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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혁주
  • 지난 특집
  • 입력 2020.06.19 21:33
  • 수정 2020.06.20 15:08

[6월특집(2)] "로컬 크래프트 브루어리가 뜬다" - 홀리데이 이지민 대표 ①부

[비로컬 팟캐스트-23회 1부] 로컬F&B에 로컬콘텐츠를 담다: 홀리데이 대표 이지민

6월 특집은 로컬콘텐츠를 담는 콘테이너로서의 로컬 F&B를 다루고 있습니다. 충북 청주의 로컬콘텐츠로 크래프트 비어를 만들어 가는 <홀리데이> 브루어리 이지민 대표님을 만났습니다. 크래프트 스피릿이 가득한 브루어리 이야기부터 국내에서 재배한 홉 이야기와 홀리데이 브루어리만의 독창적 레시피 그리고 홀리데이만의 크래프트 브루어리 커뮤니티 빌딩까지 짧은 시간안에 다양한 논의를 알차게 담았습니다.

비로컬 윤준식 편집장(이하 ‘윤’): 오늘은 충북의 대표적인 로컬크리에이터, 로컬 크래프트 브루어리 <홀리데이>의 이지민 대표님 오셨습니다.

▲홀리데이 브루어리 이지민(이하 ‘이’): 반갑습니다. 충북 청주에서 ‘로컬 크래프트 비어’를 양조하는 <홀리데이>의 이지민이라고 합니다. 저희는 충북에 있는 다양한 재료를 활용하거나, 충북의 콘텐츠로 스토리텔링 한 맥주를 만들고요. 지역에서 활동하시는 분들과 함께 맥주에 관련된 다양한 활동도 합니다. 재밌는 양조장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윤: 이름이 왜 ‘홀리데이’인가요?

이: ‘홀리데이’라는 이름은 단순한 생각에서 나온 것인데요. 저희 양조하시는 분께서 영국의 펍 문화를 굉장히 좋아해서 가봤는데 회식 장소나 카페에서 수다를 떠는 우리랑 달리 영국은 하루 일과가 끝나면 펍에서 수다를 떨면서 저녁 8~9시가 되면 집으로 “Bye, Bye~” 하면서 가는 문화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문화를 보면서 우리처럼 주류를 즐기는 게 “부어라, 마셔라!” 하는 분위기가 아니라 하루의 마무리를 이렇게 하는구나 느껴서 청주에도 이런 분위기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시작한 게 <홀리데이>의 시작입니다.

윤: 휴일, 축제 이런 의미군요?

이: 저희 맥주를 마시면서 하루를 좀 편하게 마무리했으면 좋겠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또, 저희 청주가 안타깝게도 ‘노잼 도시’라는 불운의 타이틀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이 타이틀을 없애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서 처음에 시작하면서 “맥주도 재밌게 만들어 보자!” 했습니다. 사실 크래프트 비어 문화 자체는 굉장히 재미있거든요. 대기업 맥주에 탄압받던 시대가 있었기 때문에 독창적으로 만들려는 분들이 많아서 산업 자체에 ‘악동’ 이미지가 있어요. 그래서 그 이미지를 살려서 “우리 맥주는 더 재미있게!” 사람들이 딱 들으면 맛뿐만이 아니라 보는 즐거움, 듣는 즐거움도 느끼게 해보자는 의미에서 시작했습니다.

윤: 그래서 홀리데이 제품 로고도 재밌군요.

이: 페이스북 페이지에 ‘홀리데이’라고 치면 저희 로고가 뜨는데요! 뽀글머리한 사람이 하늘을 바라보며 이를 질끈 문 표정인데, 사실 이 표정이 양조를 담당하는 저희 헤드브루어의 사진을 그대로 따서 만든 거예요. 이 표정은 마스터가 유럽에 갓다가 맥주를 마시다가 너무 맛있어서 “크으~!” 했던 표정을 순간적으로 찍은 거예요. 이걸 로고로 만들면 우리의 생각이 잘 표현되지 않을까 했습니다.

윤: 팀원들 구성은 어떻게 되나요?

