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김혁주
  • 지난 특집
  • 입력 2020.06.29 14:10
  • 수정 2020.06.29 22:55

[6월특집(4)] 숨은 가게 찾기의 즐거움 - 방배동 <언니가 숨겨놓은 과자상자> 박소희 대표

(인터뷰) 크리에이티브가 빛나는 작은 가게 "의도하지 않았지만 의도한 것처럼!"

뜨는 골목의 등장 배후에는 고객을 유입시키는 앵커스토어가 있다. 그럼 앵커스토어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걸까? 유력 상권 지역이라면 부동산 개발차원에서 앵커시설을 만들고 집객을 유도하는데 자본이 투입될 수 있겠지만, 그만큼 인구구조가 따라주지 않는 작은 마을이나 동네에는 앵커시설이 들어오긴 어렵다. 

그러나 최근 뜨는 골목에는 개인의 크리에이티브가 숨어있다. SNS는 크리에이티브를 전달하는 촉매역할을 해준다. 고객이 찾지않을 것같은 가게로 다수의 고객이 유입되기 시작하면 그 가게를 오가는 동선이 뜨는 골목으로 변화하기 시작한다. 로컬크리에이터가 골목을 변화시키고 도시를 바꿀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최근 구 방배경찰서 인근의 골목길에 앵커스토어 역할을 하는 개성있는 점포들이 등장하면서 부터 새로운 로컬이 형성되고 있다. 그 중 한 곳을 찾아 창업에 얽힌 사연과 자기자신만의 크리에이티브에 대해 이야기 들어보았다.

건물에 간판을 달 수 없어 차고 문을 간판으로 삼았다  (beLocal)

▶<언니가 숨겨놓은 과자상자>라는 가게 이름이 너무 재미있다.

☞박소희 대표: 숨겨놓은 게 맛있기 때문이다. 이건 반전인데, 나는 외동이다. 언니도 없고 동생도 없어 언니가 숨겨놓은 걸 찾아 먹어본 적은 없다. 친구들에게서 그런 이야기를 워낙 많이 들어 착안하게 되었다.

▶골목 깊숙한 안쪽에 가게가 자리 잡았다. 간판도 달지 않아 눈에 띄지도 않는다. 가게 옆의 셔터에 그려진 그림이 전부인데, 우연히 발견해서 찾게 되는 숨겨진 콘셉트를 생각한 이유가 있는지?

☞박소희 대표: 숨으려고 의도한건 아니다. 간판을 달 수 없는 건물 사정이 있었다. 그럴 바에는 아예 그걸 콘셉트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더라. 사실 가게를 숨겨놓으려 한 건 아닌데 고객들이 이름을 보고 “이 가게는 숨겨놨구나”, “내가 찾아야 겠구나” 유추해서 그 이후에 만들어진 이미지다. 절대 의도하지 않았다. 오히려 가게를 소문내고 싶을 뿐이다.

큰 길에서 주택가 방행으로 4~블럭 안쪽으로 가야 찾을 수 있다. 최근 방배2동에도 이런 가게들이 하나둘 생기고 있다.  (beLocal)

▶고객들은 주로 인스타를 보고 찾아오는가?

☞박소희 대표: 작년 7월에 오픈하고 10월까지는 거의 동네 주민분들만 오셨다. 10월 할로윈 이벤트를 재미나게 꾸미고, 1주일 정도 과자집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빵들을 만들어 봤다. 그 때 이후로 고객의 80%가 인스타를 보고 찾아오시는 분들로 바뀌었다.

▶거울을 메뉴판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1번 메뉴가 토종꿀이다. <과자상자>라는 가게 이미지가 있어서 빵이나 과자일거라 생각했는데, 왜 1번이 토종꿀일까 많은 호기심이 생긴다. <언니가 숨겨놓은 과자상자>라는 가게 이름만큼 재미있는 요소들이 많은 것 같다.

☞박소희 대표: 거울부터 보시는 분들도 계시긴 한데, 그 아래쪽 과자 진열대의 서랍을 보면 “가격표는 왼쪽 거울에 있습니다”라고 써뒀다. 토종꿀을 파는 게 아니라 토종꿀 휘낭시에를 줄여서 말한 거다. 그런데 거울만 보시고 “왜 토종꿀 안파냐? 토종꿀은 어디서 가져오는 거냐?” 많이 물어보신다. 이런 이야기를 나누며 가게의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하나씩 만들어진다. 가게를 고객들이랑 같이 키워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의도하지 않았는데 고객들이 의도한 것 처럼 받아주시는 게 많다.

