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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혁주
  • 로컬의시대
  • 입력 2020.06.05 20:31
  • 수정 2022.04.22 09:24

비로컬 김혁주, 로컬 커뮤니티의 등장! - 지역의 새로운 구심점을 만든다

비로컬 김혁주, "로컬 커뮤니티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또 하나의 가족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 회에서는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강한 개성을 가진 ‘로컬크리에이터’들이 기존의 회사나 조직에 속하지 않고 과감히 뛰어나와 창업과 창직을 통해 소상공인의 형태로 ‘로컬’에 자리잡는 과정을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설명했다.

그러나 다양한 개성을 갖고 있는 ‘로컬크리에이터’를 몇 가지 유형으로 단순화하기는 어렵다. 또, ‘로컬크리에이터’가 반드시 소상공인 형태로 창업한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분명한 건 거의 대부분의 ‘로컬크리에이터’들이 자기 라이프스타일 중심의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혹, 생태계라는 표현이 와 닿지 않는다면, 생태계라는 말 대신 장(場), 플랫폼, 네트워크, 공동체, 커뮤니티 등 각자 가장 공감되는 단어로 바꿔서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 사당동 독립서점 <지금의세상>의 활동모습. 독립서점을 구심점으로 로컬의 창업자 커뮤니티를 만들고 <사당10번길>이라는 동네잡지를 만들어 냈다.   (beLocal)

◇공동체를 일구는 로컬크리에이터

아이러니하게도 강한 개성 때문에 기존의 공동체를 박차고 나온 사람이 ‘로컬크리에이터’로 변신하며 자기만의 ‘로컬’을 찾아 정착에 성공한 후, 자신의 ‘로컬’에서 새로운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되는 예를 많이 보게 된다. ‘로컬크리에이터’를 중심으로 새로운 공동체가 형성된 다음 단계에서 구체적인 ‘커뮤니티 비즈니스’가 시작되는 경우도 있다.

재미있는 건 이 과정에서 커뮤니티의 크루가 된 사람들 속에서 새로운 ‘로컬크리에이터’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커뮤니티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들이 ‘로컬크리에이터’의 문화적 유전인자를 발현시켜주어 자신만의 ‘로컬’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을 처음부터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선배 ‘로컬크리에이터’가 1차적 롤 모델이 되어주고 멘토가 되어 활동을 이끌어주기 때문이다. 이후에는 이들이 힘을 합쳐 공동의 ‘로컬’ 생태계를 두텁게 만들든, 흩어져 각자의 ‘로컬’ 생태계를 만들든, 더 많은 ‘로컬’의 가능성을 펼쳐나가기도 한다.

2019년 10월 “안녕, 로컬”이라는 슬로건으로 열렸던 ‘로컬크리에이터 페스타’는 그런 ‘로컬’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행사였다. 처음으로 ‘로컬크리에이터’들이 한 자리에 모인 행사라는 점에서 의의를 갖고 있지만, 다양한 ‘로컬크리에이터’들의 활동상이 공개적으로 공유되고 이들과 교류할 수 있도록 도모하여 ‘로컬크리에이터’로서의 정체성과 지향점을 찾는 이들에게는 큰 힘이 되어주었다. 다양한 로컬 커뮤니티의 사례가 소개된 것도 당연한 일이다.

완도 지역 주민과 여행자, 그리고 이방인들을 기다리는 독립서점이자 소셜살롱인 <완도살롱>. <완도살롱>이 있는 점포는 1970년대부터 서점과 문구점이 거쳐 간 공간이었다. 독립출판물과 칵테일, 위스키 등을 판매하면서 문화예술모임과 이벤트, 공간 대여 등을 하고 있다.  (완도살롱 제공)

◇주류와 비주류가 공존하는 독립서점 <완도살롱>

전라남도 완도에 자리잡은 <완도살롱>의 이종인 대표. 이종인 대표는 원래부터 지역에 산재한 청년들을 연결하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 문화적으로는 사막이나 다름없는 완도에 오아시스같은 공간이 필요하다 생각했다. 완도 지역 주민과 여행자, 노마드 족을 대상으로 직업 작가이면서 디지털 노마드인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담은 독립서점을 계획했다.

