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김혁주
  • 로컬맥주
  • 입력 2021.01.31 02:25
  • 수정 2021.02.01 11:28

[로컬맥주(6)] 2부: 자연의 방식으로 만드는 술 ‘와일드 비어’-김관열 대표

부산의 <와일드 웨이브>는 사워 와일드 비어라는 다소 생소한 분야를 묵묵하게 개척하고 있는 브루어리입니다. 특히 자연 효모와 미생물을 활용해서 ‘자연의 방식으로 만들어가는 술’이라는 <와일드 웨이브>만의 가치를 담고 있는데요. 자연 환경을 활용하는 만큼 지구온난화와 같은 환경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이며 ‘플로깅’과 같은 프로그램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양조장이 되기를 꿈꾸는 김관열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와일드 웨이브>가 추구하는 가치와 크래프트비어 산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1부: (양조장 탐방) 부산의 거친 파도와 꼭 닮은 곳, <와일드 웨이브>
2부: 자연의 방식으로 만드는 술 ‘와일드 비어’-김관열 대표
3부: 기울어진 공장, “무개성에서 개성을 찾아가는 과정 거쳐야”-김관열 대표
4부: 자연 효모와 새콤달콤한 맛의 조화로움

2021년 1월 <비로컬> 특집 주제는 "로컬맥주"입니다. 하고 싶은 일을 살고 싶은 곳에서 추구하는 로컬크리에이터의 정신은 크래프트비어를 만드는 로컬 브루어리의 크래프트 정신과도 유사성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통상 수제맥주, 크래프트비어라는 명칭으로 불리고 있지만, 기존의 의미 속에서 발견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의미를 찾기 위해 "로컬맥주"라는 주제로 로컬트렌드를 탐사하는 기획입니다.

<와일드 웨이브> 김관열 대표 (beLocal 이상현 에디터)

▶<와일드 웨이브> 브루어리를 시작하게 된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와일드 웨이브> 김관열 대표: 우리나라는 기존에 대기업의 라거 시장이 워낙 독점하고 있었는데, 2002~2003년부터 해외 프리미엄 맥주들이 들어오면서 다양한 맥주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저희 창업팀은 2005년부터 모여서 홈브루잉을 즐기며 크래프트비어를 조금씩 만들어 먹었거든요. 그러다가 2014년 주세법이 개정되면서 소규모 양조장에서 만든 맥주를 외부에서 판매할 수 있게 되었어요. 이 때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크래프트비어 시장이 산업화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이 <와일드 웨이브>의 시작입니다.

처음에는 집시 브루잉의 형태로, 양조장들과 협업해서 맥주를 만들었어요. 집시 브루잉이란 계약 양조를 말하는데, 양조장은 없지만 자신의 레시피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기존의 양조장과 협업해서 맥주를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양조장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우리가 만든 맥주가 시장성이 있는지 확인해 보고 싶었어요. 집시 브루잉으로 처음 만들었던 맥주가 지금 저희 대표 맥주인 ‘설레임’인데요.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걸 보고 자신감을 얻어 2017년 부산 송정에서 <와일드 웨이브> 양조장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와일드 웨이브>의 대표 맥주인 '설레임'은 사워 맥주다. (beLocal 윤준식 편집장)

▶<와일드 웨이브>는 사워 와일드 맥주가 주력 제품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다양한 맥주 종류 중에서도 사워 와일드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특히 와일드 맥주는 조금 생소한 것 같아요.

☞<와일드 웨이브> 김관열 대표: 미국의 크래프트비어는 홉이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시장에서 꽃을 피웠습니다. 다양한 홉을 활용해 맥주 산업에 붐이 일었죠. 우리나라도 그 노선을 따라갈 것은 당연했어요. 그래서 우리는 그 다음 세대를 준비하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나라 양조 산업을 보았을 때 우리가 어떤 부분에서 크래프트맥주를 표현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거든요. 우리나라는 홉이나 맥아가 아니라 미생물이나 효모를 통해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고 봤어요. 집시브루잉으로 만든 사워 와일드 비어의 반응을 통해 시장성도 확인을 했고요.

맥주는 발효 방식에 따라 라거, 에일, 와일드 세 가지로 구분됩니다. 상면 발효 방식은 에일, 하면 발효 방식은 라거라고 하는데요. 와일드 비어는 막걸리에 비유를 할 수 있어요. 편의점에서 보는 막걸리는 공장형이죠. 그 기원을 찾아 올라가면 집에서 빚던 탁주나 가양주에서 시작하거든요. 전통적인 막걸리 주조 방식이 현대의 기술을 만나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공장형 막걸리가 탄생한 거예요.

