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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혁주
  • 지난 연재
  • 입력 2020.06.27 19:13
  • 수정 2020.07.13 16:40

[워킹_로컬_워킹(2)] 모두가 로컬 출신 (All we are Local-ian)

Lahaf 한재성 대표의 "워킹 로컬 워킹 Working Local Walking"

<타이거JK>의 뮤직비디오 ‘반가워요’. <타이거JK>의 출신지 의정부를 배경으로 촬영하였다. 의정부시는 <타이거JK>와 그의 아내 윤미래를 홍보대사로 위촉하고, 촬영지였던 의정부 경전철, 행복로, 제일시장 등을 담은 뮤직비디오를 홍보자료로 사용하고 있다.

필자가 재미있게 봤던 힙합오디션 프로그램이 있었다. 어느 도전자들은 자기 출신지를 말하면서 “과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것이 멋있다”고 했다. 하지만 몇몇은 자신의 억양을 부끄러워했었다. 힙합씬의 흥미로운 현상인 것은 맞지만 내가 서울 종로 태생으로 강남권에서 살아서일까? 모든 지역감정을 마주할 때마다 내게는 느껴지지 않는 학습된 지식이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 감각이 낯설어 누군가에게 이런 얘길 하면, 서울에 집중된 도시문화자산을 누려본 사람만 할 수 있는 태도란 얘기로 돌아오더라. 하지만 코로나를 겪으며 서울 같은 과밀집중도시는 문화자산도, 사람도, 경제력도 더 급속히 집중력을 잃고 분산될 것이다.

경기도가 서울 인구수를 넘은 일은 오래된 이야기다. 최근 경기도 성남과 수원의 집값이 서울 잠실이나 도봉의 평균주택가격을 넘어선 일도 이미 예상된 일이다. 또 초극소수 부유층의 특권과도 같았던 주말주택, 전원주택이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선택지가 된 것도 전혀 낯설지 않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로 시작된 재택근무와 자율출근제가 가속화되고, 일반화되는 것은 물론, 온라인부터 체험교육에 택배서비스까지 보편적인 생활이 되면서 과밀도시의 입지 영향력이 점점 약해지는 것을 느낀다. 
사람들은 필요시에만 오갈 뿐, 사는 사람이 드문 빈 도심과 외곽에서 사람들이 취향공동체를 이루어 소비, 문화, 관계를 만들고, 이미 고도화된 특정서비스는 필요할 경우만 도심으로 향하는 다핵화된 한국을 그려보는 건 나 혼자만의 상상일까?

나 자신이 로컬크리에이터로 활동을 시작한 건 8년 전으로, 당시엔 ‘지역활동가’라는 단어가 일반적이었다. 그때부터 면밀히 지켜봤던 건 ‘자가점유율’이었다. 즉, 지역에 내 집을 갖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를 알아야만 했다. 

자가점유율이 낮은 곳은 1~ 2년 주기로 이웃과 사는 곳이 바뀌니, 동네친구는커녕 근처에 뭐가 있는지도 알기 전에 동네를 떠난다는 것 아닌가? 자가율을 당장 높이긴 힘들다 하더라도 적어도 재계약에 의한 정주율을 높이고, 해당지역을 갈망하는 외부인의 전입이 있어야 지역 정체성이 긍정적으로 변화된다는 계산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오래 살아서 익숙하고 정든 곳이라면 언제든 편하게 슬리퍼로 동네산책도 하고, 자주 마주치던 사람들과 인사도 하는 발전을 상상해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이런 계산은 크게 틀리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교통, 교육시설이 부족했던 활동지역은 자가점유율과 점유기간이 낮았기에 지역적 유대는 약했고, 치안과 도로, 공원의 청결도가 낮았다. 

하지만 우리는 이 조건을 가능성으로 진단했다. 교통, 교육이 부족해서 주거비용이 낮은 점, 약한 유대이기에 외부인에 대한 경계심도 약하다는 점, 치안과 청결도가 아쉬웠지만 자유로운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다는 가능성으로의 전환 말이다. 
이 전환으로 청년들의 진입을 시도해 볼 수 있었다. 청년들의 얇은 지갑으로 진입이 가능한 지역, 약한 유대로 새로운 관계를 갈망하는 낯선 청년들에 대한 경계심도 약하다는 것이 가능성에서 유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보편적 이야기가 이해되니 지역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앞으로 타 지역과 차별적으로 시도해볼 게 무엇인지 그림을 그려갈 수 있었다. 

을지로4가 ‘중부시장’을 연구할 때 시간대별 사용자가 다르고, 다양한 성격의 사용자들을 복합 수용하는 구조와 지역사용방식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환호했던 순수한(?) 기억이 있다. 도매유통자–도매상–소매상–노점상이 시장에 들어오는 방식, 적재량, 판매구조가 모두 다르고, 각자가 상대하는 소비자들이 마트 유통업자–식당자재구매자–소비자–관광객 등으로 다를 뿐더러, 이 소비자들도 소비하는 행태가 달랐기 때문이다. 

이를 우리가 사는 지역에 적용해보면, 나의 로컬은 새벽에는 어떤 모습이고 아이들이 학교를 가고 나면 어떤 모습인지, 또 저녁식사 이후의 모습은 어떤지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은가? 한 걸음 더 생각해보면 휴가철과 추석명절, 겨울, 농번기, 추수기엔 어떤지 아는가? 총선기간과 대입수능, 또 이번 코로나를 겪으면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아는가? 이런 다양한 층위의 관찰 또는 해석이 지역의 도전적 가능성을 적은 실패율로 실현하도록 이끌어 줄 것이다. 

모든 지역이 각자의 모습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 모습이 변하지 않는 전부일 수 없다. 다만 내  눈이 색안경을 쓰고 있어 과한 자신감으로 바라보게 할 수도 있고, 열등한 검은 안경을 써서 부끄러워하고 감추고 떠나고 싶은 마음을 갖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태어난 곳을 선택할 수 없는 것처럼, 또 우리가 자라는 환경에서 만나는 풍경과 사람들을 내가 조작하고 데려오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것처럼 주어진 것을 바라보는 눈이 주어진 것을 아름답게 하는 첫 걸음인 것은 확실하다. 우리는 모두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로컬정체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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