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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혁주
  • 인터뷰
  • 입력 2020.06.29 20:51
  • 수정 2022.05.16 23:02

[6월특집(5)] 마천시장 로컬의 재해석에서 탄생한

[비로컬 팟캐스트-24회 1부] 로컬F&B: 일도씨패밀리 대표 김일도

 

 

6월 특집은 로컬콘텐츠를 담는 콘테이너로서 로컬 F&B를 다루고 있습니다. 마천시장의 기억을 녹여내어 다양한 다이닝 브랜드를 펼쳐나가는 <일도씨패밀리> 김일도 대표님을 만났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로컬 다이닝의 변화와 김일도 대표님만의 브랜드 철학을 비로컬만의 질문들로 다채롭게 나누었습니다.

창업 10년 만에 8개 외식 브랜드, 16개의 직영점을 운영하며 제2의 백종원으로 알려진 <일도씨패밀리> 김일도 대표  (사진출처: 본인 페이스북)

◇비로컬 윤준식 편집장(이하 ‘윤’): 저희가 6월 특집으로 로컬 F&B를 다루고 있는데요. 첫 번째 게스트는 <도레도레> 김경하 대표님이었고요. 다음으로 충북 청주에 로컬 크래프트 비어 <홀리데이> 이지민 대표님을 만났죠. 그리고 팟캐스트 게스트로 모시지는 못했지만 춘천 <카페 감자밭> 이미소 대표, <언니가 숨겨놓은 과자상자> 박소희 대표 인터뷰도 진행했습니다. 오늘은 6월 특집 마지막 방송으로 <일도씨패밀리>의 김일도 대표님 모셨습니다.

◆비로컬 김혁주 발행인(이하 ‘김’): 대표님을 처음 만난 게 작년인데요. 연남연희에 있는 <어반플레이>가 서비스 하는 공간인 크리에이터라운지 <연남장>에서 식음료 팝업을 하셨어요. 제가 평소 일도씨 브랜드, 특히 닭갈비를 사랑하는 팬이라 마침 그 때 책도 내셔서 책 들고 대표님 만나 뵈러 찾아갔었습니다.

◇윤: 연남장에서 했던 팝업은 어떤 내용이었나요?

◎일도씨패밀리 김일도 대표(이하‘일도씨’): 저희 브랜드 중에 <내일도두부>라는 브랜드가 있어요. 저희 브랜드는 제 이름을 가지고 풀이가 시작됐거든요? <일도씨곱창>, <일도씨닭갈비>, <일도씨뚝불> 이렇게 <일도씨> 시리즈로 패밀리룩으로 묶어 브랜딩을 했어요. 그때는 그런 방식이 정석이라 생각했어요. <놀부>가 보쌈으로 시작해 부대찌개 등의 시리즈로 간 것처럼 저희도 일도씨 브랜드로 흘러가고 있었죠. 

그러다가 트렌드가 변하기 시작했어요. 이전에는 “이거 프랜차이즈야?”라고 물어보는 게 긍정적 의미였는데 어느 시점부터 부정적 의미로 흘러갔어요. “이거 흔한 거잖아?”, “유니크하지 않잖아?”라는 의미로 변하더라고요. 그래서 우리 브랜드 전개 방식을 바꿔야겠다 생각했고, 마침 구상했던 ‘두부’에 적용했어요. 제가 자랐던 마천시장에서 두부 브랜드를 만들 생각이었거든요. 

원래는 <일도씨두부>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기업의 느낌을 더는 주고 싶지 않았어요. <일도씨> 시리즈가 제 이름을 계속 써 와서 다 내려놓지는 못하겠고, 언어유희 삼아 ‘일도씨’는 아닌데 ‘일도’는 들어가는 이름을 생각하다가 <내일도두부>가 탄생했습니다. 두부는 거의 매일 먹는 음식 중 하나이기도 해서 “내일도?”라는 의미와 제 이름인 ‘일도’, ‘업’의 의미로 ‘내 일도’로 한 거죠.

비오는 밤 마천시장의 풍경  (사진출처: 김일도 페이스북)

◇윤: 어린 시절을 마천동에서 보내신거군요?

