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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혁주
  • 지난 특집
  • 입력 2020.07.16 00:30
  • 수정 2021.04.09 14:40

[7월특집(1)] 커뮤니티 빌더가 열어가는 로컬은 현재진행형

[비로컬 팟캐스트-25회 2부] 로컬 커뮤니티: <청춘여가연구소> 정은빈 대표

7월 특집은 로컬 커뮤니티입니다. 로컬과 로컬 사이, 로컬과 로컬콘텐츠 사이에 결국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는 모두에게 익숙하지만 모두에게 당연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커뮤니티 빌더 청춘여가연구소 정은빈 대표님을 모시고 로컬 커뮤니티의 의미와 미래를 함께 돌아봅니다.

◇윤: <청춘여가연구소>에서 해온 다양한 액티비티들엔 어떤 게 있나요?

◎정: 초반엔 문화 콘텐츠 크리에이터처럼 제 손에 닿는 것들은 할 수 있는 영역 안에서 다 시도해 본 것 같아요. 미술이라는 영역, 더 나아가 예술이라는 영역을 사람들과 어떻게 연결시킬까를 많이 고민했어요.

2012년엔 ‘사람전’이라고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전시들을 진행했어요. 그때 또 ‘아홉수전’이라고, 부제가 ‘뜨거운 스물아홉, 그리고 서른’인 전시를 했는데요! 우리 사회가 나이 스물아홉을 중심으로 굉장히 많은 변화를 예고하잖아요? 그런데 그 나이의 사람들을 실제로 만나 보니까 ‘스물아홉’의 나이란 게 우리가 위기라고 느끼는 것보다 오히려 본인을 성장시키는 시기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다양한 삶을 사는 스물아홉 세 분의 삶을 전시했고, 전시를 찾아온 150여 분 정도를 인터뷰하면서 참여 승인을 하신 분 중심으로 ‘익명의 책’이라고 한 명 한 명의 삶에서 스물아홉을 중심으로 삶이 어떻게 변했나를 전시했었어요. 그게 굉장히 기억에 남아요.

마카롱 만드는 취미모임이 커뮤니티의 특성을 지니면서 '잉여롱'이라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확장되기도 했다. (출처: 정은빈 페이스북)

그 전시로 삶을 보여 주는 게 의미 있는 일이라는 걸 스스로 느꼈고, 콘텐츠 중심이 아닌 삶 중심으로 앞으로의 작업을 가지고 가고 싶다는 걸 확인한 것 같아요. 사람 한 명 한 명의 경험이 모두 다 소중하고 다르기 때문에 나이를 넘어서서 한 사람이 살아온 삶 중심으로 그 사람을 생각하고, 받아들여 주는 사회와 커뮤니티가 되면 서로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면서 손에 닿는 대로 일을 병행했어요.

제가 대학에서 조소과를 나오다보니 손으로 만드는 기술을 빨리 습득하는 편이었는데, (프로그램에) 필요한 빵들을 만들다 보니 어느 순간에는 빵 만드는 강의를 하고 있더라고요?

과자랑 브라우니를 만들다 보니 마카롱도 만들었는데, 마카롱이 2012~13년도에 갑자기 붐이 일었어요. 제가 마카롱을 배우기 위해 많은 자원을 쏟지 않았기 때문에 강의료가 저렴했고요. 거기에 함께 재미있게 먹는 소셜다이닝 중심으로 강의를 진행했더니 굉장히 많은 분이 찾아주셔서 생각지도 않게 마카롱 강의로 한동안 먹고살았던 것 같아요.

◇윤: 그 마카롱 강의도 ‘잉여롱’이라는 프로그램이 됐잖아요? 정 대표님이 하는 프로그램의 재밌는 특징이 항상 콘텐츠에서 시작해서 커뮤니티로 확산이 돼요.