그렇게 탄생한 <완도살롱>은 동네 오래된 문구점을 개조해 “주류와 비주류가 공존하는 곳”이라는 재미난 슬로건으로 펍과 칵테일바를 겸하는 독립서점이다. 그러다보니 책을 사는 서점, 책을 만나는 서점이 아닌, “술 마시러 서점간다”는 독특한 컨셉을 갖게 되었다. 독립출판물도 판매하고 있지만, 칵테일과 위스키도 판매하고 있고, 작은 문화예술모임과 이벤트, 공간 대여업을 겸하고 있다.

<완도살롱>이 무슨 대단한 일을 꾸미고 있거나 사건의 중심이 된 것은 아니다. 완도 외 부속도서를 모두 합친 완도군의 인구가 5만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굉장히 소중한 공간이자 커뮤니티라 말할 수 있다. 공간을 통해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여기서 ‘로컬’을 발판으로 새롭고 다양한 일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완도살롱>의 활동상은 이종인 대표가 ‘브런치’에 연재중인 ‘서점 완도살롱 창업기’를 통해 지켜볼 수 있다.

커뮤니티에서 출발한 청주의 로컬 브루어리 <홀리데이>는 청주의 문화를 담은, 국내 최초의 ESB맥주 십선비를 출시하는데 성공했다.  (홀리데이 제공)

◇청주의 문화를 담은 로컬 브루어리 <홀리데이>

커뮤니티에서 로컬크리에이터가 탄생한 케이스도 있다. 충청북도 청주의 로컬크리에이터 <홀리데이> 이지민 대표가 그런 사례다. 처음에는 동호회 성격의 친구들끼리의 모임으로 시작되었다. 멤버 중 한 명이 유럽 여행에서 펍 문화를 접하고 깊은 인상을 받게 된다. 취하려 마시는 기존의 음주문화와 달리 휴식이 있는 새로운 음주문화라는 라이프스타일에 심취하며 ‘홀리데이’라는 명칭의 커뮤니티로 재탄생하게 된다.

크래프트 비어를 공부해 나가며 청주를 대표하는 맥주를 만들어보자는 결심으로 청주의 문화를 담는 로컬 브루어리를 꿈꾸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19년에는 ‘10명의 청주 선비가 만든 맥주’라는 뜻의 ESB 맥주 <십선비>를 출시했다. <십선비>라는 독특한 이름은 청주를 역사적으로 떠올리면 등장하는 이미지가 ‘선비’라는 점과 연구개발에 참여한 10명의 커뮤니티 멤버의 수고를 기념하기 위함이다.

한편 이들은 청주 시내 청소년광장 인근의 공간에서 낮엔 카페, 밤엔 펍 형태의 <홀리데이> 공간도 운영하고 있다. 마을 사랑방같은 느낌의 공간으로 꾸며 청년들의 커뮤니티와 지역 커뮤니티가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커뮤니티 활동이 제조로 넘어오고, ESB 맥주라는 또다른 제품 콘텐츠를 통해 새로운 커뮤니티 활동을 전개하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울릉살이를 돕는 커뮤니티 <노마도르>  (노마도르 제공)

◇ 울릉살이를 돕는 커뮤니티 <노마도르>

울릉도의 <노마도르>는 박찬웅, 박동빈, 임효은 등 울릉살이를 위해 이주해 온 3명의 청년들을 주축으로 하는 매우 독특한 커뮤니티다. <노마도르>는 인구 9,500명에 불구한 울릉도의 문제점을 인식하며 자연이 자산인 울릉도를 보존하면서도 더 많은 청년들이 울릉도에서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활동을 한다는 점에서 소셜벤처로 분류할 수도 있다.