맥주도 유럽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자연환경에서 많은 미생물과 재료들이 관여하면서 발효되던 전통 방식이 있어요. 그것이 와일드 비어입니다. 따뜻한 곳에 맥주를 두었을 때 발효가 되면서 맛이 나는 방식인데요. 이 방식을 현대 양조 기술과 접목해서 우리만의 해석으로 소개하고 싶어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와일드 웨이브> (beLocal 윤준식 편집장)

▶그렇다면 와일드 비어에 대한 <와일드 웨이브>만의 해석은 무엇인가요?

☞<와일드 웨이브> 김관열 대표: 유럽이나 미국에 있는 사워 와일드 비어와 차별점을 만드는 것에 집중했어요. 신 맛을 낸다는 기조는 유지하되 우리가 만들고 싶은 맛이 무엇인가를 계속 상상했죠. 미국의 크래프트비어는 야생 홉과 기존 홉을 교배해서 만든 새로운 홉에서 과일의 맛과 향이 난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새롭게 발전했거든요. 기존에 없던 맛이지만 우리에게 친숙하고 맛있게 다가올 수 있는 직관적인 맥주를 만들 수 있게 됐으니까요. 그리고 그 재료들이 수입이 아니라 지역에서 나는 재료라는 점에서 가치가 더해졌습니다.

저희가 양조장을 시작하면서 마주한 가장 큰 과제는 “우리나라 로컬맥주로 만들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였어요. 부산에서 나는 부산다운 재료가 무엇이 있을까를 많이 고민했는데요. 효모와 미생물을 떠올리게 되었어요. 부산에는 <금정산성 막걸리>라는 오래된 양조장이 있거든요. 막걸리, 와인, 맥주가 다른 술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들어가는 재료가 다를뿐이지 발효주라는 공통점이 있거든요. 저희는 <금정산성 막걸리>를 발효시키는 국내 미생물과 현대 양조기술을 접목해서 새로운 맥주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여기서 저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실험실에서 배양된 효모를 쓰는 게 아니라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자연에서 오는 미생물을 써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와일드 비어를 가장 잘 만드는 지역이 벨기에 브뤼셀 지역인데요. 몇 백 년을 이어져 온 양조장의 공간에는 ‘하우스 이스트’라는 하우스 박테리아로 가득하게 되고 그 박테리아들을 양조에 이용하는 것이 특징이 되는데요. 지구온난화로 겨울이 점점 따뜻해지면서 이런 박테리아들이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게 되고 원하는 환경과 조건으로 술을 만드는 게 어려워지게 되었어요.

물론 지금은 기술을 도입해서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통과 자연이 주는 선물이라는 것을 모토로 하는 양조장의 입장에서는 기술로 만든 술이 어떤 의미를 가질까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죠. 그런 의미에서 저희는 자연방식으로 만들어가는 술을 지키고 있어요.

<와일드 웨이브>는 자연 효모와 미생물을 활용한 와일드 비어 연구를 하고 있다. (beLocal 윤준식 편집장)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효모와 자연에서 발생한 효모. 술을 만드는데 어떤 차이를 가져오는 걸까요?

☞<와일드 웨이브> 김관열 대표: 맥주가 다른 술보다 빠르게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효율성에 관한 공정을 빨리 개발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맥주의 효모도 우리가 필요한 만큼만 관리해서 발효하는 방식으로 변했고, 맥주 만드는 공정을 모두 관리할 수 있게 해서 대량 생산을 할 수 있게 만들었죠. 그리고 이 과정에서 향료를 넣거나 원하는 만큼의 홉 등을 넣어 관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되었어요. 이런 공장 생산형 맥주에 대한 대항마로 크래프트비어가 성장한 거예요. 크래프트비어는 최대한 자연스러운 재료를 사용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벨기에의 많은 양조장들은 인공 감미료로 신 맛과 단 맛을 넣는 대신 과일을 넣어 새로운 맛을 찾았죠. 맥주의 맛에 관여하는 요소들을 제어하지 않기 때문에 완전 똑같은 맛의 맥주가 나올 수 없어요. 생각지 못한 요소들로 새로운 맛이 탄생하고, 그렇기 때문에 또 다른 맛의 가능성을 찾아갈 수 있죠. 이 부분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지만, 저희도 이런 와일드 비어 제조 방식에 감명 받아 자연스러운 재료를 발효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물론 주력 제품은 사워 와일드 비어이지만, 다른 라인업도 있더라고요?