◎정: 마카롱을 만들다 보니까 사람들이 또 같이 만드는 (공동체) 안에서 재미를 느낀 거예요. “우리가 뭔가를 배웠으니 이걸로 누군가에게 공헌할 수 있지 않겠냐?” 실제로 <청춘여가연구소>가 초반에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 게 “어떻게 하면 내가 가진 취미취향의 잉여의 능력들을 사회공헌적인 것들과 연결시켜서 소셜 미션을 가진 지속적인 행위로 만드느냐”였어요. 어떻게 보면 이건 저의 성향인 것 같아요. 무언가를 커뮤니티로 풀어내서 지속적인 액션으로 만들어 서로 영향을 주고받게 하고 싶은 마음이 항상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마카롱 만드는 사람들이랑 함께 만든 마카롱을 ‘잉여롱’이라고 이름 붙였어요. “우리의 잉여활동을 통해서 만들어진 마카롱이다! 이걸로 다른 사람에게 달콤한 휴식을 전해 주자. 그 사람도 잉여롭게 해주자!” 그래서 그 지역 아동센터라든지 또 다른 휴식이 필요한 사회적인 시설들에 가져다주거나, 가서 그 시설 친구들과 함께 만들기도 하고…. 그런 일을 했어요.

신촌거리에서 버스킹 행사중인 <브레맨 음악대> (출처: 브레맨음악대 페이스북)

◇윤: ‘브레맨 음악대’ 활동은 어떠셨나요?

◎정: ‘잉여롱’ 이후죠. ‘브레맨 음악대’는 2014년 가을에 시작했어요. 그때, 아마추어적인 음악이나 언더의 음악들이 성공하는 성장과정을 보여 주는 영화들이 엄청 많이 나왔던 걸로 기억해요. 참 애썼습니다! “어떻게 하면 ‘브레맨 음악대’ 활동을 재미있게 보여줄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도 어떻게 하면 스스로 더 즐거울까?” 고민하며 많이 애썼습니다.

◇윤: 사실 <브레멘 음악대>는 거의 모든 이들이 어린 시절 읽는 동화잖아요?

◎정: 맞아요. 동화 <브레맨 음악대>는 집에서 자기 능력을 인정받지 못한 가축들이 독일의 브레맨에 가서 음악 밴드가 돼보자고 결심하고 자기를 찾는 성장여행에서 시작되죠. 대다수 직장인들도 직장 안에서는 업무적인 능력만 개발할 뿐 자기 자신은 잊어 가는데, 은유적인 의미로 “각자가 좋아하는 것들을 개발하면서 서로 하나가 되는 과정을 ‘성장과정’이라고 할 때 그 모티브가 <브레맨 음악대>랑 너무 닮았다!”라고 해서, 이름을 ‘브레맨 음악대’라고 지었어요.

실제로 직장인들 중심으로 구성했고요. 이것도 완전히 오픈 모집이었어요. “음악하고 싶고 악기 연주하고 싶은 사람들, 악기 하나씩 들고 모여 보자! 우리가 뭘 할 수 있는지 만나 보자!” 해서 모였는데요. 정말 다양했어요. 만났을 때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생면부지 소셜오케스트라’라고 부제를 붙였어요.

◇윤: 제가 알기로는 음악과 악기를 정말 잘 모르는 사람도 모였다고 들었어요. 처음에는 진짜 동화 <브레맨 음악대> 내용처럼 도둑 쫓을 때의 불협화음이 났을 것 같은데, 어떠셨어요?

◎정: 실력 차이가 꽤 많이 났어요. 사실 우리들은 한국적인 교육 안에서 다들 음악에 굉장히 가까운 사람들이에요. 일단 악보를 다 읽을 줄 안다는 게 어마어마하고요! 학교에 다니면서도 악기를 다 하나 이상씩 다뤄 봤어요. 그런데 또 따로 배우고 싶은 악기들이 있잖아요? 그래서 우리가 모였을 때 “바이올린 이제 시작해 보고 싶어요, 한 달 연습했어요” 하는 분, “기타 배워 보고 싶어요” 하는 분, 어렸을 때 바이올린 전공하려고 열심히 배웠던 실력자도 계셨고, 이제 막 플루트를 배워 나가던 분도 있고…, 너무나 다양했어요. 노래 한 곡을 만들 때면 서로 기다려줘야 했어요.