◎일도씨: 맞아요. 어머니가 거기서 곱창 장사를 하셨어요. <일도씨곱창>의 시작이라 보시면 됩니다. 제가 어릴 적 뛰어놀던 장소가 마천시장이에요. 자연스럽게 시장 감성이 저한테 배어있어요. 그러다보니 시장스러운 감성에는 자신이 있었는데 외식업을 해 나가는 과정에서는 시장에 대한 걸 다 뺐어요. 곱창이든 닭갈비든 브랜드로 풀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게 있었거든요. 

그러다 어느 날 자신을 돌아보게 됐는데, 브랜드 아이덴티티라고들 하잖아요? 결국 브랜드에 기획자 자신의 아이덴티티가 반영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거죠. 저를 돌아보니 마천시장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어요. 또 재래시장 활성화 과정을 보면서 활성화가 전체적인 시설 개선으로 가는 게 아니라 점포 하나하나가 경쟁력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거든요. 가장 시장스러우면서도 유니크하면서, 브랜딩 될 수 있는 것을 고민하다 내가 마천시장에서 가장 좋아하는 건 두부인데, 마트든 어느 대기업이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브랜드가 시장에서 파는 수제두부라고 생각했어요. 

◇윤: 로컬의 재해석, 로컬 푸드의 재해석... 지금까지 해온 것과 다른 차원에서 이야기를 시작해야 하지 않느냐 할 정도로 복합적 이야기들이 짧은 사연 안에 담긴 것 같습니다. 그런 계기로 <내일도두부>를 런칭하시고 연남장에서 팝업 스토어를 하신 거군요.

◎일도씨: 그렇죠. 제가 <내일도두부>를 만드니까 제일 먼저 가맹 문의가 왔어요. 브랜딩이 잘 돼 있고 스토리가 좋으니까... 근데 저는 이걸 가맹 사업으로 풀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고요. 이 브랜드의 결은 시작된 시장에서부터 뻗어 나가는 브랜드는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마천시장이 조명받기를 원했기 때문에 <내일도두부>를 먹고 싶다면 무조건 마천 시장으로 와야 하는 거죠. 일부러 배송도 하지 않았어요. 외부에 알릴 방법으로 팝업이나 콜라보까지는 괜찮겠다고 생각했어요. 홍보 개념으로 팝업은 종종 나갔고요... <띵굴마켓> 같은데 나가면 사람들이 실제로 마천시장이 어디냐고 물어보는 거죠. “이거 사려면 어디로 가야돼요?”라고 물었을 때 마천 시장으로 오시라고 했어요. 

근데 한편으로 하고 싶었던 건, 두부는 식재료잖아요? 자체만으로도 매력있지만 요리도 되잖아요. 그런데 팝업으로 나간 곳에서는 요리를 할 수가 없는 거예요. 근데 <연남장>은 식당에서 팝업을 해 보는 거잖아요. 그래서 두부를 이렇게도 해석해 보고, 저렇게도 풀어보자고 생각한 거죠.

<내일도두부> 매장입구  (출처: <내일도두부> 인스타그램)

 

<내일도두부>는 마천시장 로컬을 '시장두부'로 재해석했다.  (출처: <내일도두부> 인스타그램)

◆김: 그 때 제가 메뉴 맛을 봤는데 색다른 시도를 하셨던 것 같아요. 콩국수파스타를 내어놓으셨는데, 기억을 떠올려 보면 콩국은 되게 진한 두유 같은데 찐득찐득 한 느낌이 있었고 파스타는 엔젤헤어 종류로 했던 거 같아요. 그래서 붇지 않았고요. 제가 아는 콩국수는 먹을 시기를 놓치면 떡이 되는데 이건 오래 놔둬도 붇지 않아 충격적이었어요. 확 와 닿더라고요.

