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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혁주
  • 지난 특집
  • 입력 2020.07.16 00:00
  • 수정 2020.07.21 16:15

[7월특집(1)] "함께 변화할 때 행복하다" - 로컬, 그 안에 사람

[비로컬 팟캐스트-25회 1부] 로컬 커뮤니티: <청춘여가연구소> 정은빈 대표

7월 특집은 로컬 커뮤니티입니다. 로컬과 로컬 사이, 로컬과 로컬콘텐츠 사이에 결국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는 모두에게 익숙하지만 모두에게 당연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커뮤니티 빌더 청춘여가연구소 정은빈 대표님을 모시고 로컬 커뮤니티의 의미와 미래를 함께 돌아봅니다.

딱 1년 전인 2019년 7월 말 4주간 진행했던 갭먼스 프로젝트 <오아시스>에 소개된 <청춘여가연구소> 정은빈 대표 소개글  (출처: 청춘여가연구소 페이스북)

◇윤: 코로나-19로 인해 새로운 생활문화가 시작되며 인간의 관계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는 시기인 만큼 7월의 특집 주제를 ‘로컬 커뮤니티’로 잡고 그 첫 번째 순서로 <청춘여가 연구소>의 정은빈 대표님을 모셨습니다.

◎정: 반갑습니다.

◇윤: <청춘여가 연구소>라는 명칭이 밀레니얼 세대와 관련된 일을 하는 곳이라는 생각도 들게 하고, ‘여가’를 위해 관광, 레저, 문화에 관련된 일을 하는 곳처럼도 느껴지는데요... 하시는 일을 보면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크루들이 크리에이티브하게 변화하는 것을 돕고, 그 크루들이 흩어져서 새로운 커뮤니티를 만들거나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하도록 돕는 곳 같습니다.

◎정: ‘청춘’을 해석하는 뉘앙스가 사람마다 정말 다르더라고요~ 한번은 저희 사무실에 60대 남성분이 들르셔서 자신한테 누굴 소개시켜 줄 거냐고 물으신 적이 있어요. 그분에게는 <청춘여가 연구소>가 중매하는 곳처럼 느껴졌던 거죠! 한마디로 ‘청춘’을 ‘청년’에 가까운 의미로 해석하느냐, 평생 사는 ‘삶의 활력소’의 의미로 해석하느냐에 따라 굉장히 다른 접근이 되더라고요~

처음 어떤 대상을 중심으로 이 연구소를 운영할지 생각했을 때, 저는 ‘청년’이라는 단어를 피하고 싶었어요. 생애적인 기준으로 봐주길 바라서 ‘청춘’이란 단어를 골랐는데 이름을 지어놓고는 조금 후회했어요…. ‘청춘’과 ‘여가’가 뭉치니까 인생의 전체가 범위가 돼서 프로그램이나 콘텐츠를 운영할 때 타깃 층의 폭이 굉장히 넓어지더라고요~

◆김: 그간 하셨던 활동들이 시대를 굉장히 앞섰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워라밸’을 넘어 “여가생활 하려고 직장간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으니까요.

◎정: ‘워라밸’ 붐이 일었던 시기는 2000년대 초반인 것 같아요. 또 2010년을 지나면서 많이 회자됐는데, 그게 다른 여러 가지 트렌드에 맞춰서 변화하다가 다시 돌아온 거죠. 지금은 ‘워라밸’보다도 라이프스타일이나 가치관 중심적인 단어를 더 많이 사용하죠….

◇윤: 언제부터 이런 고민을 하셨기에 <청춘여가 연구소>가 세워지게 된 건가요?

◎정: <청춘여가 연구소>는 2013년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는데요.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어떻게 하면 전 생애를 두고 계속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냐”라는 질문이었어요. 그 답을 찾다 보니 일과 삶의 균형인 ‘워라밸’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었고, 사람이 스스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잘 찾아 더 명확하게 하면서 살수록 더 균형이 맞춰진 삶을 살게 되더라고요~

◆김: 그런데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것도 저절로 깨닫진 못하잖아요? 돈도 쓰고, 배우기도 해야 하는 느낌인데, 요즘 취향 중심 커뮤니티는 많지만 그 안에서 무언가를 배우진 못하는 것 같아요. 자신의 것을 찾아내는 여정이 있어야 하는데, <청춘여가 연구소>에 가면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깨달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아서 그 여정을 준비하신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정: 네! 몇 년 동안 굉장히 열심히 준비했어요. 제가 현장에서 사람들의 질문에서 느낀 건 다들 굉장히 행복하게 살고 싶고, ‘워라밸’을 갖춘 삶을 살길 원하는데 그게 개인의 힘으로만 이룰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거였어요. 나뿐만이 아니라 내 주변까지 포함해서 함께 변화가 있어야 행복하고, 그런 사람으로 둘러싸였을 때 비로소 내 행복의 균형이 맞춰지는 거거든요.

