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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혁주
  • 지난 특집
  • 입력 2020.06.17 18:01
  • 수정 2021.04.26 15:05

[6월특집(1)] "라이프스타일이 담긴 즐거운 케이크" - 도레도레 김경하 대표

[비로컬 팟캐스트-22회] 로컬F&B: <도레도레> 김경하 대표

6월 특집은 로컬 콘텐츠를 담는 콘테이너로서의 로컬 F&B를 다뤄봅니다.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자리잡은 <도레 글로서리>에서 <도레도레> 김경하 대표를 만났습니다. 35개 매장과 R&D의 과정, 수백명의 임직원 이야기보다 김경하 대표가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과 로컬트렌드에 대한 열망을 담아보았습니다.

<배민아카데미> 강의중에 (김경하 페이스북)

◇비로컬 윤준식 편집장(이하 ‘윤’): 뜨는 골목길 이야기를 할 때 빠지지 않는 곳이 여기 신사동 가로수길인데요. 김경하 대표님이 초대해주셔서 저희가 <도레도레 글로서리>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도레도레> 1호점이 강화점이더라고요? 디저트 전문점 같은 경우는 그래도 인구 밀도가 있고 디저트를 즐기는 20~30대 여성들을 주축으로 창업을 해야할 것 같은데 인구 밀도도 적고 접근성도 떨어지는 강화도라는 섬에 1호점을 내셨거든요? “로컬에서 창업하신 이런 시도가 신선하고 좋다”, “어떻게 그렇게 담대한 결정을 내리게 됐을까?” 그런 질문을 갖고 찾아뵀습니다.

◎도레도레 김경하 대표(이하 ‘도레도레’): 처음 시작은 인천 구월동서 했어요. 그리고 나서 강화점을 오픈하고 본점을 강화도로 옮긴 거예요. 사실 제가 어렸을 때 인천에서 살았거든요? 고등학교 시절은 영종도에서 3년을 보냈고, 마침 강화도로 저희 집을 옮기게 된 거예요. 강화도와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죠.

영종도에서 3년을 살아보면서 사람들이 도서산간지역이라 표현하는 곳이 정말 좋다는 걸 알았어요. 왜냐하면 사람들이 많이 없는 곳에서 눈을 떴을 때 상쾌한 기분이 들거든요. 어린 시절의 경험이지만 정말 소중한 추억이었거든요. 아침에 집 앞에 산책 나가면 새도 많고 꽃도 많고 공기도 좋고 앞에 밭에 나가면 맛있는 것도 열려있고요.

“아, 오늘 하루는 뭘 하면서 보내지?”라는 생각을 하며 걸어 다녔던 공간에 추억이 쌓여 이 로컬을 더 좋아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고, 그 소중함도 알게 된 것 같아요. 강화로 본점을 옮겨야 되겠다고 생각을 했을 때도 기분 좋게 옮길 수 있었어요.

<도레도레 강화점> (beLocal)

◎도레도레: 저는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거든요? 가고자 하는 의지만 있으면 전국 어디든 잘 돌아다니는 성격인데, 나같은 사람이 또 있을 거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내가 가진 아이템이 정말 가능성 있고 경쟁력 있다면 나를 보러 사람들이 어디서든 오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마침 강화 이전 시기가 2000년대 초반, 중반이었으니까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커뮤니티들이 붐업되는 시기였거든요. 내가 경쟁력이 있다면 인터넷을 통해 여기저기 소문이 흘러갈 거니까 그런 부분을 좀 더 신경 쓰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생각을 바꾸고 보니 오히려 경쟁자가 많이 없는 거예요. 지역에 경쟁자가 서울만큼 많이 있는 게 아니거든요. 그러면 강화도에 놀러오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있다는 것만 알리면 자연스럽게 알지 않을까 했어요. 어차피 오시는 손님들 모두 차를 가지고 오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도시인의 라이프스타일이 원하는 자연을 재해석한 정원이 <도레도레 강화점>의 핵심이다. (beLocal)