이렇게 서로를 가르치면서 시작해 3개월이 지나고, 첫 번째 활동이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소소예술시장’에서 버스킹을 한 거예요. 그때는 그 시장의 소상공인들을 작은 예술가라고 생각하고, 우리가 “이 사람들의 판매를 응원하는 연주를 하자!”라는 타이틀을 붙였어요. 장터 안에 장소 ‘A, B, C, D, E’를 정해 놓고 게릴라처럼 여기 나타나서 노래를 부르고 사라지고, 저기 나타나서 노래를 부르고 사라지고, 옆에 있는 가게도 홍보해 주었습니다!

또 <빅 이슈>랑도 작업을 많이 했어요. ‘빅판’이라sms 잡지 판매하시는 분들을 도와드리는 일도 하고, 빅 이슈에도 ‘봄날밴드’라는 밴드가 있어서 연관될 수 있는 고리들을 찾아서 같이 공연했었어요. 그 활동을 통해서는 일반인들이 가진 홈리스에 대한 인식개선을 하고 싶었어요. 연관되어서 폐지 줍는 노인분에 대한 배려, 공동체적인 인식 변화를 목표로 같이 활동했었어요.

지하철 역에서 버스킹 행사를 마치고 (출처: 브레맨음악대 페이스북)

◇윤: 기업이 아니니 표현이 좀 애매하긴 하지만, 콘텐츠, 커뮤니티, 그 다음으로는 CSR(편집자 주: 기업의 사회적 책임)로 가는 것 같습니다.

◎정: 실제로 초창기에는 사회공헌과 나의 취미취향을 연결시키는 게 <청춘여가연구소>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였어요. 그러면서 사회공헌만으로 개인의 삶의 질이 나아지는 건 너무나 오래 걸리는 일이고, 사실 개개인이 더 원하는 것들은 나를 둘러싼 작은 커뮤니티의 안정감이란 것을 느끼게 됐죠. ‘브레맨 음악대’도 그런 의미에서 커뮤니티에 대한 감각을 깨우는 데 많은 영향을 줬고요. 그다음부터는 좀 더 도시적인 커뮤니티를 어떤 식으로 해석하고 그 안에 콘텐츠를 잘 응용해서 녹여낼 것인가를 많이 고민하게 된 것 같아요.

◆김: ‘커뮤니티 빌더’라는 말은 코워킹 스페이스 때문에 지난 2~3년 동안 나온 얘기지 그전까진 잘 안 쓰이던 말이에요. 해주시는 얘기를 쭉 들어보면 콘텐츠를 만들 때나 어떤 상황 안에서나 어떤 분들을 만나든지 항상 ‘커뮤니티 빌더’ 역할을 해오셨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청춘여가연구소> 활동을 응원해 주신 말 중에 가장 제 마음에 와닿는 말이에요. 저희가 커뮤니티 빌더군요!

◇윤: 계속 여러 활동을 많이 하고 계시는데, 서울에서만 하신 게 아니죠?

◎정: 네. 여러 곳에 기회가 닿았는데, 멀리 움직이는 일은 제가 <청춘여가연구소> 조직을 더 탄탄하게 만들지 않는 한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기억에 남는 두 가지 활동은 제주도 아라리오 뮤지엄에서 진행한 ‘X의 유물’이라는 프로젝트와 작년에 천안에서 진행한 ‘천안케어, 꽃천안’이라는 시민정원 프로젝트에요.