◎일도씨: 네. 콩국수를 파스타처럼 풀어봤어요. 메뉴 자체는 콩국수라고 생각해도 되는데 파스타 면으로 해본 거예요. 면은 필요에 의해서 그렇게 흘러간 경향이 커요. 콩국수 할 때 소면이나 중면 많이 쓰는데, 이건 대량으로 삶아놓으면 말씀하신 것처럼 떡이 되거든요. 근데 파스타는 붇지 않아요. 팝업 식당 자체가 완벽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였고 그럼 어느 정도 삶아놔도 붇지 않는 면이 필요하다 해서 떠오른 게 엔젤헤어 파스타였고요. 

또 하나는 콩국수에는 역시 콩국이 가장 중요한 게 맞는데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가장 중요한 건 신선도에요. 두부든 콩국이든 커피콩과도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하는 게, 우리가 커피를 추출해서 아메리카노가 나왔어요. 근데 이 커피를 다음날 먹으면 무슨 맛일까요? 커피는 추출 했을 때 바로 마셔야 하듯이 두부나 두유도 추출했을 때 바로 먹어야 된다는 게 저는 굉장히 강해요. 그래서 마천시장에서도 콩국수는 그날 만들어서 그날 팔아요. 그러면 당연히 향이 살아있고 맛도 진해요. 

팝업은 특성상 움직여야하고 그래서 신선함이 기존보다 한 단계 떨어진다는 생각이 돼서 조금 가미를 했어요. 일반 콩국하고 조금 다르게 두부를 만드는 곳이니까 두부 만들 듯 콩국을 만들었어요. 콩국이라기엔 조금 달라서 두유라고 명칭을 했고요. <내일도두유>라는 이름으로 만들고 있어요. 

◆김: 연남장에 오셨던 분들은 이걸 일종의 크리에이티브로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처음 만나보는 식사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일도씨: 식당을 하나 만든다고 가정했을 때,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돼요. 스테디셀러를 만들지, 베스트셀러를 만들지 고민을 해요. 우리가 오랫동안 여기서 장사를 해야 하고 이 장사 자체가 지역기반이라면, 직장인이라든가 주변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올 수 있는 굉장히 평범한 걸 만드려고 해요. 너무 스페셜하거나 톡톡 튀는 걸 만들면 외부에서 손님을 끌어들이기는 쉬운데 오래 가지를 못하거든요. 

그래서 일부러 메뉴도 하나는 조금 특이한 거, 하나는 자주 먹을 수 있는 거 이렇게 구성하죠. 보통 한국 사람들 덮밥이나 찌개를 제일 많이 먹어요. <연남장> 팝업 때도 그래서 마라두부덮밥과 콩국수파스타 두 가지를 한 거죠. 팝업이니까 특별한 거 하나 자주 먹을 수 있는 거 하나.

<연남장> 팝업에서 선보인 콩국수파스타  (beLocal)

 

<연남장> 팝업에서 선보인 마라두부덮밥  (beLocal)

◇윤: 얼핏 보면 <연남장> 팝업으로 로컬과의 인연이 다인 것처럼 여겨졌을 수 있는데, 역시 캐고 캐보면 김일도 대표님 본인이 ‘로컬크리에이터’였다, 두부라는 로컬콘텐츠였다...!

◎일도씨: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로컬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없었어요. 연남장에서 팝업을 했을 뿐이었는데, 모종린 교수님을 소개해주셔서 교수님을 통해 처음으로 로컬이라는 단어를 들었어요. “어? 송파에도 로컬이 있단 말이야?”라고 말씀하셔서 그게 무슨 뜻일까 생각했죠.

◇윤: 그동안 송파에는 로컬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이야기 해왔어요. 저희 방송 2회인가요? 들어보시면 용적률과 건폐율이 최대치가 돼 있기 때문에 골목상권이 성장할 수 없다는 부정적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었는데요. 소위 골목길이 성장하지 못한 도시구조였다는 이야기인데, 사람들이 송파구를 오해하고 있어서 그래요. 롯데월드 근처만 송파라고 생각해서 그런데...

우리나라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자랑하는 곳이거든요. 인구가 70만이 넘고 면적도 넓어요. 마천시장은 지역이 되게 특이해서 90년대 초중반만 해도 거기가 서울이냐는 이야기가 나오던 동네였어요. 대중교통도 안 좋았던 게 잠실에서도 버스를 타고 들어갔거든요. 잠실역 내려서 시외버스 타는 기분인 거죠. 어떤 면에서는 강남 개발에서 소외되다 보니 마천동은 아직도 골목길 문화가 있는 송파의 로컬인 거죠. 

