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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혁주
  • 인투더로컬
  • 입력 2021.03.19 13:00
  • 수정 2022.05.16 23:25

[인투더로컬(2)] 시선커뮤니케이션 최윤형 대표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주최

제가 1인 기업으로써 “경험을 디자인한다”라고 말씀드리는 이유는 기획자가 아닌 사람 중심으로 기획에서 실행까지 이루어지는 프로세스를 보여드리고 싶어서입니다. 또, 정갈하면서 완성도 있는 결과물을 내기 위해서 ‘경험 디자이너’를 자칭하고 있습니다.

저를 “일은 글로벌하게 했고, 눈은 로컬에 와있다”라고 소개해주셨는데 이전에 근무한 회사들에서 글로벌 브랜드들을 맡아 글로벌 프로젝트들을 진행하는 감사한 기회들로 큰 판을 읽는 감을 얻었습니다.

2012년에 부산에 와서 한 일은 주로 전자제품들을 가지고 다니면서 글로벌 런칭과 올림픽 스폰서 프로그램들을 진행한 것인데요. 당시 글로벌 프로젝트의 핵심이 ‘해당 국가’와 ‘소비자’, 두 가지 키워드를 모두 공략하는 거였는데, 그게 로컬입니다. 그때, 로컬에 있는 사람과 문화 안에서 우리 제품을 어떻게 알리고 대중화할 것인지에 대해서 경험했습니다.

예를 들어, 영국에 간다면 그 지역의 인구지표를 확인하고, 그 나라의 특성을 공부하는 일 등을 체득한 것입니다.

부산도 마찬가지입니다. 20년 뒤에 돌아온 고향이지만, 저에겐 다른 나라의 도시였어요. 서울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서, “무엇을 추구할 것인지, 프로젝트 목표에 맞게끔만 집중하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브랜드 개발을 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브랜드 브랜딩 활동을 할 때로 기억하는데, <벤츠>의 한 딜러가 당시 가장 고층이었던 제니스 상가 뒤편에서 “저 부자들을 데리고 프로젝트를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라고 해서 저는 제니스에 들어오는 분들이 가지는 마음가짐과 벤츠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아! 내 뒷마당에 벤츠 한 대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라는 생각을 공략한 뒤 현장에서 아빠, 엄마가 차를 구경하는 시간에 아이들은 그들대로 놀 수 있도록 분리 동선을 만들어주는 디자인을 했습니다. 예전에 했던 활동들과 연관돼서 그렇게 할 수 있었는데, 부산 한 곳에서 진행했던 이 프로모션이 잘돼서 <벤츠 코리아> 케이스 스터디로도 뽑혔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게 “설정한 마케팅 목표를 어느 정도 실천해낼 것인가?”에 대해 집요하게 질문하고 대답하는 프로세스를 저 혼자 가져가면서 협업했고, 그것이 자신감이 됐습니다. 부산 안에서 “아, 내가 이런 기획들을 진행할 수 있겠구나” 깨닫는 자양분이 되면서 다음 일들을 자신감 있게 해나갔습니다.

<시선 커뮤니케이션>의 키워드는 축제인데요. 1996년부터 시작해 2020년 25회를 맞은 “부산국제영화제”에 관객이자 소비자였던 제가 좋은 축제를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으로 함께 참여하게 됐어요. 가끔 피치 못할 사정으로 참여하지 못할 때도 있지만 그럴 때는 관객으로라도 내려와 축제를 즐겼습니다.

2012년에 귀향한 뒤 계속 스텝을 했고, 약 1년여간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사업국장으로 메이저 영화제가 아닌 작은 영화제가 가지는 힘과 장점들을 깨닫고, 관이 주도하는 행사들의 생리를 배우며 업력을 키웠습니다.

브랜드 쪽에서 일하다 보면 그 브랜드를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항상 ‘패스트 피치’를 주거든요. 기왕 즐겁게 체험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패스트 피치’를 주기 위해 여러 가지로 노력한 부분들이 부산 축제 활동에도 도움이 되는 거죠. 이곳에 오면 기분이 좋아지는 분위기를 형성하려는 노력이 계속 쌓이고 이어져왔던 것 같아요.

지난 브랜드 일로 쌓은 경험이 축제 쪽에서도 쌓이고, 특히 “어린이청소년영화제”에 참여하면서 어린이, 청소년이 ‘나라의 미래’라고 생각하면 부모들로부터 시작해 온 사회가 함께 움직이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할 것 같아 그 흐름들을 만들어가는 노력도 시작하게 됐어요. 어린 친구들에게 창의적인 시각을 길러주기 위해 어른들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가르쳐주는 바가 컸고, <시선>이 그 일을 맡으면서 여러 축제 씬에서 1년에 1번씩은 일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축제에 와서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게 좋았어요. 제가 예전 회사에서 “평창올림픽” 유치 활동을 했었는데 당시 VIP 프로포폴 감독을 하면서 대통령 및 IOC 위원장님을 담당했었어요. VIP를 모시고 일할 때는 그분의 입장에서 불편한 점을 체크하는 일을 비롯해 어떻게 해야 더 좋을지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이 필요합니다. 페스티벌 쪽 업력을 통해 저에게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라는 ‘환대’, 즉, “누구를 어떻게 반길 것인가? 누구를 어떻게 생각하고, 아껴줄 것인가?” 생각하는 훈련이 남았어요.

