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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혁주
  • 로컬맥주
  • 입력 2021.01.30 19:10
  • 수정 2021.02.01 01:02

[로컬맥주(5)] 1부: 크래프트비어로 향하는 ‘다리’ <크래프트루트> - 윤수구 본부장

속초에 있는 <크래프트 루트>는 양조장과 펍이 함께 있는 브루펍입니다. 익선동에 있는 <크래프트 루>라는 펍에서 시작해 속초에 <크래프트 루트> 양조장을 만들고, 속초의 명소들을 담은 속초IPA, 설IPA, 동명항 페일에일 등의 맥주를 만들고 있는데요. 대중들이 크래프트비어를 더 쉽게 경험할 수 있도록 라이트한 맥주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또 문화콘텐츠를 통해 로컬을 알리는 일을 하고 있는데요. 크래프트비어 축제인 '비어샤워', '대한루트B급영화제' 등을 통해 크래프트비어 체험의 장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지역 양조장으로서 지역을 대표하는 맥주를 만들고 있는 <크래프트 루트> 윤수구 본부장을 만나 로컬 맥주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1부: 크래프트비어로 향하는 ‘다리’ <크래프트 루트> -윤수구 본부장
2부: 문화콘텐츠로 로컬을 알리는 ‘로컬 브루어리’ <크래프트 루트> -윤수구 본부장
3부: (양조장 탐방) 맥주, 수많은 공정으로 탄생된 마시는 예술작품 - 남도현 양조사
4부: 2020 KIBA 최다수상...'속초를 담은 맥주'

2021년 1월 <비로컬> 특집 주제는 "로컬맥주"입니다. 하고 싶은 일을 살고 싶은 곳에서 추구하는 로컬크리에이터의 정신은 크래프트비어를 만드는 로컬 브루어리의 크래프트 정신과도 유사성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통상 수제맥주, 크래프트비어라는 명칭으로 불리고 있지만, 기존의 의미 속에서 발견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의미를 찾기 위해 "로컬맥주"라는 주제로 로컬트렌드를 탐사하는 기획입니다.

<크래프트 루트> 윤수구 본부장 (beLocal 김혜령 에디터)

▶양조장 이름을 <크래프트 루트(CRAFT ROOT)>라고 하셨어요. 어떤 의미인가요?

☞<크래프트 루트> 윤수구 본부장: 저희가 익선동에 매장이 하나 있고, 속초에 양조장이 있습니다. 매장은 <크래프트 루(CRAFT ROO)>라고 하는데요. ‘루(樓)’가 다락을 뜻합니다. 익선동 매장이 한옥이어서 다락이라는 의미를 넣어봤고요. 속초에 양조장고 함께하는 브루펍은 <크래프트 루트>라고 해서, ‘루트’의 뜻인 ‘근본, 본질’을 담았습니다. 크래프트의 본질이 되는 뿌리가 이곳 양조장이라는 의미입니다.

저희 속초 매장을 보시면 'ROOT'에서 'T'를 살짝 띄어 썼거든요. 멀리서 보면 '+'처럼 보이기도 하는데요. ‘루(樓)’ 와 ‘루트’ 두 가지를 동시에 형상화 하려는 의도도 있었고요, 가장 먼저 열었던 익선동 매장인 ‘루’에 양조장이 더해졌다(+)는 이중적인 의미도 담아 보았습니다.

▶익선동에서 <크래프트 루> 매장을 먼저 시작하고, 속초에서 양조장을 하셨어요. 속초에 양조장을 만들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크래프트 루트> 윤수구 본부장: 대표님께서 크래프트비어의 매력에 흠뻑 빠지셔서 사업을 하고 싶어 하셨거든요. 양조장을 하기 전에 소비자들이 어떤 스타일의 맥주를 선호하는지 먼저 탐색해보기로 하고 테스트 매장으로 2016년 4월에 익선동에 펍을 열었습니다.

익선동은 한국의 전통적인 기와집 문화촌이에요. 이 곳에서 수입맥주를 판매하는 게 안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한국에 있는 로컬 맥주들을 소개해보려고 1년 간 국내 브루어리들이 만든 크래프트비어를 찾아와 판매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의 취향을 파악하고 2017년 6월 30일에 속초에 양조장을 차렸습니다. 속초로 가게 됐던 이유는 대표님의 고향이기 때문이었어요.

<크래프트 루트> 김정현 대표가 직접 찍은 속초의 명소들을 일러스트화 해서 담은 대표 맥주들. (beLocal 이상현 에디터)

▶<크래프트 루트>에서 만든 대표 맥주들을 보면 라벨에 속초의 특징을 담았어요.