먼저 ‘X의 유물’에서의 ‘X’는 정말 나를 지나간 전 애인들에 대한 상징인 ‘EX’의 ‘X’고, ‘X의 유물’은 그들이 남긴 선물을 지칭합니다. 그 당시에 제주 아라리오 뮤지엄에서 ‘실연박물관’이라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전시를 영입했거든요? 그런데 이 ‘X의 유물’ 프로젝트가 그 전시랑 매칭이 너무 잘 된다고 해서 함께 진행하게 됐어요. ‘X의 유물’은 “어떻게 하면 좀 더 기부를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라는 상상에서 시작됐는데요. 기부활동이 구태의연한 경우가 많고, 내가 한 기부가 실제 의미대로 잘 쓰일까에 대한 의문이 들 때가 많잖아요.

개인적인 상실의 에너지를 사회적으로 투영해 상실을 위로한다는 컨셉을 가진 경매 컨셉의 이색 기부 프로그램 'X의 유물' (출처: 청춘여가연구소 페이스북)

그런데 ‘X의 유물’은 상실의 에너지가 담긴 물건이잖아요? 또 쓰진 않지만 남도 주지 못하는 잉여의 재산입니다. 그래서 이런 것들을 “기꺼이 좋은 목표로 기부해서 다시 자원으로 만들어 다른 상실을 가진 지역에 기부하자!”. 그래서 이 ‘X의 유물’ 경매는 “상실의 에너지로 상실을 위로한다”라는 컨셉을 가지고 했고요. 경매를 통해서 처리됩니다. 이 과정에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해 기부 행위에 비딩(bidding)하면서 스스로 적극적으로 기부 액수를 늘려가요.

각자 가진 상실의 스토리가 (참여하는) 스스로에게도 해소감을 주면서 지역적인 사연에 대한 공감도 함께 일으켰던 것 같아요~ 실제로 물품을 기부한 곳도 사회적 사각지대, 꼭 필요하지만 우리가 법적이고 행정적인 테두리 안에서는 돌볼 수 없는 곳이었어요.

예를 들면 한부모 가정인 집이 있는데, 정부에서 여러 가지를 지원해 줘도 그 한부모 가정 아이가 학원을 다니고 싶은데 필요한 교육비라든가 하는 세세한 부분에 대해서는 계속 자원적인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죠. 그러면 저희는 “여기에 기부를 할 겁니다”라고 그 이슈를 미리 알려줘요. 경매 참여자들은 “내가 기부할 곳이 어디고, 누구를 위해서 어떤 일로 쓰이겠구나!”를 미리 명확하게 알고 기부할 수 있어서, 지역적인 공감 커뮤니티를 만드는 데 더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김: 가슴 아프게 헤어졌을 수도 있지만, 헤어진 파트너의 물건이나 추억이 제일 좋았던 기억일 수도 있잖아요? 함께했던 순간만큼은 가장 반짝거리고 찬란했을 테니까…. 좋은 에너지를 이동시킨다는 느낌도 있네요!

◎정: 맞습니다. 굉장히 좋은 물건도 많이 나왔어요. 사연 중심으로 경매를 진행하는데 ‘상실의 에너지’라는 게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걸 확인했고, 확장해 가다 보니까 사실은 그 상실의 에너지도 나를 성장시키는 에너지였더라고요!

올해 7월 25일에도 ‘X의 유물’ 경매가 열리는데요. 이번에는 서울시 ‘물 순환 문화제’랑 함께하는데, ‘순환, 성장’의 키워드를 더 중심으로 잡아서 “내 청춘의 상실, 내가 성장한 에너지를 통해서 너의 청춘을 응원할게”라는 의미로 진행합니다. 참여하시려면 자신을 성장시킨 지표를 찾으시면 됩니다! 나의 지나간 취미도 포함되고요. 부모님이 물려주신 유품이나 반려견과의 추억, 여행지에서의 추억 등… 이젠 ‘X’의 개념이 많이 확장됐어요!