<울릉살이>라는 서비스 브랜드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며 울릉도의 매력을 전파하는 한편, 업사이클링 전문기업 모어댄과 콜라보해 팝업 스토어도 열었다. 팝업 스토어의 수익은 해양폐기물 문제 해결을 위한 업사이클링 제품 연구와 생산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밖에 기념굿즈 제작, 단기살이 프로그램 운영, <우리나라 가장 동쪽 영화제>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노마도르>는 2018년 말에 울릉도로 이주해 2019년에 창업해 1년여 밖에 되지 않은 터라 함부로 단정짓기 어렵지만, 울릉도에 사람을 유입시키는 노력, 울릉도 내부의 청년 커뮤니티 형성, 울릉도를 알리는 작업들이 누적된다면 앞으로 타 지역에서 울릉도로 이주하는 사람들을 돕는 지역관리회사로 성장할 가능성을 갖게 되지 않을까?

농촌을 만들어가는 청년들의 힙한 라이프스타일 커뮤니티 <팜프라>  (팜프라 제공)

◇청년 농촌 라이프스타일 커뮤니티 <팜프라>

경상남도 남해에 자리 잡은 <팜프라>는 농업을 삶의 기반으로 갖고 싶은 청년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한다. <팜프라>의 활동은 기존의 귀농귀촌 운동과는 차별성을 갖고 있다. 귀농귀촌 운동 대부분은 지자체와 협력하여 활동하고 있어, 특정 지역의 귀농귀촌이 핵심이지만, <팜프라>는 청년이 대한민국 어느 지역의 농촌에 가더라도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목표다.

<팜프라>의 특징은 이런 것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농촌이라 하면 구식, 유행이 지난, 옛것 등을 떠올리기 일쑤며, 이는 청년들에게 달갑지 않은 면이기도 했다. <팜프라>는 농촌으로 이주하려는 청년들의 맘에 드는 새로운 의식주를 설계하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다. 그 첫 번째 성과물로 청년농부를 위한 이동식 DIY 목조주택 <코부기>를 개발했다.

이런 노력의 누적으로 경상남도 남해시의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 남해시로부터 청년들이 농촌 정착을 위해 촌락을 구성할 수 있는 땅을 제공받게 된다. 이게 ‘판타지 촌라이프를 위한 청년마을 <팜프라촌>’의 시작이다. <팜프라촌>에 모인 청년들은 실패의 부담없이 농촌 살이에 도전해볼 수 있다. 농촌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기술을 배워나가며 농촌에 정착할 자본금이 없는 청년들의 상황 속에서도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앞으로 다른 지자체에도 <팜프라촌>을 확산시켜 다양한 지역살이의 선택지와 다음 세대를 위한 완충지를 제공한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청년 크루들과 함께 기획하고 진행한 <청춘여가연구소>의 시민정원사 프로젝트 '꽃천안'  (청춘여가연구소 제공)

◇크루가 기획자로 성장하는 커뮤니티 <청춘여가연구소>

왕성하고 활발한 커뮤니티의 특성이 두드러지는 곳은 정은빈 대표가 운영하는 <청춘여가연구소>가 아닐까 한다. <청춘여가연구소>는 다양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커뮤니티의 크루들이 이합집산하며 창의적인 결과물을 내는 사례를 보여준다.

<청춘여가연구소>는 매력적인 관계와 삶을 위한 커뮤니티 디자인, 문화기획을 통해 공동체를 디자인하고, 비즈니스 차원에서 커뮤니티 교육, 행사기획, 지역축제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만 설명하면 커뮤니티인지, 비즈니스 조직인지, 소셜미션을 가진 단체인지 애매하게 여겨질 수 있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굳이 유형화하자면 ‘소셜살롱’의 일종이라 보면 될 것 같다.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하는 과정 속에 커뮤니티에 합류한 크루들과 함께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식이라고 할까?