이: 저를 포함해 도와주는 분까지 네 명인데 처음 시작했던 세 명의 스토리가 재밌어요. 제가 대학 생활할 때, 청년활동의 하나로 강연을 만들고 기획하는 대외활동을 만들었어요. 그때 기획했던 강연 중에 ‘미친 실행력’이라는 책의 저자를 모시고 청년들의 실행력이나 취업에 관한 고민들을 이야기로 풀어주고 싶었어요. 그 강연에 지금 같이 하는 공동대표이자 팀원이 오게 된 거였요. 

양조를 담당하는 친구도 ‘미친 실행력’ 강의와 인연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 때로부터 1년 뒤에 어쩌다 술자리에서 만났거든요? 저도 그 친구가 제가 만든 강연을 듣고 양조를 시작했다는 건 몰랐는데, 나중에 이야기를 듣고 알게 되었어요.

강의를 통해 “나도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걸 해야겠어!”라고 결심해서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서울에 올라가 1년 동안 양조를 배운 거예요. 정말 몰두해서 하다 보니 양조를 배우러 온 분들 중 제일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수석으로 졸업했어요.

그 친구가 양조를 배우는 사이, 저는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경험을 좀 쌓은 상태였어요. 1년 뒤의 만남에서 그때 강의가 너무 고마웠다는 이야기도 나누고 그러다 보니 서로 재밌고 마침 저도 맥주를 굉장히 좋아해서, 맥주로 함께 일해 보지 않겠냐 해서 팀을 꾸리게 되었죠.

윤: ‘로컬 크래프트 브루어리’라고 처음에 소개하셨는데, 요즘 크래프트 비어가 많이 늘어나고 있는데 한때 ‘수제맥주’라는 말이 유행했어요.

이: 업계에 계신 분들도 처음에는 ‘수제맥주’라는 말이 워낙 대중화되다 보니까 “맞다”고 하셨는데, 업계 사람들끼리는 그 표현을 안 쓰죠... ‘크래프트 정신’이라고 로컬 정신과도 비슷한 개념인데, 맥주도 본인의 신념과 철학으로 만들어진 하나의 작품인데 그걸 모두 통틀어서 ‘수제맥주’라고 해버리니까 업계에 계신 분들은 꺼리는 단어가 되더라고요...

◆비로컬 김혁주 발행인(이하 ‘김’): 저가형 안주들과 맥주를 함께 묶어서 파는 숍들이 많았죠. 수제의 의미가 ‘공장에서 획일적으로 찍어 내는 것과는 다르다!’, 그렇게 쓰인 것 같은데 요즘은 다 수제죠~

이: 맞습니다! 손으로 안 만든 게 어디 있어요~ (웃음)

윤: 그동안 맥주는 대기업 맥주들이었잖아요. <카스>라든가 <테라>, <하이트> 등... 그런 것만 보면 “맥주는 대규모 시설이 있어야만 만들 수 있나 보다” 생각했거든요? 언제부터 크래프트 비어들이 쏟아져 나온 건가요?

이: 크래프트 비어가 우리나라에서 제일 처음 시작된 건 2002년 한일월드컵 때였어요. 그때 ‘홈브루잉’이라고 집에서 맥주를 양조할 수 있도록 정부가 규제를 풀어줬어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수제맥주가 시작된 계기에요. 그런데 그렇게 법안을 풀어줘도 세금 문제같은 것들이 워낙 크기 때문에 소규모로 만들기엔 수지타산이 안 맞았죠. 그래서 지금까지는 산업이 천천히 발전해 오다가 최근 주세법이 아예 바뀔 정도로 오픈마인드로 바라봐 주고 있어 업계가 계속 성장할 거라고 다들 생각하시더라고요.

윤: <홀리데이> 팀이 “맥주를 만들어 보자!”라고 의기투합한 때는 정확히 언제인가요?

이: 2018년 12월이에요. 원래는 2017년부터 저희가 작은 맥주 파티를 동네에서 시작했어요. 크래프트 비어에 관심 있으신 분들이 청주에 조금 계셔서 저희가 공방에서 작업 가능한 양인 20리터 정도를 직접 손으로 만들어 대접해 드려봤거든요. 그건 진짜 손으로 만든 건데, 돈을 받고 팔면 불법으로 간주되므로 그냥 무료로 드렸어요. 그게 지금 저희 <홀리데이> 파티 문화의 시초인데 거기서 저희가 만든 맥주를 평가받기도 하고, 더 개선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에 대한 얘기도 하고...