◎도레도레: 주중에 회사를 다닐 때는 시간이 여유가 많지 않아서 커피를 마시라도 회사 앞이나 짚 앞 주변을 찾잖아요. 근데 주말에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거나 드라이브를 하거나 리프레쉬를 하고 싶을 때는 30분 더 먼 곳을 간다고 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잖아요. 그래서 서울에서 보여주지 못하는걸 보여줄 수 있다면 지역적인 핸디캡은 중요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자연을 더 많이 보여드리려 하는데, 도시에만 살던 사람들이 거친 자연에 적응을 못하는 경우도 있어서 이 사람들이 원하는 자연, 삶의 방향 이런 것들이 뭘까 고민하며 로컬에서 풀 수 있는 중간점을 찾은 거죠. 지금은 이곳 가로수길 점포보다 강화점에 방문하시는 고객수가 훨씬 더 많은 편이죠.

◇윤: 본점이 이전하면서 강화점이 1호점이 됐다고 겸손하게 설명해주시긴 했지만, <도레도레>가 강화점을 시작으로 전국망을 갖게 된 F&B 사업체라는 점에서 로컬에 있는 분에게는 앞서가는 사람의 등을 바라보며 따라갈 수 있는 선두주자의 역할이 아닌가 생각하게 됐어요. 말씀을 들으며 모종린 교수님의 골목길 자본론의 몇 페이지를 옮겨 놓은 듯한... 본문을 보면 “새롭게 등장하는 개성 있는 가게들이 독립하고 비즈니스가 활성화 될 수 있는 방법들이 SNS나 인터넷의 발달”이라 보고 있거든요.

“그런 것들을 즐기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그런 활동을 즐기면서 내가 인스타로 나를 멋지게 표현할 수 있는 것, 나의 라이프스타일을 뽐낼 수 있는 걸 찾다보니 그런 과정들 속에서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가 성장하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김경하 대표님 말씀 중에 주말에 가까운 근교로 여행하는 라이프스타일, 특별한 장소에서의 특별한 경험을 원하는 라이프스타일, 특히 도시의 라이프스타일이 원하는 자연을 제공하는 것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성공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유추돼요.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는 <도레도레 글로서리> 모습 (beLocal)

◆비로컬 김혁주 발행인(이하 ‘김’): 그 동안 <도레도레>가 <킨포크>같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딱히 설명을 못했거든요. 인테리어나 갖고 계시는 F&B 메뉴 자체에 말씀하신 지향점이 있다는 생각을 안 해봤고, 외부에도 그렇게 언급한 적이 없으시잖아요? 왜 저 혼자 <킨포크>같다는 해석을 했나 했는데, 처음 시작 자체가 그런 성향이었던 거네요?

◎도레도레: 원래 제 전공은 도시공학인데, 도시, 지역, 사람들의 주거 이런 것들을 연구하고 계획하고 설계했어요. 그때의 꿈은 ‘디벨로퍼(developer)’가 되는 거였는데, 제가 재생, 도시재생, 로컬에 관심이 많고,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좋아하는 성향이라 내가 좋아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특히 먹는 걸 너무 좋아했는데, 공간을 가장 가볍게 이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외식이더라고요. 나와 같은 공감대와 관심사가 있는 사람들이 내가 좋아하는 공간에 모여서 이야기 나누고 서로의 문화도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F&B 사업을 시작했어요. <도레도레>라는 회사를 차릴 때도 ‘라이프스타일 데코’라는 슬로건으로 출발했어요.

◆김: 사실은 <도레도레> 덕후라서 매장 여러 군데를 다녀보긴 했거든요. 그럴 때마다 느껴지는 지향점이 라이프스타일의 추구점이랄까? 앞서 “뭔가 내 라이프스타일에 끌리면 와라!” 이런 뉘앙스의 말씀을 자신있게 해주셨잖아요?

◎도레도레: 제가 F&B 사업을 시작한 계기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팔거야”는 아니었어요. 내 라이프스타일을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바라보는 방향으로 삶을 끌어나가는 방식을 추구했어요. <도레도레>의 ‘도레’가 불어로 ‘금’이라는 뜻이에요. ‘도레도레’라고 하면 ‘반짝반짝’, ‘황금빛의~’라는 의미예요. 저희 슬로건 ‘라이프스타일 데코’가 “삶을 황금빛으로 물들이다”라는 뜻이거든요. 저희가 바라보는 방향을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어서 F&B 사업을 시작하게 된 거죠.