“커뮤니티 비프(Community Biff)”는 어느 순간 “부산국제영화제”가 “너무 영화인 위주로 흐르는 것 아닌가?”, “일반 관객도 영화인처럼 살고 있고, 우리의 삶의 질도 높아지고 있는데 그걸 발산할 곳은 없으니 일반 관객들도 커뮤니티의 하나가 되어서 영화다운 삶을 누려보자!”라는 취지로 독학 문화 축제를 만들고, 기획단 초반부터 함께해 올해 3회를 맞이했습니다.

호스피텔리티 축제를 통해 ‘환대’에 대해 생각하는 능력이 쌓이면서 누가 어느 장소, 어느 도시에 가서 무슨 일을 할 때 “어떤 내용이 필요한지?”, “어떤 정보를 줄 것인지?”에 대해 고민했고, 어느 도시에 가더라도 “이런 정보가 필요해” 혹은 “저런 정보가 있으면 좋겠다”라는 부분을 끊임없이 질문했습니다.

2017년 축제 씬에서 활동하던 중에, 재택근무 말고 제대로 된 사무실이 필요하겠다 싶어 남천동 골목 2층 가정집에 사무실을 만들었는데요. 제가 기획자이기도 하고 이왕 골목에 사무실을 만들었으니, “뭐라도 해서 주민들을 도와야겠다, 친해져보자!” 생각하고 둘러보니 빵집이 많았어요. “여기가 학원가고, 할머니들도 많으셔서 식사 대용으로 빵을 많이 사 드시니 지도로 만들어봐야겠다!” 생각해서 ‘빵천동 지도’를 만들었습니다.

기왕이면 이분들이 다 잘되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한 집, 한 집 돌아다니면서 빵 지도 제작에 비용이 든다고 하니 “구청에서 왔다 갔으니 구청에 가서 얘기를 해봐라”라고 해서 구청을 찾아갔죠.

그때 같이 갔던 분이 <핑크로더> 대표님인데 구청에 가서 설득하며 이야기를 나눠보니 “이거 실사 쓰셔셔 관(官)에서 만드신 것처럼 만드실 거죠? 빵은 사람들의 감성이 필요한 제품이다 보니 그러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라는 의견을 듣고 작업했는데, 당시 벚꽃이 피기 직전이라 벚꽃을 넣어 기획했더니 좋으셨나 봐요. 그러면서 “부산 수영구 안에서는 밀면, 국밥만 얘기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바닷가를 배경으로 젊은 친구들이 많이 오고, 멋진 브런치 카페와 스타일리쉬한 골목 카페도 많은데 왜 굳이 밀면과 국밥으로 부산을 한정하느냐?”라고 해서 『수영구』라는 책자도 만들었어요.

『수영구』 같은 경우에는, 수영구 골목인데 ‘입 구(口)’ 자를 써서 “골목을 들어가는 문”이라는 의미로 브랜딩했고, 『취향』도 “내 취향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만약에 취향이 없다면 “이런 취향으로 여행해보시는 건 어떠세요?”라는 기획으로 만든 지도입니다. ‘책, 맥주, 음악, 동향’ 총 4가지 테마로 나누어서 지도 한 장만 들면 수영구를 여행하실 수 있게 제작했습니다.

영도는, <대통령 수방>이라는 도시재생사업단에서 활동 내용을 알리고 싶다며 누구나 알기 쉽고, 영도 구민과 외지 분에게도 도움이 되는 잡지 형식의 책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하셨어요. “비뉴영”, “동네방 뉴스레터”도요. 뉴스레터 같은 경우 읽히고 쉽게 버려지는데 뒷면은 달력, 그림, 스티커, 지도 등으로 활용될 수 있게 로컬 콘텐츠로 정리하는 작업들이 있었습니다.

골목자원 같은 경우, 남천동 골목에 좋은 가게가 많아서 그 가게들과 함께하는 조그마한 골목장도 만들었고, 부산역에서 내리자마자 산에 빡빡하게 집들이 있잖아요. 산 중턱에 있는 ‘산복도로’인데요. 거기에서 대표적으로 활동하는 <영초산방>이 있어요. 여기는 부산의 근대화를 함께하는 지역이에요. 피난민들이 집 지을 곳이 없어 산 위로 집을 짓고 올라가서 사셨던 동네를 관광자원화 하기 위해 브랜드 디자인 작업을 했어요.

지금 하는 활동은 부산의 6개 회사들이 각자의 활동이 있지만 리프레쉬가 안 될 때도 있잖아요? 그래서 “딴짓 도모 프로젝트”로 <코어 엑티브>를 만들어서 공간을 베이스로 제품을 만들어보는 시도도 하고 있습니다.

광안리에 가면 거의 준공공재처럼 보이는 아파트 단지 하나를 볼 수 있어요. 곧 재건축되고 사람들이 모두 돈으로만 환산하는 건물이 하나 있는데, 그곳을 부동산적 가치가 아닌 40년간 그곳에서 사셨던 분들의 시간을 기리고, 기억하고 추억하는 전시를 진행했습니다. 그간 ‘호스피텔리티’라는 저의 업력의 인사이트를 가지고 로컬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서 노력해왔고, 현재 <시선>은 사무실도 없다가 제가 좋아하던 카페에 <쌔쌔쌔>라는 이름으로 공간을 만들었어요.

앞으로 이곳이 디자이너나 기획자들이 오셔서 함께 힘을 얻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브랜드와 페스티벌을 기반으로 호스티텔리티라는 능력을 장착하고 로컬을 바라보는 시각을 가지고 활동하겠습니다. <쌔쌔쌔>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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