이는 <청춘여가연구소>를 운영하는 정은빈 대표가 대중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이끌어내는 탁월한 문화기획자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서울 서대문역 인근에 공유서재와 공유주방을 조성해 커뮤니티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고, 일부러 의도한 건 아니지만 커뮤니티 활동의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로컬크리에이터’를 훈련하고 배출하고 있다.

◇힙합 크루와 유사한 로컬크리에이터 커뮤니티의 세계

다양한 사례들을 늘어놓았지만, 이런 것들만으로는 ‘로컬크리에이터’들의 커뮤니티 전부를 설명할 수 없다고 본다. 다만 속속 등장하는 ‘로컬크리에이터’들의 형태를 관찰할 때, 로컬 씬의 ‘커뮤니티’가 힙합 씬의 ‘크루’와 유사한 면을 지니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힙합 ‘크루’는 힙합 뮤지션을 설명할 때 등장하는 개념으로 함께 힙합을 하는 집단이나 동호회를 뜻한다고 보면 되겠다. ‘크루’는 소속사 개념을 지닌 ‘레이블’과 같은 레벨에서 힙합 씬의 다양성을 대변하기도 한다. 이를 다시 ‘로컬크리에이터’의 세계로 투영하면, ‘커뮤니티’가 ‘크루’처럼 크리에이티브 팩터factor를 가진 멤버들을 품고 키우는 역할을, 이 과정에서 탄생한 ‘로컬크리에이터’는 힙합 ‘레이블’처럼 구체적인 비즈니스 형태로 유형화된다고 볼 수 있다.

로컬 커뮤니티가 점점 더 중요성을 갖는 건 1인가구의 증가와 지방소멸이 가속화되는 것과도 궤를 함께 한다. 공동체의 규모가 축소되며 1인이 중심이 되는 경제생활과 라이프스타일로 변화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동시에 미시적이지만 ‘로컬’로의 이주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탈물질주의’적 전환을 가속화하는 시대정신의 변화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탈물질주의 가치관이 가져온 변화

가까운 나라 일본은 지금 언급한 모든 현상이 우리보다 20년 먼저 시작되었다. 1989년 10월 2일 일본 중의원을 대상으로 한 총리 연설이 일본 정부 최초로 저출산과 고령화를 언급하는 기점이 되었다. 당시 일본 언론은 이를 ‘1.57 쇼크’라 불렀는데, 그 이후로 일본은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으나 어떤 정책도 성공하지 못했다.

여기에 2011년 닥친 동일본대지진은 또 다른 변곡점을 제공했다. 대지진에 이어진 쓰나미, 거기에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안전’이라는 화두를 던졌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로컬을 향한 이주를 꾀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즉, 저출산·고령화와 더불어 나타난 원도심공동화, 지방소멸, 도시재생 등의 경험 뿐 아니라, 기존의 공동체에 새로운 일원이 편입되고, 새로운 커뮤니티가 형성되는 경험도 이미 해본 것이다.

우리나라도 시대정신의 변화를 가져온 사건이 있었다.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다. 기성세대는 느끼지 못할 수 있으나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을 따랐다가 더 크게 벌어진 대형참사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와 같은 새로운 세대에게 굉장히 큰 반향을 일으켰다. 기성화된 것을 거부하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가치관, 탈물질주의적 가치관, 소확행, 워라맬, 가심비 등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소중히 여기는 생각 등이 자신의 ‘로컬’을 찾고, 라이프스타일 중심의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로컬크리에이터’로서 자신만의 독립 생태계를 창출하도록 이끌고 있다.  (시즌1 마침)

지금까지 총 8편으로 구성된 연재를 끝으로 <로컬의시대> 첫번째 시즌을 마칩니다. <로컬의시대> 첫번째 시즌에 게재된 기사를 조금 더 가다듬어 6월 중 작은 책으로 펴낼 예정도 갖고 있습니다. 곧바로 이어질 두번째 시즌은 정부 정책과 현안 등 다소 무거운 주제들을 폭넓게 풀어나가는 대담과 특별기고로 채워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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