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리칼럼(3)] 농산어촌에는 노트북이 없다?

멘토리 권기효 대표의 로컬 청소년 이야기

beLocal 승인 2020.07.27 00:00 | 최종 수정 2020.07.31 10:51 의견 0
(멘토리 제공)


“얘들아 이거 봐. 포토샵, 일러스트, 프리미어 모두 무료로 쓸 수 있어!!”
“와 좋다. 쌤 근데 전 노트북 없어요.”

농산어촌 청소년들과 도시 청소년들이 가장 크게 다른 점은 개인 노트북의 유무였습니다. 가끔 도시의 청소년들을 만나 프로젝트를 논의 할 때면 다들 개인 노트북을 들고 능숙하게 PPT도 만들고, 자료도 찾고 하더라고요. 의외로 요즘 아이들은 노트북을 많이 가지고 있었어요. 반면에 농산어촌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가장 어려운 점 중 하나가 개인 장비가 없다는 것 이었습니다. 이 차이는 단순히 기기의 유무가 아닌 커다란 차이를 만들어냈습니다.

사실 노트북이라는 기기의 존재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요즘은 스마트폰 하나만 있어도 모든 것을 할 수 있으니까요. 노트북의 유무가 주는 차이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노트북을 사준다는 것, 노트북을 자주 사용한다는 것”

우리는 이 점이 농산어촌과 도시 아이들의 가장 큰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정확하게는 어른들이 노트북을 바라보는 시각이죠. 농산어촌의 고교는 통폐합 덕분에 기숙형인 경우가 많은데, 아직도 많은 학교들의 기숙사 반입금지 물품에 ‘노트북’이 있습니다.

“노트북으로 딴 짓을 많이 하니까 아예 없는 게 나아요.”

아직도 많은 선생님, 학부모들이 이런 이야기를 하십니다. “면학 분위기를 해친다”, “공부를 안 한다”라는 이유의 원흉으로 노트북을 지목하죠. 그런데 공부 안하는 애들은요, 노트북 없어도 공부 안 합니다. 볼펜 하나만 있어도 돌리고 분해하고 세상 즐겁게 놀죠. 눈을 뜨고 가만히 바라보면 보이는 공중에 빛나는 물체를 쫓기도 하고요.

공부는 차치하더라도, 노트북이 없다는 문제는 청소년들에게 암기식 공부를 하는 것 외에 다양한 도구를 활용하는 배움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구글에서 원하는 자료를 검색하기 위해서, PPT로 발표 자료를 만들면서, 프리미어로 영상 편집을 하기 위해 이것저것 해보면서, 믹서로 음악을 만들어보면서 하는 일들이 쓸데없는 일이 아니라는 건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겁니다. 물론 노트북이 있으면 게임도 하죠. 노트북을 활용해 할 수 있는 일들을 제대로 만들어주지 않은 지금과 같은 환경에서는 당연히 게임만 하게 됩니다.

노트북은 ‘도구’입니다. 아이들에게 새로운 도구를 활용해 다양한 배움의 기회를 열어주는 것은 어른들의 몫입니다. 대부분의 부모나 교사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도시에서는 꽤 많은 곳에서 이런 시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역에서는 여전히 청소년들을 ‘통제’의 대상으로 보고 조금의 ‘일탈’도 용납하지 않으려는 인식으로 청소년들의 성장을 막고 있습니다.

오래 곪은 이 상처가 지금에서야 크게 터져버렸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개학이 연기되었고, 온라인 개학이라는 상황까지 왔습니다. 농산어촌은 전혀 준비가 되지 않았습니다. 장비의 부족은 어떻게 해서든 극복 할 수 있지만, 노트북을 활용한 온라인 학습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청소년들 역시 전혀 준비가 되어있지 않습니다. 아마 적응하지 못한 대부분은 학원에 의존하게 되겠지요. 이런 문제는 아이들의 집중력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새로운 도구를 활용한 배움에 대한 경험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합니다.

“ㅇㅇ중점학교”라는 것을 자랑하는 교장선생님이 IT반에 데려가 수십 대의 갤럭시탭을 자랑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자랑이 끝난 뒤 갤럭시탭은 자물쇠가 달린 캐비넷으로 들어갔고, IT반은 문이 잠겼습니다. 제가 국민 학교 다닐 때 일주일에 한 시간 갈 수 있었던 전산실과 무엇이 달라졌는지요. 이 도구들은 아이들 손에 쥐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그 도구로 해야 할 일들을 계속해서 아이들에게 제안해야 합니다. 그 과정 속에서 게임도 하면서 놀 수 도 있는 거죠. 당신의 제자는, 자녀들은 그렇게 무절제 하지 않을 거예요. 다만 연습이 필요합니다. 이 시기에 한번 시도해보면 어떨까요?

다양한 도구를 활용한 배움이라는 측면에 대해 우리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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