☞<크래프트 루트> 윤수구 본부장: 이곳에서 양조장을 할 거라면 우리가 만드는 맥주를 통해 속초를 알리고 싶었어요.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모았는데, 속초의 유명한 지역을 네이밍 해보자는 의견이 나왔죠. 대표님 취미가 사진 찍는 건데요. 속초의 유명한 장소들이 가장 잘 담길 수 있는 구도를 고민해서 대표님이 직접 가서 사진을 찍어오셨고요. 그 사진을 바탕으로 일러스트로 만들어 맥주 라벨에 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네이밍을 통해 속초라는 로컬을 더 많이 알리고 싶었어요.

▶대표님께서 음식 페어링과 퀄리티에 엄청 신경을 많이 쓰신다고 들었습니다. 비어소믈리에 자격증도 있으시다고요?

대표님이 되멘스 비어소믈리에 3기인데요. 그렇다보니 맥주 퀄리티 컨트롤부터 엄청 까다롭게 기준을 잡았습니다. 2017년 9월부터 맥주를 선보일 계획이었는데, 테이스팅을 해서 맛이 이상하면 정말 다 버렸어요. 버린 맥주가 한 16톤 정도는 될 거예요. 그런데 맥주만 맛있다고 잘 팔리는 건 아니거든요. 맥주와 어울리는 안주들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우리나라는 역시 ‘치맥’이잖아요. 치킨과 가장 잘 어울리는 맥주가 라거에요. 정식 명칭으로는 아메리칸 라거죠. 이 맥주 스타일은 아로마가 없어요. 향이 없는 대신 탄산이 좋아서 꿀떡꿀떡 마시기 편한 맥주죠. 치킨이 기름지니까 라이트 라거로 입을 헹구면서 먹게 되니 맥주와 안주가 서로 궁합이 좋은 거죠.

저는 해산물을 좋아하는데 우리나라 홍어 있죠. 삭힌 홍어는 어두운 맥주랑 마시면 맛이 따로 놀아요. 대신 사우어 맥주, 즉 신 맛이 나는 맥주와 먹으면 굉장히 잘 어울립니다. 사실 우리나라 전통 음식하고 맥주가 잘 맞지 않는데요. 그걸 더 연구해서 우리나라 음식과 어울리는 맥주를 찾는 게 비어소믈리에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이번에 콜라보레이션 한 ‘루트바나’도 티라미수를 페어링 했거든요. 둔켈 바이젠복 스타일의 맥주인데요. 바이젠은 바나나 향이 나는 목넘김이 부드러운 맥주이고, 복은 알코올 도수가 높은 맥주에요. 다크맥주인데, 이런 맥주들이 빵, 코코넛 등과 잘 어울리거든요. 그래서 이번 맥주는 티라미수랑 잘 어울려서 함께 소개를 하고 있습니다.

<크래프트 루트> 전경. (beLocal 윤준식 편집장)

▶<크래프트 루트>가 맥주의 맛에서 추구하는 지향점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크래프트 루트> 윤수구 본부장: 저희가 추구하는 콘셉트는 ‘다리’에요. 퍼블릭비어, 그러니까 대중적인 맥주죠. 우리나라는 대중적인 맥주라고 하면 흔히 카스나 하이트를 떠올리실 거예요. 수제맥주라고 하는 크래프트비어는 미국에서 넘어온 것인데, 시트러스한 계열의 IPA 스타일이 강세를 보이고 있고, 알코올 도수도 점점 높아지고 맛도 더 써지고 있거든요. 그래서 대중적인 맥주를 즐기다가 크래프트비어로 넘어갈 때 맛의 갭이 커요. 저희는 그 갭을 줄일 수 있도록 중간다리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저희 맥주가 다른 크래프트비어보다 전체적으로 라이트한 편이에요. 맥주마다 스타일은 다르지만, 한 잔 마시고나면 또 한 잔 이어 마실 수 있도록 라이트하고 마시기 편한 맥주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대중들이 크래프트비어를 즐길 수 있도록 중간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는 말씀에 언젠가 더 많은 사람들이 크래프트비어를 즐기면 좋겠다는 마음이 담긴 것 같습니다. 그런데 ‘크래프트’라는 단어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있을까요?

