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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혁주
  • 지난 특집
  • 입력 2020.05.27 09:50
  • 수정 2020.05.31 22:14

[5월특집(4)] "밀레니얼 세대는 외롭다" 치유와 소통이 있는 커뮤니티 사랑방 - 독립서점 <지금의 세상> ②부

[비로컬 팟캐스트-21회 2부] 로컬X로컬: 로컬의 밀레니얼 - 독립서점 <지금의 세상> 김현정 대표

서점원, 로컬북샵씬 셀럽, 북튜버, 기획자, MC, 콘텐츠 크리에이터 수식하는 말들은 많지만 ,밀레니얼 세대의 고민 들어주는 바로 그 언니·누나의 이야기를 함께 나눴습니다. 사당 로컬크리에이터 지금의세상 김현정 대표님을 통해 밀레니얼 커뮤니티와 사당이수의 숨겨진 로컬씬을 만나보세요.

한쪽 벽면의 거울을 뒤덮고 있는 고민들. 고민해법으로 책을 추천한다. 큐레이션 서점의 정체성이 돋보이는 1장의 사진이다.  (지금의세상 페이스북)

◇비로컬 윤준식 편집장(이하 ‘윤’): 바깥에서 독립서점 <지금의 세상>을 들여다 보면 특이한 게 있어요. 포스트잇이 왕창 붙어있는 벽면이 보이는데 어떻게 시작된 건가요?

◎지금의세상 김현정 대표(이하 ‘지세’): 원래 서점에 필사존이 하나씩 있잖아요. 그런 걸 해볼까 했는데 너무 재미가 없는 거예요. 다 하고 있으니까. 그래서 그냥 사람들이 여기에 고민을 쏟아내고 가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그랬더니 손님들이 하나둘 씩 포스트잇에 써서 붙이고 가시는 거예요.

근데 이게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왜냐면 읽어보면 다 내 이야기예요. 오시는 분들도 다 하시는 말씀이 “누가 내 이야기 적어놨어?” 하세요. 다 똑같은 고민들인 거죠. 그래서 내가 이 고민을 이용해 보면 재미있겠다 생각했어요. 고민이 고민으로만 남는 게 아니라, 제가 도움이 될 만한 책들과 함께 소개해 주기 시작했어요. 유튜브로 책이랑 연결해서 고민과 책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아예 그 고민만 가지고 이야기를 하기도 하는데, 그게 제가 손님들과 친밀해지는 계기가 되고 소통의 장이 되는 거죠. 연결고리인거죠.

그렇게 손님들과 고민을 같이 해결해 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제가 책을 소개해드린다고 해서 해결책이나 방법을 찾거나 할 수는 없지만 거기서 한 가지만 얻어갈 수 있다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비로컬 김혁주 발행인(이하 ‘김’): 독립서점은 서점을 처음 여신 분의 독특한 세계관과 콘셉트를 그대로 유지하는 게 방향이잖아요. 김현정 대표님은 스타트업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서점이 고객의 요청에 따라 린 스타트업 방식을 쓰고 있는 것 같아요.

◎지세: 아니에요. 해본 게 그거밖에 없어서 그래요. 제가 대기업 갔으면 다르지 않았을까요?

◇윤: 포스트잇 때문인지 몰라도 <지금의 세상>을 가면, 저도 모르게 고민 상담을 늘어놓게 돼요. <지금의 세상>만의 독특한 구조가 있어요.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 대표님에게 가는 여정이 있잖아요? 보통, 서점은 고객이 가까이 오는 거에 대한 경계심이 있는 것 같은데 본인 옆자리에 앉아서 친구처럼 앉게 되는 의자가 있는 거예요. 너무 신기해요. N포 세대들한테는 굉장히 힘을 주는 게 아닐까? 삶에 있어서 등대, 길잡이 역할을 해주는 게 아닐까 얼핏 그런 생각이 드는데요.

◎지세: “앉아서 이야기 해 봐라”, “상사, 누가 짜증나게 했어?” 이런 개념인데, 친해지신 분들이나 처음 오신 분들도 고민을 가지고 계신 분들은 저와 대화할 수 있게 옆자리를 마련해 뒀어요. 안타까운 건 사실 많은 사람들이 ‘포기’에 노출돼 있거든요. ‘N포 세대’였잖아요?

‘포기’라는 말과 ‘노력’이라는 말이 너무 지긋지긋하게 들려온 거예요. 사실 ‘노력’과 ‘포기’가 상반되지만 그게 함께 묶여서 자란 거죠. 그래서 조금 비관적이거나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긴 했어요. 저 또한 그랬고요.

근데 제가 철학으로 가지고 있는 게 “한 명만 있으면 된다”거든요. 옆에 한 명만 있거나 살아 숨 쉴 공간 하나만 있으면 이 사람들은 또 다른 희망을 만들 거라는 생각이 있어서 그런 역할을 해주고 싶었고 그런 공간을 만들어 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너무나 말도 안 되는 세상이고 힘든 세상이지만 우리끼리라도 여기서 힘을 뭉쳐보면 더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저 또한 오시는 분들한테 그런 힘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상호 보완적이에요.