윤: 그럼 <홀리데이> 로컬 크래프트 비어의 취지는 파티에 있는 거군요?

이: 그렇죠. 저희 팀 세 명이 다 노는 걸 좋아해서! 처음에는 파티에 한 10~20분이 모였는데, 물론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거의 못 했지만, 작년 겨울까지만 해도 최소 한 40명 정도는 좁은 공간에 꽉 차서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윤: 최근에 맥주 종류가 굉장히 다양해지고 있거든요~ 마트 같은 델 가도 외국산 맥주가 많이 들어와 있고! 에일 맥주도 있고, IPA 맥주도 나오고...

본문에서 말한 <맥주사전>은 아니지만 크래프트 비어를 설명한 책. (예스24 제공)

이: 사실 지금도 <‘맥주사전>이라고 성경처럼 나온 맥주바이블이 있어요. 저도 2018년부터 맥주 공부를 했는데 아직 잘 모르는 맥주도 많고... 물론 대부분의 맥주는 알지만 굉장히 다양하고 재밌는 맥주의 역사가 많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지금 만드는 맥주들도 국내에서 흔히 마실 수 있는 맥주보다는 외국에 가야 마실 수 있고 우리나라에는 많이 없는 맥주들을 좀 골라서 만들어 보려고 해요. 아까 청주라는 도시를 재미있게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와 연계되는데, 청주에서만 마실 수 있는? 그런 브랜드를 좀 만들고 싶어서...

“이거 마시고 싶으면 청주로 와~”, “멀리 해외 나가지 말고 청주로 와~” 이런 식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려고 일부러 흔하게 마실 수 있는 맥주보다 외국에서만 마실 수 있는 마니악 맥주들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윤: 진정한 로컬이네요. 그런데 보통 쉽게 유통되어서 마트에서 구입해서 마시는 병맥주, 캔맥주하고 생맥주는 어떻게 다른 거예요? 생맥주도 배달시키면 페트병에 담아서 오니까 “도대체 무슨 차이지?” 이런 생각이 들거든요.

이: 캔맥주, 병맥주, 생맥주 중에서 뭐가 제일 맛있으셨어요? 사실 양조장에서 바로 뽑아서 마시는 맥주가 가장 맛있긴 하지만, 시중에서 마실 수 있는 맥주 중에 시간이 오래 지나도 때도 가장 맛있는 건 캔맥주입니다. 맥주가 햇볕을 받으면 그 안에 있는 효모가 계속 일을 해요. 햇볕이 1%라도 투과되면 오래되면 맛이 변해요. 병은 갈색이라서 투과율이 낮잖아요. 갈색 병의 빛 차단률이 99%에요. 결론은 빛이 제일 투과가 안 되는 캔맥주가 가장 맛있습니다! 

김: 투명한 병에 든 맥주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예를 들면 <카프리>...

이: <카프리>는 라이트 라거의 일종인데요. 가볍게 마실 수 있기 때문에 발효가 아무리 많이 되더라도 맛이 쉽게 변하지 않는 거죠~. 디자인적인 요소 때문에 투명 병으로 만드시는 것 같아요. 맥주 색깔도 노란색이라 예쁘잖아요.

김: 유통이 길어지면 과발효될 수 있다는 말인거 같은데...

이: 맥주도 효모로 만들어지는 거라 주입하기 전에 효모를 여과 시켜요. 그런데 여과한다고 100% 다 여과되지 않잖아요? 그래서 오래 지난 맥주일수록 맛이 무뎌져요. 꿀팁인데, 마트에서 맥주 사실 때 뒤에 보시면 병입이나 캔입을 언제 했는지 날짜가 나와요. 날짜가 세 달 지난 건 맛이 온전하지 못할 수 있고요. 3개월이 안 넘었으면 “마시면 맛있겠다!”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렇게 하면 맛있는 맥주 드실 수 있어요.

윤: 요즘 쏟아져 나오는 크래프트 비어는 다 생맥주들인 거죠?

이: 그렇죠. 탱크에서 병이나 캔에 바로 넣어서 나가는 식으로... 알고 있습니다.

윤: 요즘 ‘브루어리’란 표현을 많이 쓰는데 ‘브루어리’와 ‘크래프트 비어’는 어떻게 다른 건가요?