☞<와일드 웨이브> 김관열 대표: 우리의 색채를 맥주에 입히는 것만큼이나 우리 제품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워 맥주는 호불호가 강하게 나뉘기 때문에 주력 제품 라인만으로는 브랜드 홍보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또 다른 맥주도 잘 만들 자신도 있었고요. 우리 매장에 와서 다른 크래프트비어를 마시다가 주력 제품이 사워 와일드 맥주도 맛보면 오히려 매장에 더 자주 올 거라고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2021년부터는 저희가 잘 할 수 있는 것에 더 집중할 생각입니다. 기존에 흔하게 만들었던 맥주가 아니라 사워 와일드 맥주를 만드는데 조금 더 집중할 계획입니다.

자연 효모를 사용하다보니 자연 환경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웨이브유니온'과 함께 바닷가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와일드웨이브 공식 인스타그램)

▶와일드 비어에서 중요한 점이 미생물과 효모라고 설명해주셨어요. 자연환경을 있는 그대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보니 지구온난화와 같은 기후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것 같은데요. <와일드 웨이브> 인스타그램을 보면 플로깅(plogging, 조깅을 하면서 동시에 쓰레기를 줍는 운동) 같은 프로그램도 하시더라고요.

☞<와일드 웨이브> 김관열 대표: 저희가 자연에 대한 생각을 맥주로만 표현하기에는 한정적이거든요. 그래서 주류와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으로 풀어내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바닷가에 있다 보니까 서퍼 분들이 많이 오시는데, 서핑을 하고 나면 늘 쓰레기를 줍는다고 하더라고요.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연을 지켜나가려는 자세인 거죠. 그래서 ‘바쓰줍(바다 쓰레기 줍기)’ 챌린지라고 송정 해안가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 캠페인을 하기도 했어요.

저희도 실제 주위에 존재하는 미생물을 써야하기 하는데,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바뀌면 효모들도 바뀔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자연 효모와 미생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지역에 관련된 것들을 찾아 나섰거든요. 플로깅은 ‘웨이브유니온’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고 ‘웨이브유니온’은 바다 환경을 생각하는 단체인데, 저희와 생각이 맞아서 플로깅을 함께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지역 단체들과 함께 한 '바쓰줍 챌린지' (와일드웨이브 공식 인스타그램)

▶그 외에 하시는 활동이 또 있나요?

☞<와일드 웨이브> 김관열 대표: ‘루트’라는 프로그램도 있어요. 음식과 술의 페어링은 굉장히 중요한 테마이거든요. 음식을 다루는 매장들이 크래프트비어에 관심은 많지만 쉽게 연결하지 못하는 곳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분들과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술과 음식을 페어링해서 소비자에게 보여주는 콘텐츠를 만들어보려고 했는데, 코로나로 인해 중단된 상태입니다.

그 외에 다양한 콜라보레이션도 하고 있어요. 중국의 <나라관>이라는 사천성 요리 전문 브랜드나 <생활맥주>라는 프랜차이즈 업체하고도 콜라보를 했습니다. 또 부산에 위치한 펍들하고 콜라보를 하기도 했어요. 펍은 만들고 싶은 맥주를 저희와 협업해서 만들 수 있고 저희는 새로운 판로를 열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고요. 또 우리가 하고 싶은 일만 하면 우리의 생각에 갇혀 안주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다양한 브랜드들과 협업하면 그 과정에서 함께 성장하게 되거든요. 소비자에게는 새로운 자극을 주고, 저희도 새로운 아이디어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것 같아 앞으로도 로컬 브랜드와의 콜라보로 새로운 시너지를 만들고 싶습니다.

올해는 꿀을 사용해보려고 계획중인데요. 오크통의 경우 같은 원주를 넣어도 오크통 두께나 상태, 안에 있는 미생물 개체수 등에 따라 맛이 달라지거든요. 그러면 저희가 테이스팅을 하면서 블랜딩으로 일관된 제품이 나오도록 과정을 거치는데 지금까지는 양조팀이 자체적으로 한 일이에요. 그 작업을 부산에 있는 레스토랑 셰프님들, 소믈리에 분들, 바리스타 분들 등 미식에 관련된 일을 하는 분들과 함께 해보려고 합니다. (계속)

저작권자 © 비로컬ㅣ로컬 비즈니스 생태계를 만듭니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