◇윤: 누군가 포스트잇에 고민을 놓고 가면 한 사람의 고민이지만 “우리 모두의 고민이다”라고 해서 일종의 처방전을 내주는 것도 있지만, 독서 프로그램도 하시는 것 같아요.

◆김: ‘고민콘서트’ 비슷한 거 하셨잖아요.

◎지세: 독서 모임은 사람들한테 가장 흥미로운 요소이기도 하고 깊게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기도 해서요. 메인 콘텐츠로 가져가는 건 <지금의 살롱>인데 고민 대화 모임이예요. 술 마시면서 고민 이야기를 해요.

<지금의 살롱>도 어떻게 시작했냐면, 집단 상담처럼 같이 모여서 이야기하는 프로그램 만들면 되지 않을까 생각 했고 주제를 잡기 시작했어요. 불안이라든지 내년 계획 같은 것들... 5월에 잡힌 살롱은 “당신의 요즘 고민은 무엇입니까?”라는 주제예요. 그 전에 우리가 미리 한 번 여기서 일상에서 흘러넘친다면 굉장한 시너지 효과가 날 것 같기도 하고 사실 고민을 터놓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큰 짐이 덜리잖아요.

<지금의 살롱>은 고민 대화 모임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는데, 얘가 커진 거예요. 여기저기서 연락이 오기도 하고, 지원사업 미친 듯 따와서 발전시킨 거예요. 예를 들면, 뮤지션들이랑 조인해서 노래를 들으며 한다든지... <슈가레코드>라고 인디레이블 대표님이 먼저 연락을 주셨어요.

<450라이브 스튜디오>라고 스튜디오를 오픈하면서 저희가 같이 투입돼서 <책, 음악을 만나다>라는 프로그램으로 커졌고 외부에 알려지기 시작하며 여기저기 요청이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대표적으로 서울 식물원... 서울 식물원에 맞는 뮤지션과 책, 식물관련 책, 이야기를 하면서 뮤지션 노래를 듣거나 하는 거죠. 홍대 <와우 북페스티벌>도 엄청 크잖아요. 그런 식으로 외부 일정들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고민이들과 함께 고민을 이야기하는 <지금의 살롱>  (<지금의세상> 페이스북)

 

최하나 작가와 함께 하는 작가와의 대화 "언젠가는 혼자 일하고 싶은 당신에게" 중  (<지금의세상> 페이스북)

◆김: 와디즈 펀딩 올리셔서 성공한 것도 봤어요. 사당이 연기, 춤, 노래 연습실도 굉장히 많고 문화적 다양성이 있는 곳이기도 해요.

◎지세: 맞아요. 와디즈 펀딩도 <슈가레코드>랑 같이 했었죠. 대표님이 그런 열정이 엄청 많으셨어요. 홍대 말고 사당에도 이런 인디씬을 폭발시킬 수 있지 않느냐는 의견을 많이 주셨죠. 서점에 오시는 분들도 뮤지션이나 연기 준비하는 친구들 굉장히 많아요. 서점 손님으로 뮤지션 분들 만나서 같이 기획해서 외부 일정을 한 적도 있어요. 그렇게 연결 연결 되는 것 같아요.

◆김: 문화다양성을 배경으로 다양한 고민을 하시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기획의 영역으로 가시는 것 같아요.

◎지세: 그렇죠. 그리고 작가와의 대화, 북 콘서트가 한참 유행이었잖아요. 저는 그 북 콘서트를 조금 뒤틀어보고 싶었어요. 우리 같은 친구들이 작가와 대화하는 것도 좋은데 너무 심각하지 않고 즐길 수 있는 문화 콘텐츠도 좋아하거든요.

그러니까 북콘서트인데 작가는 없고 저와 책과 뮤지션만 있는 형태인거죠. 그래서 만나면 고민 이야기만 하는 게 아니라 선정한 책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들려줘요. 그런 고민을 가지고 계시는 구나. 책에 그런 구절이 있어요. 이렇게 전달 해드리는 거죠. 그렇게 자연스럽게 책이 노출될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그런 소비도 있는 것 같아요. 일상에서도 재미있는 걸 하고 싶은데 책이 딱딱하지만 않고 음악이랑도 연결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윤: <지금의 세상>에 가서 같이 소통하다 보면 이 세대가 뭘 원하고 느끼는 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지세: 그럼요. 저도 엄청 많이 느끼고 있고요. 오시는 분들을 분석해야 저도 어떤 책들을 더 제안해드릴지 알잖아요. 그래서 좀 나눠 본 게 20대, 30대 한정 지어서 생각해보면 20대 초반 친구들은 저랑 정말 이야기를 하러 오는 친구들인데 이 친구들이 서점에 대한 이슈를 굉장히 잘 시켜줘요. 여기 서점 있다고 알리고 홍보하고 바이럴 하고요.