☞<크래프트 루트> 윤수구 본부장: 우리나라에서는 크래프트비어라는 말보다 수제맥주라는 말을 흔히 쓰고 있죠. 2002년에 여러 규제가 풀리면서 나온 말인데요. 미국에서는 크래프트비어라고 하죠. 미국 양조가 협회인 ‘American Brewers Association(ABA)’에서 크래프트 브루어리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있는데요. 독창성, 독립자본, 옛 것을 새롭게 다양화 할 것, 소규모 생산을 할 것 등의 기준이 있어요. 이 단어가 우리나라로 넘어올 때 우리말로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수제맥주라고 부르게 된 건데요. ‘수제’라는 게 말 그대로 손으로 만드는 건데 크래프트비어가 정말 수제냐는 조금 애매한 부분이 있죠. 또 ABA에서 정한 기준을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좀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우리나라는 일반면허와 소규모면허가 있는데요. 일반면허는 대량생산이 가능한 면허이고요. 생산설비 120톤이 넘어가면 받을 수 있습니다. 소규모면허는 영세 사업자여서 세제 혜택이 조금 있죠. 우리나라는 소규모 면허를 가진 양조장에 대해 수제맥주 공장이라고 부르는데, 아직 크래프트비어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 있지는 않습니다. 저는 소규모면허를 가진 양조장, 즉 전체 생산라인이 120톤을 넘지 않는 곳을 크래프트 브루어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 독창성이 있어야 하고 독립자본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외부 자본을 전혀 받지 않고 브루어리를 운영한다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규모가 작아도 공동대표가 있거나 하면 공동 투자를 받을 수 있는 방법들도 있어요. 다만, 대기업 자본이 들어와서 생산량이 커지거나 하면 크래프트 정신을 담은 크래프트비어라고 하기 어렵지 않나 싶어요.

양조장과 펍이 함께 있는 브루펍 형태의 <크래프트 루트> (beLocal 김혜령 에디터)

▶이야기를 듣다보니 궁금한 점이 생겼는데요. 외부에서 투자를 많이 받아 자본력이 높아지면 더 좋은 재료들을 사용할 수 있어서 오히려 더 독창적인 맥주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크래프트 루트> 윤수구 본부장: 양조장의 맥주 생산 규모가 커지면 필연적으로 다양성이 사라지게 됩니다. 생산 단위 때문인데요. 소규모 양조장에서 한 종류의 맥주를 1톤을 만든다고 하면, 규모가 큰 양조장은 한 종류를 50톤 만들어요. 1톤을 맥주 캔으로 환산하면 1,600캔 정도 되거든요. 예를 들면 OB나 하이트처럼 큰 맥주 회사들은 한 번 생산할 때 160만 캔을 생산하는 거죠. 한 종류를 대량생산하기 위해 원재료를 대량으로 사게 되면 맥주 원가가 낮아지고 그것이 가격으로 반영되어 저렴한 맥주를 내놓을 수 있게 되는 거고요. 그만큼 대량생산된 맥주가 팔리기도 해야 하는 거죠. 대신 다양한 맥주를 원하는 대로 만들기는 쉽지 않은 구조가 되는 것이고요. 그래서 요즘은 대기업들이 소규모 양조장을 매입하는 형태로 다양성을 만들어가려는 형태도 보이고 있어요.

▶소규모 브루어리들의 고민이 이 지점에 담겨있구나 싶어요. 생산 비용을 낮추기 위해 생산량을 늘리면 크래프트 정신을 담은 크래프트비어라고 하기에 모순점이 생기는 지점들이 생기는 거잖아요.

☞<크래프트 루트> 윤수구 본부장: 저희도 캔 인 라인을 설치했는데, 사실 영세한 양조장은 캔 인 라인 설치하기가 어려워요. 그런데 외부 자본 없이 다양한 라인을 꾸준히 선보이려면 브루어리의 맥주가 소비되어야 하는 것도 맞는 부분이죠. 그렇게 해서 양조장 규모가 커지면 직원도 늘어나고 그만큼 인건비도 증가하고요.

미국에서 정의한 ‘크래프트 정신’을 담은 방식을 고수하려는 양조장들도 있지만, 양조장의 규모가 커져서 회사의 형태를 갖추어야 하는 시점이 되면 그때부터는 자본에 대한 고민도 자연스럽게 따라와요.

최근에는 코로나 때문에 이 고민이 더 빨리 시작된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브루어리를 찾아오고 브루어리의 맥주를 유통할 수 있게 되어서 소비가 충분히 이뤄지면 이런 고민을 하지 않을 텐데,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지니까 이런 고민이 시작된 거죠. 어떤 방법으로 매출을 늘릴 것인가는 생존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니까요. 저희도 요즘 이 부분 때문에 고민이 많습니다. 어쩌면 지금이 크래프트비어 시장의 과도기인 것 같기도 하고요.(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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