저희도 초반에는 취미취향 모임 중심의 단기적인 프로그램을 많이 운영했지만, 그냥 ‘넛지(Nudge, 편집자 주: 부드러운 방법으로 더 좋은 선택을 하도록 유도하는 힘)’만 했던 거죠. 어떤 문화를 경험해 보고 “그 문화에 내가 닿았다”는 판단의 기준이 선다 해도, 자신과 같이 그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즐길 사람들이 그룹핑 되지 않고, 자신의 취미활동이 남들에게 보이는 데서 오는 인식적인 행복이 없다면 그냥 단기적인 경험만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거든요. 그래서 취미활동에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 “활동을 같이 할 커뮤니티라는 그룹핑이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끔은 나 혼자만 좋아하는 걸 찾았을 때 자신만의 탈출구를 찾은 것처럼 생각하기도 하지만, 그 행위를 지속하는 데에는 작은 커뮤니티든 큰 커뮤니티든 필요에 따라서 굉장히 다양한 모양새의 그룹핑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사회적인 생활을 하기 때문에 인프라가 굉장히 중요한 거죠. 내 주변까지 다 같이 행복하지 않으면 사람은 만족을 느낄 수 없거든요~

누구나 다 “사회적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인지하진 않아도, 분명히 둘러싸여 있습니다. 자기만의 색깔이 넘치는 생활을 하더라도 그게 누군가와 소통되지 않으면 굉장히 고독한 은둔자에 불과할 수도 있죠. 대부분의 사람은 서로 인정받고 인정하고, 내가 가진 것들로 남들을 도와주기도 하고, 액션이 이루어져야 행복감을 느끼거든요!

그래서 저희도 설립 초반에는 취미취향 중심의 콘텐츠로 모임을 많이 만들었다가, 이 질문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하며 3~4년쯤 지났을 때부터는 “커뮤니티가 굉장히 우리 본성에 가까운 형태고, 그 형식에 더 가까이 있어야 우리가 행복하겠구나!”가 느껴지더라고요.

◇윤: 지금은 추억이 된 플랫폼인 <집밥> 초창기에도 대표님이 취미, 취향과 관련된 프로그램들을 많이 진행하셨죠? 그 이전부터 고민하고 진행하신 노하우가 있으셨기 때문에 <집밥>도 시작하시고, 커뮤니티 플랫폼을 여태 이끌고 오셨다고 보거든요. <집밥>을 통해 활동하시기 전에 하셨던 프로그램 중 제가 기억하는 건 미술관을 같이 가는 ‘도슨트 투어’에요. 당시만 해도 예술을 즐긴다는 건 굉장히 비용이 많이 들고 호사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콘텐츠 중심으로 동네 마실가듯 편안한 취미활동 커뮤니티를 구성해서 역동성을 부여하는 활동을 꾸준히 하시는 걸 보면서 감탄했었죠!

◎정: 저는 원래 큐레이터였어요. 예술이 던져 주는 질문들이 삶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굉장히 많거든요? 현대미술이 주는 쾌감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는데, 사람들에게 잘 닿지 않더라고요. 그때는 미술관의 문턱이 지금처럼 낮지 않았고, 작은 갤러리의 경우 문턱이 더 높았어요…. 미술 시장도 붐이 꺼져서 죽어가는 와중에 저는 사람들과 소통해서 영향력을 늘리고, 잠재적인 컬렉터를 늘리는 사업이 필요하다고 계속 느꼈어요. 그런데 그 일이 아무 데서도 주도적으로 진행되지 않으니까 답답한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갤러리에 사표를 내면서 가장 먼저 시작한 프로젝트가 ‘우리 동네 미술관 산책’이에요! 제가 좋아하는 미술관들을 지역 중심으로 선별하고 그 주변 음식점까지 함께 투어했죠. 2010~12년 당시엔 도슨트 프로그램이 미약하게는 있었지만 활성화되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제가 아는 지식을 연결해서 그 안에서 질문이나 얘깃거리들을 찾고, 그 주제 중심으로 작품을 해석하고 미술을 좀 더 삶의 영역으로 가깝게 접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거죠.

2014년 진행했던 <우리 동네 미술관 산책> 프로그램 (출처: 정은빈 페이스북)

◆김: 지금과 같은 다양한 액티비티 플랫폼이 없을 때 혼자 하신 거잖아요? 모객도 하고, 프로그램도 만들고, 진행도 하시고….

◎정: 실제 니즈가 있다는 걸 확인한 순간 굉장히 기뻤죠! 이 분야에 니즈가 있던 분들이 되게 조심조심하면서 몇 명씩 저를 찾아오기 시작했을 때 굉장히 기뻤고, <집밥>이라는 소셜다이닝 중심의 커뮤니티를 만들어 가는 단체를 만났을 때 굉장히 든든한 힘이 됐죠.