그런 친구들이 굿즈를 좋아하는 친구들이에요. 독립 출판물 좋아하는 친구들이고 그 이상으로 가면 콘텐츠를 소비하는 친구들이죠. 20대 중반부터 30대 분들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분들인데 저는 굿즈와 콘텐츠는 다르다고 느끼거든요. 제가 제안해드리는 책, 모임 혹은 제가 다니는 외부일정을 따라와 주는 행동하는 팬덤인 거죠. 근데 모두들 소통은 필요로 하는구나...

그런데 40대 분들도 오세요. 재미있는 건 나이가 엄청 많은 동네 할아버지 분들이 오세요. 저는 참 싫어하는 단어지만 그냥 그 세대로 생각하면 저를 ‘미스김’이라고 부르세요. 커피 한 잔만 달라고 하시고는 시를 읊어주세요. 근데 그 시를 다 외우는 게 정말 대단한 일이거든요. 그걸 읊어 주시면서 저랑 대화를 하는데 가끔 할아버님을 보면서 외로웠겠다 싶은 거예요. 저 나이에 시를 읊고 같이 시에 대해 대화하는 사람이 없을 거잖아요. 40~50대 분들도 다양하게 오시는데 그 분들도 각자 가지고 있는 고민은 똑같더라고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제가 그분들보다 경험이 뒤떨어지니까 생각나는 책을 추천해드리기도 해요.

◆김: 요즘 밀레니얼의 패턴이나 트렌드를 50~60대 분들이 소비하세요. 문화적 다양성 콘텐츠가 생기니까, 제 생각인데 아무래도 시를 읊어주시는 분은 요즘 친구들의 문화를 알고 싶어 오시는 게 아닐까 싶네요.

◎지세: “또 하나의 가족이지” 생각이 드는 게 사실 가족보다 우리끼리 더 많이 만나는 거예요. 왔다 갔다 하며 얼굴도 많이 비추고 서로 인스타 보며 어떤 걸 하는 구나 보기도 하고요. 가족이나 다름없지 생각이 들더라고요. 가끔 택배 못 받으면 <지금의 세상>으로 보내기도 하고요. ‘또 하나의 가족’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윤: 사당1동 1인 가구, 밀레니얼 세대 이렇게 놓고 보면 <지금의 세상>이 온오프라인 통합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지세: 중요한건 저의 성향이죠. 연령대 상관없이 대화하는 걸 좋아하고 콘텐츠 만들고 사람 만나는 거 좋아하고 그런 성향이 반영된 콘텐츠인 거죠. 실제로 제가 책은 도구일 뿐이라는 말을 굉장히 많이 하는 게 사람들이랑 이야기 하고 싶은데 연결고리가 필요하잖아요. 그 연결고리가 책이고 서점이에요.

◆김: EBS에도 그런 콘셉트로 방송에 나오셨죠?

◎지세: <청소일하는데요> 작가님이랑 <요괴라면>을 만든 <옥토끼프로젝트> 박미안 대표님과 같이 나왔는데요. 그 때 저는 <나는 브랜드다>라는 제목으로 반영 됐는데, 제 콘셉트가 ‘연결이 브랜드인 사람’이었던 거예요. 제가 행사 기획이랑 진행을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게 목표였던 게, 사실 북콘서트는 누구나 진행할 수 있는데 기획은 누구나 못하거든요. 그래서 기획하면서 진행하면 독보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졌어요. 작년에는 굉장히 많이 소비가 되다가 코로나가 다 망쳤죠.

◇윤: 25종의 책으로 큐레이션 하시는데 특정 카테고리 마니아가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지세: 있어요. 가장 많이 쉽게 찾아가시는 건 ‘마음의 편안함’이예요. 거기에는 에세이, 독립출판물, 그림책처럼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 많아요. 그 다음 많이 소비되는 게 행복에 대한 갈망. 그쪽은 철학, 심리에 관한 책이 많아요.

그리고 <지금의 세상>이 3년차가 되면서 저랑 성향이 비슷해지시는 분들이 많아져서 사회과학 쪽이 많아지고 있죠. 실제로 이번에 놀러 오신 분이 <지금의 세상>에서 추천했던 사회과학 책을 다 읽어보신 거예요. 그러면서 같이 대화 나누고 싶다고 오셔서 사회과학에 대한 이야기를 신나게 했어요.

또 제가 요즘 원래도 관심이 많았는데 인권에 대한 책이 좋은 게 많아서 소개하다 보니까 거기 관심 많은 친구들이 오기 시작하고요. 신기하게 제 취향을 따라가는 것 같아요. 제가 한참 명상에 심취해서 명상 책을 갖다 놓으면 명상에 관심 있어지는 사람들도 좀 생기고 원래 관심 있던 사람들이 같이 따라와 주고 그런 거죠.

◆김: 라이프스타일의 동기화 같은 게 생기고 있는 거네요.

◎지세: 제가 실질적으로는 라이프스타일을 만들고 싶었던 거예요. 근데 보이는 라이프스타일이 아니라 내면의 라이프스타일인데, 이것도 엄청 다양한 게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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