거울을 메뉴판으로... 신비함의 상징물인 거울을 활용해 고객들에게는 이세계에 온 듯한 환상과 재미를 선물한다. (beLocal)

▶이곳처럼 고객을 모으는 가게를 앵커스토어라 부른다. 번성하는 골목길마다 앵커스토어가 존재하는데, 이 가게로 인해 골목 저편에서 끊어진 상권의 흐름이 연결된다는 받았다.

☞박소희 대표: 사실 전문 파티시예 출신은 아니다. 베이킹은 취미삼아 했던 건데 결혼 후 본격적으로 배웠고, 이럴 바에 한 번 해보자 해서 가게까지 열게 된 거다. 이번이 첫 창업이고, 이 동네에 사는 사람이 아니다보니 거기까지 생각해보지 못했다. 가게 알아보려 여기저기 많이 다녔는데, 여기가 처음 와본 곳이다. 이 가게를 보러 왔을 때 웃음이 나던 게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이유는 놀이터 때문이다. 놀이터를를 얼마 만에 본지 모르겠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에도 놀이터가 있지만 모여 노는 어린이가 많지 않은데, 여기는 많은 어린이들이 모여 노는 거다. 그 느낌이 좋아서 상권분석도 안해 보고 입점하기로 결심했다. 적어도 여기서는 내가 행복하겠다고 생각했다. 장사를 해본 적 없는 것 치곤 여러 가지로 운이 좋은 편인 것 같다.

실수도 재미로... 실패한 카눌레가 히트 상품이 된 데는 박소희 대표의 크리에이티브가 작용했다.  (beLocal)

▶계속해서 “의도하지 않았다”, “운이 좋았다”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이 갖고 있는 크리에이티브가 사람들을 끌어들였다고 보여 진다. 본인만의 크리에이티브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박소희 대표: 사실 전문교육을 받은 게 아니다보니 내가 만들 수 있는 빵과 과자에 한계가 있다. 그런데 고객은 계속 새로운 걸 원한다. 그래서 할 수 있는 한 같은 빵도 다른 형태로 계속 바꾸려 노력하며 시즌마다 다른 것들을 선보인다. 예를 들어 평범한 노란색 레몬빵을 크리스마스에는 싼타배로 연출하고, 해가 바뀌어 쥐의 해가 되자 쥐 모양으로 바꾼다든지 한다. 한번은 까눌레를 잘못 만들어 길쭉하게 나와야하는 과자가 납작한 모자처럼 되었다. 이걸 인스타에 올리고 판매해 봤는데 이건 걸 고객들이 굉장히 즐거워한다. 이후에 고객들의 요청 메뉴가 되어서 상설 판매하고 있다. 그런게 아마 고객분들을 좀 끌어당기는 게 아닌가? 저의 부족함도 즐거운 서비스가 되는 것 같다.

▶지금 이야기한 것처럼 활동하시는 분들을 로컬크리에이터라 부른다. 그런 이야기 들어보았는지?

☞박소희 대표: 빵만 구웠을 뿐인데 멋진 수식어가 붙는 거라 좋고 감사하다. 처음에 가게를 열었을 때 “고객이 천원짜리 빵 하나를 사가시더라도 호텔같은 서비스를 해보자”, “내가 정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서비스를 해보자”였다. 빵보다 서비스가 여기까지 가게를 키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웬만하면 모든 손님들의 취향과 얼굴을 좀 기억하려 한다. 하나하나 기록을 한다든가 정성을 들였다. 어떤 분들은 제품이 맛있으면 언젠가 찾아온다고도 하지만, 결국 사람이 사람한테 파는 거다. 제품도 제품이지만 사람에 집중을 해보자, 정말 진심과 정성을 다하면 배신하지는 않는 거 같다.

인터뷰중인 박소희 대표  (beLocal)
저작권자 © 비로컬ㅣ로컬 비즈니스 생태계를 만듭니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