이: ‘브루어리’는 사전적 의미로 ‘양조장’이라는 뜻이에요. 예를 들면 와인을 만드는 브루어리를 ‘와이너리’라고 짧게 부르기도 하죠. ‘크래프트 비어’는 맥주 자체에 대한 용어고, ‘크래프트 비어 브루어리’가 맥주 양조장을 표현하는 단어입니다.

윤: ‘크래프트 비어’라고 써있는 데는 대기업 공장에서 나오는 맥주가 아니라 “소규모 양조장에서 나온 개성 있는 크래프트 정신을 가진 맥주를 취급하는 가게다!” 이렇게 보면 되는 거네요? ‘브루어리’라고 붙여 놓으면 “우리가 맥주도 직접 만들어!”라는 뜻이고요.

이: 네! 그래서 보시면 ‘브루 펍’이라고 있어요. 펍 안에 양조설비도 다 있어서 가게 안에서 양조를 바로 해서 판매하는 곳인 거죠. 그런 데서 맥주를 드시면 좀 더 맛있게 드실 수 있죠.

윤: 우리나라에서 계속 유통되던 맥주는 ‘라거’ 종류라고 들었어요. 최근에 맥주가 다양하게 나오면서 맛이 좀 다양화된 것을 많이 느끼거든요? 어떻게 맛이 다른지 궁금합니다.

이: 맥주 맛을 판별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스타일, 색깔, 향기... 이런 것들로 대충 감이 잡히는데, 편의점에 가면 다 영어로 되어 있어서 “이게 뭐지?”하고 고민 많이 하시잖아요? 편의점에서 많이 파는 맥주가 ‘바이젠’이고요. 그다음 요즘은 ‘페일 에일’하고 ‘IPA’, ‘라거’... 4종류 정도를 가장 많이 보실 거예요. 조금 더 설명 드리자면, 라거는 흔히 저희가 치킨집이나 호프집에서 “생맥주 500주세요~”하면 나오는 맥주고, 바이젠은 ‘호가든’을 설명하면 많은 분이 고개를 끄덕이시더라고요.

윤: 거품 좀 뽀얗게 나오고, 조금 단맛 비슷한 느낌...

이: 맞아요! 바나나향 나고, 달고, 가볍고, 부드러운... ‘바이젠’은 밀로 만든 맥주라고 쉽게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매우 부드러운 맥주라서 여성분들이 굉장히 좋아하시고, 가장 많이 찾으시는 맥주! 또, ‘페일 에일’은 홉의 캐릭터가 조금 들어간 맥주에요. ‘페일 에일’에서 ‘페일’은 ‘밝은’이라는 뜻이에요.

‘페일 에일’ 보시면 색깔이 되게 노랗거든요. 샛노래서 그런 이름이 붙었는데 미국에서 굉장히 유행하는 스타일에요. 그 스타일이 한국에 들어온 건데, 홉의 캐릭터가 굉장히 많이 살아 있어요. 그래서 ‘페일 에일’은 홉의 향이 나는 맥주, 향긋한 냄새가 나는데 그런 걸 좋아하시는 분은 ‘페일 에일’ 드시면 좋고요... 여기서 “나는 조금 더 홉의 향을 느끼고 싶다!” 하면 IPA를 드시면 됩니다! PA가 ‘페일 에일’의 줄임말이거든요? 앞의 I는 인디아! ‘인디아 페일 에일’이라는 뜻이에요.

그래서 “인도에서 만든 맥주 아니야?”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역사를 살짝만 말씀드리자면... 영국이 인도를 지배했었잖아요? 그때 인도에 와 있던 영국 사람들이 맥주는 너무 마시고 싶은데, 대서양을 건너오면 맥주 맛이 변하는 거예요. 그런데 홉이 방부제 역할을 하거든요? 그래서 “방부제 역할을 하는 홉을 더 많이 넣어 보자!” 이래서 홉의 캐릭터가 더 가미된 맥주가 탄생한 거죠.

윤: 인도가 원산지가 아니라 영국에서 인도까지 보내는 걸 얘기한 거네요~

이: 네! 그 역사로 인해 만들어진 맥주 이름이에요. 홉의 쓴맛 때문에 ‘페일 에일’보다는 조금 더 쓴맛이 가미된 맥주인데, 또 매니악하게 이 맛을 즐기시는 분도 있더라고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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