◎일도씨: 그래서 마천동 특성 중 하나가 나이트나 콜라텍 같은 게 없어요. 이유가 다 동네 사람들이거든요. 저희가 시내로 나가려면 뒷길이 없고 무조건 잠실로 나가야돼요. 5호선 라인을 보면 마천-거여-개롱-오금 이렇게 흘러가는데, 외부로 나가게 되면 그 라인을 거쳐 나갈 수밖에 없어요. 외부인들이 거의 안 들어오고 다 아는 사람들 중심으로 이뤄진 거예요. 그래서 식당도 그런 흐름을 반영해서 만들어야 돼요. 

◆김: 로컬에 여러 의미가 있지만 두 가지 상징적 이야기가 나온 것 같아요. 하나는 방금 일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는 지역사회 이야기고, 이게 기존 로컬의 이야기인 것 같아요. 작년 <어반플레이> 팝업에서 만난 모종린 교수님이 말씀하신 로컬은 크리에이티브가 가미되면서 유니크함을 찾아내는 쪽으로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윤: 요즘 코로나로 인해 로컬의 발견이 이뤄지고 있고요. 지금까지 논의가 뜨는 골목으로서였다면, 이제 진짜 로컬-지역 사회의 로컬- 이야기가 다시 나오고 있어요. 그 대표적 이야기가 ‘슬세권’이 아닌가? 슬리퍼를 신고 뭔가를 구매하러 갈 정도로 내 피부에 밀착 돼 있는 로컬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는 거라, 마천시장에서 두부라는 식재료를 이용한 로컬 콘텐츠의 개발! 그게 로컬 F&B라는 건 굉장히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잠실 야경  (출처: 픽사베이)

◆김: 요즘 로컬 상황이 그런 것 같아요. 연남연희라든지 온갖 힙 플레이스를 경험한 사람들이 재난지원금을 쓰러 자기 동네를 다니며 “비슷한 데 없나?” 찾다 보니 동네도 경쟁력을 찾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거든요.

◎일도씨: 코로나가 터지면서 경기가 전반적으로 위축됐잖아요? 그런데 마천시장 같은 경우 전혀 영향이 없다시피 했어요. 원래 밖으로 나가서 하는 외식을 자제하면서 동네에서 소비를 해 버린 거죠. 근데 그게 방배동 <일도씨닭갈비>에도 똑같이 적용되더라고요. 전반적으로 주거 상권 위주로 한 점포들은 코로나 이후에 매출이 올라가기 시작했어요. 

처음에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일도씨곱창>을 운영하다 다음 매장으로 방배동 <일도씨닭갈비>를 열였는데, 가로수길 특성상 유동인구가 들쑥날쑥해요. 이런 핫 플레이스에서 장사하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고, 안정된 곳은 주거 기반의 지역상권이겠다 생각이 된 거예요. 

그래서 <일도씨닭갈비> 때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지금의 그 자리가 딱 눈에 들어와서 시작했거든요... 그 때 주변에서 장사하시던 분들과 주민 분들이 오셔서 “이 동네에선 굳이 인테리어 할 필요가 없다”고 그랬거든요? 근데 저는 그저 그런 동네 가게를 만들고 싶은 게 아니라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고 그게 비웃음을 사기도 했는데, 막상 가게 문을 열고나니 동네 어르신들이 줄을 서는 거예요. 

왜 동네 어른들이 줄을 설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운영을 하면서 보니 막상 그런 브랜드가 없는 동네라 오히려 이런 가게에 목말라 있으셨더라고요. 그런 부분들이 저희에게 굉장히 큰 긍정적 작용을 한 게 아닌가 싶어요. 가게 근처가 오래된 지역이고 자식들 다 출가시킨 노부부들이 평화롭게 생활하는 동네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분들이 괜찮은 식당이 동네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그 니즈가 맞아 떨어진게 아닌가 싶어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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