저희가 진행한 프로젝트나 레이블 중 <고마워 케이크>도 “달콤하면 고마운 사람에게 선물하세요”라는, 내 마음을 표현하는 매개체로 F&B가 활용된 거고, <도레식탁> 프로젝트도 여럿이 한 테이블에 모여 밥 먹고 이야기 나누고 시간을 보내는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하고 공유하고 싶었어요.

우유 100%로 만든 생크림 속에 달콤한 생딸기가 가득한 <고마워 케이크> (도레도레 페이스북)

◎도레도레: 보통 밥 먹을 때 “음식이 맛있다, 맛없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말 즐거운 식사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이야기를 하면서 맛있게 먹는 한 끼’잖아요? 그런 따뜻한 기억을 심어주고 싶었어요. <디쉬룸> 브랜드를 만들 때 ‘완벽한 한 접시’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이유도 단순히 음식만 제공하는 곳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하는 키친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예요. 그러다 보니 위치에 따라 분위기가 바뀐 매장들 속에 그런 메시지를 전체적으로 담으려고 많이 노력해요. 메뉴, 인테리어, 공간, 식기까지 여러 이야기를 넣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윤: 보통 우리가 로컬 F&B라고 이야기하면 F&B에 로컬을 담는 걸 이야기하는데 도레도레는 라이프스타일을 로컬에 담는 경우로 거꾸로 간다는 차별화 되는 게 있어요.

◆김: 로컬 지향의 라이프스타일을 어디에 담을 거냐는 고민을 말씀해주신 것 같아요. 현재 매장 수가 35개 정도 되잖아요? 그래서 저는 전국을 평정하실 건가 싶었는데, 지금 말씀해주신 대로라면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추구점 때문에 다양한 시도를 하다 보니 매장이 점점 확대된 게 아닐까 생각되네요.

◎도레도레: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성향이다보니 어떤 곳에 가게 되면, 그곳에서의 나의 삶은 어떨지 고민해 보곤 해요. 부산 청사포는 아직도 해녀가 있는 어촌 마을이 있어서 해녀들이 캔 해산물을 부녀회가 팔기도 하고 그런 곳이거든요.

또 이곳이 동해라 아침 햇살이 정말 좋고, 눈을 뜨면 제주만큼 바다가 가까이 있는 곳이긴 한데...

부산 특유의 복작복작함, 사투리의 억양, 그런 즐거움을 담을 수 없을까 생각하다가 ‘개복치 케이크’를 만들었어요. “이것이 부산의 위트다”라고요. “청사포 바닷가는 부산 사람들도 많이 안 가는 곳인데 여기서 이상한 케이크를 먹으며 놀면 재미있지 않을까?”, “젊은 친구들이 올만한 재밌는 요소가 되지 않을까?”해서 청사포에 매장을 낸 거예요.

부산의 자연과 정서를 담아 개발한 <개복치 케이크> (도레도레 페이스북)

◎도레도레: 가로수길 매장도 가로수길은 아티스트들이 이 공간에 와서 영감을 받을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인테리어나 VMD나 케이크의 화려함도 매장마다의 컨셉에 맞춘 거였죠. 항상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어요. 로컬 식재료도 오히려 가로수길 매장에서 더 많이 사용해요. 제주도 유기농 레몬으로 레몬에이드를 만들기도 하고... 왜냐하면 이 공간은 대중드이나 로컬로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이 오는 공간이잖아요? 그런 사람들에게 로컬을 소개하는 공간이 되면 좋겠다 싶었어요.

