 좋고 든든하죠.

◇윤: 저희가 편하게 대화를 나누는데 이게 일종의 로컬을 연구하시는 분들이나 부동산에 관심 있는 분들이 착안하실 수 있는 게 1인 가구들이 거주하고 있는 주거환경이 자기 자고, 먹는 필수적인 것만 할 수 있어서 거실이라든가 서재라든가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제3의 공간’을 찾는 거거든요.

◆김: 요즘 유행하는 마을호텔 개념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왜냐면 일종의 컨시어지 역할도 해주시고 레스토랑이나 식음료 역할도 해주시는 거잖아요. 여기 거쳐 갈수도 있고 잠시 머무를 수도 있고.

◎지세: 그래서 제가 제발 쉐어하우스 하나만 들어와 달라 했는데 아직까지 사당에는 안 들어오더라고요. 근데 창업을 하는 데 운도 좋아야 하는 게, 제가 들어올 때 근처 사장님들이나 제가 연락했던 부동산 이모님이나 다 친절한 분들이었어요. 젊은이들을 반가워하는 분들이었고요. 사실 부동산 이모님들 입김 세잖아요. 그 입김에 동네 분위기가 형성이 되는데 저도 거기에서 정보를 엄청 듣는 거예요. 그런데 다행히 이모님들이 원룸을 찾는 친구들이나 그런 분들한테 ‘저기 서점’이라고 말씀을 해주시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사 오면서 <지금의 세상>이 있는 걸 아시는 거죠. “그럼 한 번 가볼까?” 그런 식으로 되는 거예요.

◇윤: 얼마 전에 ‘제3의 장소’라는 책이 나온 걸로 아는데, 원래 ‘제3의 공간’으로 지금 현재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마을호텔, 서재, 공유주방의 개념이 있었거든요... 무슨 이야기냐면 보통 건축하시는 분들한테 ‘제3의 공간’이라고 해서 공간을 나누는 또 다른 디자인 이야기도 나오잖아요?

그 차원인건데, 좀 다른 트랙으로 설명하자면... 원래 우리가 농업기반의 고대 사회로 가면 집이 직장이잖아요? 근데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일터가 생겨요. 공장가서 일하고 집 와서 쉬고, 그러면서 제1의 장소가 집, 제2의 장소가 일터가 된 거예요. 그런데 사람이 그 두 공간만 오가서는 뭐가 안 되는 거죠. 창의적 공간이 필요해서 ‘제3의 공간’ 이야기가 나왔고 그 ‘제3의 공간’으로 각광받던 곳이 바로 스타벅스입니다.

김현정 대표가 창업 선배로 여기는 사당역 10번출구에서 이어지는 상가시장 인근 소상공인들과 함께 <사당10번길>이라는 동네잡지를 시도하기도 했다. 기획회의 중인 <사당10번길> 멤버들.  (beLocal)

◎지세: 그런 스타벅스 같은 제3의 공간들이 사당에 많이 생겼어요. 주변 사장님들이나 오래 사신 분들이 거리에 활발하게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씀 많이 하시는데 저는 조금 더 재미있는 게 많이 들어오면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돈이 많으면 LP바도 열고 다 할 텐데 아직까지 콘텐츠는 약하다는 생각이 들어 아쉽죠.

◆김: 골목 콘텐츠에 대한 고민이신 거죠. 지금 거의 서점을 넘어서 지역 관리회사의 초기의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신 게 아닐까 생각이 드는데요.

◇윤: 실제로 프로젝트도 하셨다고...

◎지세: 네. <사당10번길>이라는 동네 잡지가 나온 것도 사장님들이랑 친하게 지내게 되면서 뭔가 이 사장님들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저한테 “<지금의 세상>이 뭐야? 왜 했어?” 저도 사장님들이 똑같이 궁금했어요. 그래서 그런 걸 여쭤보다가 혼자 알면 너무 아깝다 싶어 기록을 했어요. 그 분들도 회사 다니다가 때려 치고 나와서 하시는 건데 돈도 잘 벌어요. 그런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니까 사실 그들만큼 좋은 창업 선배는 없거든요.

그러다가 사장님들이랑 한 달에 만원 씩 모아서 인쇄를 하기 시작했고... 처음에 사당이 뭔가 하고 있다고 이슈 시키기에 좋았어요. 그 잡지를 동네 분들이 굉장히 좋아하셨어요. 열 군데 넘게 같이 했는데 거기 동네 잡지를 다 배치했거든요. 그래서 그걸 보고 오시는 분들도 많았고요. 저도 사당 이야기나 책을 만들어 보고 싶었는데 책은 시간이 많이 걸리니까 잡지로 연결이 된 건데 많이 좋아해 주셨죠.

그리고 <머물다 사당>이라는 이름으로 프로젝트를 연 게, 주민센터가 조사한걸 보면 사당에 공방이 50군데가 넘는대요. <지금의 세상> 주변으로 사당1동에만 50개가 넘는 거예요. 그래서 이게 너무 아깝더라고요. 왜냐면 잘하는 젊은 사장님들이 계세요. 근데 오래 자리를 잡고 계신 분들은 홍보랑 마케팅을 못하시는 거예요.

예를 들어 손뜨개질 이런 거 콘텐츠 좋은데 뭔가 이분들과 같이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공방 투어데이를 만들었어요. 토요일 하루를 잡아서 제가 셀렉하고 또 같이 하겠다는 공방들이랑 같이 투어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하루에 다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같이 하면 너무 재미있는 게 많을 텐데 연결을 해주고 이들을 모아줄 누군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밀레니얼 세대는 외롭다" 치유와 소통이 있는 커뮤니티 사랑방 - 독립서점 <지금의 세상> ②부

저작권자 © 비로컬ㅣ로컬 비즈니스 생태계를 만듭니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