'X의 유물' 경매준비중 (출처: 정은빈 페이스북)

그다음 기억에 남는 건 천안에서 진행한 시민정원 프로그램입니다. 풀네임은 ‘천안케어, 꽃천안’. 이 시민정원의 경우, 천안시의 프로젝트를 통해서 “(천안) 시민이 시민을 대표해서 (천안) 시민을 돌본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실제 먹을 수 있는 작물을 프로젝트에 활용하고 싶었는데, 시기적인 제약이 있어서 정원에서 생산된 꽃 중심으로 진행했고요. 이 꽃들을 시민들이 자기 주변의 시민에게, 그러니까 시에서 발굴해 낼 수 없는 소소하거나 일상적인 사연들을 응원하기 위한 곳으로 보냈어요.

예를 들어 “내 주변의 지인이 아이를 낳았다!” 그럼 거기에 만들어 낸 꽃을 보내고요. “혼자 사시는 노인의 안부를 묻고 싶다” 할 때에 꽃을 가지고 노크하면서 그분과 대화를 시작하고…. 이런 지역 소통 프로그램, 천안 시민의 경조사를 시민이 직접 돌보는 형태의 프로젝트를 운영한 게 ‘천안케어, 꽃천안’ 시민정원 프로젝트입니다.

◆김: 현장에서 찍으신 사진을 보면 정 대표님 사진 중에 가장 행복해 보이더라고요! 미소도 그렇고, 일 자체를 즐기시는 느낌이 많이 나서 좋은 기억으로 남으신 것 같아요.

◎정: 정말 행복했어요~ 도시에서 흙과 관련해 내가 뭔가를 키우거나 생생함을 새롭게 느끼는 경험은 놓치곤 하는데요. 정원 프로그램 하면서는 매주 한 번 이상은 흙을 만질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또, 아이들이 꽃밭 사이 여기저기 앉아서 그림도 그리고, 책도 읽고, 밥도 먹고, 씽씽이 타고 막 돌아다니는 걸 보면서 정말 큰 에너지를 느꼈고, “아! 이게 지역 공동체의 행복이구나!”라는 것도 다시 한 번 확인했고요. 그 프로젝트를 하는 동안에 정말 아주 행복했습니다!

당시 20팀 정도가 운영할 수 있는 굉장히 작은 부지의 정원으로 진행했는데요. 앞으로도 이런 지역적인 문화가 실천되려면 공원이나 공유지 확보가 중요할 텐데, 천안도 굉장히 많은 공원 부지를 소유하고 있다고 알고 있어요. 관련 사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따라서 천안 시민의 삶의 질이 엄청나게 바뀔 수 있는 역량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꽃으로 행복해지는 도시 '꽃천안' 프로젝트에서 (출처: 청춘여가연구소 페이스북)

◇윤: “꽃으로 행복해지는 도시, 그 도시에 사는 시민들이 서로를 돌보는 도시”라는 것은 굉장히 인사이트가 크다고 생각해요. 천안시 인구가 약 65만 정도인데, 이런 인구 구조를 가진 지역이 배후지역과 어떻게 관계를 형성하면서 커뮤니티성을 유지하고 탈물질적으로 전환하는가를 지켜보는 것도 굉장히 의미 있을 것 같아요!

◎정: 네. 작은 규모고 도시의 인구수가 준다고 꼭 위기라고만 생각할 필요는 없는 것이, 규모가 적당하면 콤팩트하고 영향을 더 많이 주고받는 안정적인 도시를 만드는 요인이 된다고도 보거든요~ 그러니까 커뮤니티를 만들 때는 그 커뮤니티로 영향을 주고 싶은 범위가 어디까지냐를 정의하는 것들이 사실은 더 사전에 이루어져야 하는 것 같아요.