◇윤: 지금처럼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 비즈니스’, ‘로컬 커뮤니티’ 개념이 없을 때부터 이 일을 해오셨기 때문에 이 주제로는 정은빈 대표님을 빼놓을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정: 그렇게 말씀하시면 돌 맞습니다! (웃음) 이런 일들은 저 이전에도 마을 중심, 여러 가지 지역 공동체 활동 중심으로 오랫동안 진행되어 왔어요. 이걸 좀 더 도시인 일반에게 가깝게 만들면서, 공동체와 삶의 질에 대한 관심들이 더 표면으로 올라오게 된 거죠~ 저는 이걸 도시적인 삶으로 끌어내는 데 조금 역할을 같이 했을 뿐이지, 사실은 정말 오랫동안 커뮤니티나 공동체에 관해 공들여 진행되어 온 많은 일들이 지금에 와서 빛을 발하는 것 같아요~

“우리가 과연 좋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어떤 액션을 하면서 살아야 하느냐”에 대한 관심을 계속 같이 이어 온 분들이 계신 거죠! 저는 어쨌든 그 고민을 같이 오랫동안 해온 사람이라는 점에서 만족을 느끼는데요! 불과 10년 안에 일어난 변화들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이 과정 안에서 만난 분들이 더 열심히 잘하시면서 같이 살아 있고, 같이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점이 제일 기쁜 것 같아요. 같이 성장한다는 느낌이 좋습니다.

◇윤: 좀 막연한 질문일 순 있는데, 커뮤니티는 어떻게 구성하고 만들어야 할까요?

◎정: ‘커뮤니티를 만든다’는 개념보다 “내가 가장 원하는 것과 내 주변에 있는 사회적 인프라를 어떻게 연결하고 매칭해야 내가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혹은 “좋은 삶을 오래 지속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게 먼저일 것 같아요~

커뮤니티는 혼자 만드는 게 아니니까요.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 어렵겠지만 스스로에 대해 자꾸 질문하고 답을 내려야만 주변에 좋은 커뮤니티를 만들고 꾸려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만족스러운 커뮤니티라는 건 나를 넘어서 내가 사는 곳의 지역적인 인프라, 내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과 연관되는 주로 만나는 장소, 내가 주로 움직이는 동선과 어떤 장소에서 가장 만족을 느끼는지 등의 모든 것들과 연결되어 있어요. 그래서 개인이 가까이 하는 공간들을 해석하면 단순한 취향 분석을 넘어서 그 개인을 드러내는 중요한 부분을 알 수 있죠~

충북의 로컬크리에이터들이 <문화재생공동체 터무니>가 운영중인 문화공간에 모여 정은빈 대표와  로컬 커뮤니티에 대한 간담회를 진행중이다. (제공: 충북 로컬크리에이터 백준하)

◆김: ‘커뮤니티’라는 게 그냥 ‘만난다’라는 의미만으로는 안 된다는 말씀이신 거죠?

◎정: 네. 스스로 좋아하는 장소나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 등… 스스로를 분석해 보면 좋은 커뮤니티가 무엇인지,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것들을 어떤 커뮤니티에서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이건 계속 변하기 때문에 하나의 답은 없거든요? 자기 스스로에 대해 질문하고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는 답을 계속 내려가는 것밖에는….

다만 이전에 공동체 문화를 얘기할 때와 지금 크게 달라진 건 자원이 엄청 많아졌다는 거예요. 또, 스스로 그 자원의 중심을 만들어 낼 수도 있는 환경이 됐어요. 유튜브 채널로 방송하고, 콘텐츠를 만들어 날 드러내고, 그 일에 관심 있는 사람을 모을 수도 있고요! 개인적인 의미의 커뮤니티라면 이런 방식이 시작점이 될 수 있죠. 내가 어떤 키워드와 장소들을 선택하는지에 따라서 나의 색깔이나 내가 원하는 커뮤니티가 어떤 커뮤니티인지 좀 더 눈에 드러나는 거죠~

하지만 이건 본인을 파악하는 데 더 소스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말씀드린 부분이고요…. 커뮤니티 자체적인 개념으로 볼 때에는, 처음부터 말씀드렸지만 한 개인의 삶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커뮤니티라는 것은 나를 둘러싼 환경의 일부이거든요. 예를 들어, 하나의 커뮤니티만이 누군가를 대변하진 않죠. 요즘 누구도 한 가지 색깔만 가지고 사는 사람은 없죠. 한 가지 일만 하면서 사는 사람도 없고요. ‘N잡러’라는 말도 너무 보편화됐는데, 코로나로 더 복잡해지기도 했죠. 자기를 중심으로 둔 여러 가지 커뮤니티에 그룹핑이 됨으로써 굉장히 다르면서도 여러 가지 만족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삶을 살 수 있는 시대가 됐다고 생각해요.

한때 ‘대기업을 퇴사했다’라는 내용만으로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하고, 인생의 전환점을 보여 주는 것이 유행이 된 시점도 있었어요. 우리가 직접 삶의 균형을 찾아 나선 사람들의 용기를 서로 인정했던 것 같은데요~ 이제는 그게 더 복잡해진 것 같기도 하고, 더 많은 가능성으로 열린 것 같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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