‘그로세리’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로컬 식자재와 제과점을 합쳐놓은 형태의 식자재가 많이 들어나는 제과점이면 좋겠다는 취지예요. 에전에는 ‘프로젝트 빌리지’라는 이름으로 레스토랑과 디저트를 겸하는 느낌으로 했었고, 다음으로 ‘아트 빌리지’라는 이름으로 전시를 정말 많이 했었어요. 소품, 리빙, 가구, 전시로 팝업을 많이 열어요. 지금은 라이프스타일에 관련된 것들이 보여질 수 있는 공간, 다양함을 보여줄 수 있는 공간으로 가로수길점을 활용하는 거죠. 이런 식으로 모든 매장에 기본적인 제품들은 다 갖추어 놓긴 하지만 각 지점마다 있는 시그니처 메뉴들은 그 매장에 가야지만 먹을 수 있는 것들로 만들고 있어요.

다양한 먹거리를 통해 '글로서리' 이미지를 강화한 <도레도레 신사점> (beLocal)

◇윤: 지금까지 <도레도레>의 표면적인 부분만 보시는 분들은 점포의 분위기, 작품성, 라이프스타일 이런 내용에 관심을 가지겠지만, 로컬에서 비즈니스를 시작하시는 분들이 많은 자본을 갖고 시작하지는 않거든요? 그렇다면 결국 F&B의 본질은 ‘메뉴’ 그 자체를 들여다보는 데서 나오는 게 아닌가? <도레도레>는 표현하고 싶은 라이프스타일을 F&B 본연의 가치에 담았다고 보여지거든요? R&D에 대한 이야기가 후발 창업자들에게 많이 도움될 것 같아요.

◎도레도레: 초기에는 제가 다 개발을 맡았어요. “맛있다, 맛없다”로 표현되는 F&B가 매력적이지는 않아서 조금 다른 포인트를 담고 싶었어요. 맛이라는 건 굉장히 주관적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대중성은 있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대중적이기만 한 음식을 만들기는 싫었어요. 그래서 대중성 있는 레시피를 어느 정도 잡고, 일부는 매니악하게 틀어요. 식감으로 튼다든지 원재료를 튼다든지, 남들이 잘 쓰지 않는 당을 넣는다든지, 특별한 포인트들이 있어요. 대세만 따라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다보니 호불호가 갈리더라도 고집스럽게 그런 포인트를 일부러 만드는 경향이 있어요.

◆김: <도레도레>가 ‘무지개 케이크’로 유명한데 시즌별로 조금씩 맛 차이가 있더라고요.

◎도레도레: 저도 계속 디저트를 먹는 일을 하다 보니, 사실 질리거든요?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자”주의여서 어느 정도 중간점을 찾으려고 해요. 제가 다른 사람보다 조금 매니악한 입맛을 가진 편이거든요. 보통 촉촉하고 부드러운 케이크를 좋아하는데 저는 뻑뻑한 미국식 디저트, 영국식의 단 디저트, 맛이 더 진한 걸 좋아해요. 사람마다 포인트가 다르니 어느 정도 중간점을 맞추는 거예요. 이건 여기에서만 먹을 수밖에 없게끔, 비슷한 제품을 만들더라도 우리만의 제품이 나올 수밖에 없게 많이 고민하는 편이고, 재료도 과감하게 쓰는 편이예요.

<도레도레 신사점> (beLocal)

◇윤: 부산점의 ‘개복치 케이크’는 하드코어한 디저트 속에 자유분방한 발상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식 세계화라고 해서 꼭 우리나라 사람들의 전통 음식이나 디저트를 권하는 걸 넘어, 한국만 갖고 있는 식재료가 담겨 새롭게 재해석된 서구를 보여주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음식이라는 게, 각 나라가 교류하며 식재료와 메뉴를 교류해온 거 잖아요? 그런 면에서 <도레도레>가 서양에서 전래된 케이크를 중심으로 하는 것 같아 보여도 로컬을 담고 잇기에 굉장히 ‘글로컬’한 시도를 하고 계신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 <도레도레>가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동감하시는 분들이 35개나 되는 점포를 모두 애용해 주시는 게 아닌가 싶고요. 어떤 형태로든 후발주자로 로컬 F&B 사업을 시작하시는 분들에게는 선두주자로써 등을 보여주는 역할이 되지 않을까, 부지런히 쫓아가다 보면 결승점까지 갈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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