“성장하면서 그냥 자연스럽게 이만큼 범위겠지, 더 커지겠지”가 아니라, 커뮤니티가 어느 범위까지 커버하고, 영향을 주게 하고 싶으냐에 따라서 설계부터 달라야 한다고 생각해요. 커뮤니티를 준비하는 분이라면, 내가 만들고자 하는 커뮤니티가 누굴 대상으로 어디까지에 영향을 주고 싶은가, 몇 명의 지역 주민들을 바꾸고 싶은가까지 구체적으로 목표를 세우시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 일본 책인데 야마자키 료가 지은 <커뮤니티 디자인>이라고 2012년에 나왔는데도 커뮤니티 공부하거나 준비하시는 분들은 구매해서 하나씩 갖고 계신 책이 떠오르네요!

◎정: 아마 2014년~15년쯤이었던 것 같은데요. 저도 천천히 그 책을 보면서 커뮤니티 디자인이라는 것을 인식했고, 디자인적인 사고가 커뮤니티를 바꾸는 데 어떤 식으로 큰 영향을 주는지를 새롭게 느꼈었어요. 제가 예전에 CI 디자인 회사를 창업했던 적이 있는데, 그때부터 디자인적인 사고가 문제를 푸는 방식에 큰 도움을 준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근데 야마자키 료가 그걸 ‘커뮤니티 디자인’이라는 말로 정의하면서 우리에게 많은 거리들을 던져 준 것 같아요! 그동안 공공디자인 영역으로 도시디자인이나 시설 중심으로 진행되어 온 디자인들이 좀 더 커뮤니티나 삶의 모습과 잘 어우러지게 붙으면서 확산된 모습이 커뮤니티 디자인의 영역이 아닐까 생각해요.

커뮤니티에는 공식이 없다. <청춘여가연구소> 프로그램 중 하나인 소셜다이닝 '비욘드라이프 식탁' (출처: 청춘여가연구소 페이스북)

생각의 기반에는 비슷한 점이 있지만, 야마자키 료가 <커뮤니티 디자인>에서 말하는 ‘커뮤니티’와 제가 말하는 ‘공동체적인 커뮤니티’에는 좀 다른 면도 있습니다. 제가 말하는 공동체적인 커뮤니티는 실제로 사람들의 도시적이고 사회적인 인프라와 그 사람의 삶이 가고자 하는 방향성, 가치관 이런 것들을 어떻게 하면 잘 매칭시킬 수 있을까에 닿아 있어요. 그래서 본인이 그 범위를 어떻게 규정하는지에 따라서 커뮤니티의 규모와 방향성이 계속 달라지는 것 같아요. 저는 이 지점에서 ‘커뮤니티’를 잘 만들고 싶은 거고요.

어떻게 보면 제가 계속 도시적인 커뮤니티에 관심을 가지고 방향을 잡아 왔기 때문에 이렇게 정의되는 면도 있어요. 도시적인 커뮤니티를 만들 때는 또 분명하게 지역적인 커뮤니티를 만들 때와는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도시 커뮤니티를 지역으로 가져간다고 해서 성공하지 못하고요. 지역에서 잘된 케이스를 서울로 가져온다고 해서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죠. 이게 사회적인 인프라와 연관성이 깊은데요. 사회적인 인프라가 지역마다 서로 다르기 때문에 계속 도시적인 콘텐츠를 기반으로 커뮤니티를 만들어 온 저로서는 지금은 커뮤니티가 딱 한 가지 모습이 아닌 개인의 여러 면을 대변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런 다양한 커뮤니티를 한 사람이 가져야 한다고도 생각합니다.

◆김: “커뮤니티에는 공식이 없다”라는 말씀이네요.

◎정: 네. 그리고 하나의 삶의 모습만이 커뮤니티 공동체를 정의할 수 없는 것도 맞습니다.

◇윤: 정리하면 취향이나 라이프스타일로 구분되는 콘텐츠를 커뮤니티화 하고, 그게 다시 사회로 환원돼 소셜임팩트가 일어나는 ‘커뮤니티 빌딩’을 여태 해오셨고, 오늘 그 노하우의 일부를 저희에게 전해 주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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