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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화랑_이야기(4)] 로컬을 즐기는 양화림 게스트들

“누가 올 줄 알고? 같은 공간에서? 불편하지 않겠어? 무섭지 않겠어?”

주말이면 늦잠이나 푹 자고, 보글보글 된장찌개를 끓어서 나눠 먹으며, 신혼을 만끽하는 게 아니라 <양화림>이라는 이름을 가진 <에어비엔비>라니! 사실 주위에서도 여간 신기하게 본 것이 아니었다. 사실 집 전체가 아니라 방 한 칸을 이용하는 것이고, 게스트들도 어느 정도 <에어비엔비>를 사용해본 이용자 위주라 운영에 큰 어려움은 없다. 그 덕인지 아직까지 모든 게스트가 나이스했다.

“난 다만 침대만 준비했을 뿐인데, 세계여행을 하고 있어!”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만난 에어비앤비 호스트의 말이 아직도 생생하다. 들을 당시에는 몰랐는데 <에어비앤비>를 하다보니 우리도 집안에서 여행 중이었다. 미국, 중국, 대만 등 여러 국가의 게스트들이 찾아왔고, 우리도 그들과 함께 여행을 즐기고 있다. 몇몇 게스트는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하디와 함께  (양화랑 제공)

◇ 주말마다 아시아 도시를 여행하는 ‘하디’

하디는 미국인 게스트였지만 배경이 이색적이다. 가족이 이란 이민자 출신으로 미국 덴버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현재는 싱가폴 금융사에서 인턴 근무 중이라 했다. 특히나 인상적인 부분은 바로 그의 라이프스타일이었다. 체험하고 도전하는 걸 좋아하다보니 주말마다 인근 아시아 국가로 여행하는 것을 즐긴다고 했다. 이렇게 부러운 라이프스타일이 있나 싶었다.

지난 주말에도 다른 아시아 국가에 여행을 왔다가 공항에서 즉흥적으로 다음 행선지를 정했는데 그게 부산이었다. 표를 끊고는 공항에서 부랴부랴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예약하고 구글로 어디 갈 지를 정했다. 그의 여행 막바지 일정에 우리도 함께 동참하게 되어, 어딜 갔다왔냐 물어보니 부산감천문화마을부터 이름 모를 인근 산까지 구글 맵을 보며 참 부지런히 다녔다. 인스타 스토리 하이라이트 기능으로 여행지마다 에피소드를 기록했는데 스토리 기능 중 투표기능 등을 이용해 지인들과 소통하는 방식도 신선했다.

하디는 “산을 뒤로 하고 창문 너머로 낙동강과 김해 일대를 보며 새소리를 들으며 깬 아침이 최고의 숙박경험”이라고 했다. 럭셔리한 어메니티는 아니지만, 부산의 로컬을 덕분에 제대로 경험했다며 부산에 다시 오고 싶다고 했다. 하디! 다음엔 덴버의 새소리를 들으러 우리가 갈게!

라이언 커플과 함께  (양화랑 제공)

◇ 차곡차곡 쌓은 연차로 부산행! ‘라이언 커플’

라이언 커플은 홍콩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베이징에서 살고 있는 커플이다. 한창 홍콩 이슈가 불러질 시점이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싶었지만, 정치적 이슈다보니 꾹꾹 참았다. 중국의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이젠 대표 IT기업 중 하나가 된 <징동닷컴(JD.com)>에서 일하는 커플이었는데, 사내 교육 프로그램에서 인연이 되어 만났다고 했다.

대화 중 흥미로운 몇 가지가 있었는데, 첫 번째는 모든 임직원의 평균 업무 시간이 9to9이며 주 6일제인데,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주 5일제에서 주 4일제가 나오는 한국에서 주 6일제라니. 그런 시대가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인데, 이들은 힘들게 연차를 모아서 부산을 온 것이다.

<징동닷컴>같이 큰 기업도 이렇다면 작은 기업들의 복지는 어떨지. 다른 측면에선 중국도 주 5일제가 되고 사드로 불거진 이슈가 사라진다면 중국인 관광객 유입은 정말 본격화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코로나19로 인해 여행의 행태가 어떻게 달라질 지는 미지수이지만 말이다.

라이언 커플은 한국 여행을 하는 동안은 음식점이나 관광지 정보를 한두 개 어플에서 확인한 후 움직였다. 숙박은 물론 모두 <에어비앤비>로 해결했다. 중국 역시 개별 여행이 대중화되고 스마트폰으로 현지 정보를 얻는 게 일상화되고 있는 걸 피부로 느꼈다.

대화 마지막에 놀랬던 건, 창업에 대한 꿈과 열정이었다. IT 비즈니스 분야에서 일하다보니 창업에 관심이 많았는데, 본인 역시 경력을 쌓고 창업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저렇게 열심히 일하면서도 창업에 대한 열정이 식지 않는 중국의 20대를 보며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 유튜브가 불허된 대륙인과의 소통은 어떻게 이어가나 싶었는데 마지막 우리를 연결시켜준 건 링크드인(LinkedIn) 서비스. 한국에선 좀처럼 쓸 일이 없었는데 이렇게 링크드인 서비스를 쓰는구나. 베이징에서 봐, 라이언! ?

IT 플랫폼은 소중한 인연을 이어주는 도구  (양화랑 제공)

 

먀오와 함께  (양화랑 제공)

◇부산의 로컬을 찾아온 로컬여행자 ‘먀오’

먀오(渺, Miao)는 서울에서 다년간 근무하다 올해 1월에 다시 대만으로 넘어갔다. 부산은 서울에서 거주할 때 가끔 놀러왔다고 한다. 이번에는 개인 여행으로 부산을 왔다. 확실히 저가항공 덕에 아시아 국가간 여행이 대중화되었는지, 들어보니 부산-타이완 간 항공료가 서울-타이완 항공료보다 저렴하다고 한다. 심지어 대구-타이완이 더 저렴하다고. 앞으로 코로나19로 도시 간 노선이 어떻게 달라질지도 관전 포인트가 되겠다.

여행 스팟은 어떻게 짰냐고 물어보니, 고민중이라고 했다. 프리랜서이자 보부상처럼 유통업을 하는 그녀에게 부산은 낯설지 않은 곳인지 부산의 로컬이 묻어나는 곳을 찾는 듯했다. 여러 번 방문을 한 이유에선지 굳이 동선을 세부적으로 짜진 않은 모양이었다.

오지라퍼답게 어떤 걸 보고싶냐며 로컬 루트 컨설팅을 자청했다. 커피를 좋아하니 맛있는 카페나 로컬에서 유명한 카페, 그리고 로컬 맛집을 알고 싶다고 한다. 이리 저리 추천하다보니 아주 빡센 일정이 나왔다. 결국 다는 못가고 <B4291>과 <영진돼지국밥>을 갔는데 아주 만족스러웠다고 한다.

[먀오에게 추천한 ‘매우 빡센’ 양화림st 로컬코스]
남포동(환전)-동광동 바우노바-B4291-영도대교(도보) -영도 젬스톤(대관으로 구경만)-깡깡이마을-전포 베르크- 전포카페거리-북그러움-전리단길-영진돼지국밥 대연점- 부경대 인근 카페구경-해리단길 투어(옵션)

먀오가 대만의 로컬을 소개하고 싶다며 선물한 대만 과자  (양화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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