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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혁주
  • 로컬맥주
  • 입력 2021.02.26 14:29
  • 수정 2021.02.26 14:59

[로컬맥주(11)] 1부: 인천의 색깔을 담는 브루어리-"인천 맥주" 박지훈 대표

<인천 맥주> 브루어리는 이름에서부터 지역의 자부심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인천의 색깔을 잘 담아내고 싶었던 <인천 맥주> 박지훈 대표는 인천이라는 동네를 잘 담은 '우리 동네 대표 맥주'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사업 초기부터 "지역 맥주란 무엇인가?"를 고민했다고 하는데요. '개항로 프로젝트' 이창길 대장과의 컬래버레이션으로 대표적인 지역 맥주 <개항로 맥주>를 만들어 냈습니다. 너무나 대중적이어서 누구나 맛의 기준을 가지고 있는 '라거'에 개항로의 색을 담아 표현하는데 성공했는데요. 박 대표가 <개항로 맥주>를 통해 표현하고 싶었던 '인천'은 무엇이었는지 인터뷰를 통해 들어봤습니다.

1부: 인천의 색깔을 담는 브루어리-<인천 맥주> 박지훈 대표
2부: 인천을 대표하는 지역맥주

비로컬 2월 특집 주제는 1월과 마찬가지로 "로컬 맥주"입니다. 1월에는 '크래프트 정신'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2월 로컬맥주 특집에서는 크래프트비어 문화가 로컬브루어리를 통해 어떻게 문화로 정착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개항로 맥주>를 만든 <인천 맥주>의 박지훈 대표. (beLocal 이상현 에디터)

▶인천에서 브루어리를 시작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인천맥주 박지훈 대표: 저는 원래 와인을 취급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사실 와인보다는 맥주를 더 편하게 생각했거든요. 맥주에 관심을 가지다 보니 2012년~2013년쯤 홈브루잉을 알게 된 거예요. 소모임이나 공방을 다니면서 홈브루잉을 하게 됐고 맥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죠. 그래서 2016년에 인천 송도에서 맥주 전용 펍을 먼저 시작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매장이 잘 돼서 점점 늘어나기 시작한 거예요. 맥주 붐도 일어나고 있었고요. 양조장을 만들어서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2017년 8월부터 준비해서 2018년 1월에 양조장을 오픈했습니다.

매장은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는데요. 직접 운영하는 곳은 여섯 군데이고, 가맹점 형태로 17~18개 정도의 매장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인천 신포동에 위치한 <인천 맥주> 브루어리. 최근 메뉴 리뉴얼 등으로 인해 브루펍은 운영하지 않고 있다. (beLocal 이상현 에디터)

▶신포동에서 양조장을 시작한 이유가 있었나요?

☞인천맥주 박지훈 대표: 어릴 때 이 거리를 좋아했어요. 아직도 그 추억이 많아서 밥 먹으러 가면서도 매일 그 이야기를 하거든요. 항상 이쪽에서 무언가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스무살 즈음에 이곳에 딱 이만한 공간의 펍이 있었거든요. 당시 사람들도 잘 모르는 숨겨진 창고 공간이었는데요. 천장에는 큰 상어가 떠있고 가운데 당구대가 딱 있고 음악이 쿵쿵 울리고 테이블에서는 술을 마시는 그런 공간이었어요. 당시에 힙한 공간이었던 거죠. 그런 공간을 꿈꿨고 운좋게 신포동에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사실 오롯이 제 개인적인 향수에서 출발한 거죠. 제 주위 사람들의 향수도 있고요. “옛날에 정말 좋았는데~”라며 다들 갖고 있는 그리움 같은 게 있는데요. 그런 것들이 뭉쳐져서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카스와 테라보다 조금 더 맛잇으면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맥주를 만들기 위해 4번 이상의 테이스팅 과정을 거쳤다. (beLocal 이상현 에디터)

▶원래는 펍과 비슷하게 <칼리가리 브루잉>이라는 이름이었는데, 최근 <인천 맥주 브루어리>로 이름을 바꾸셨더라고요?

☞인천맥주 박지훈 대표: 2017년에 처음 브루어리를 만들 때부터 갖고 있던 고민이 있거든요. 인천에서 사업을 시작했으니 전국적으로 커져서 유명한 인천 태생의 기업이 되면 좋겠다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양조장의 정체성을 인천의 브루어리로 더 명확하게 표현을 할까, 아니면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 브랜드 이미지를 이어와서 사업쪽으로 시너지를 더 내야 하는 걸까를 고민했거든요. 그런데 저도 사업은 처음이다 보니 당시에는 사업 쪽으로 더 생각을 많이 해서 <칼리가리 브루잉>이라는 이름을 정했어요.

그런데 사업에 집중을 하니까, 사업을 영위하는 방향으로만 치우치게 되더라고요. “이 술이 대중적인가, 유통이 원활한가” 등의 가능성을 생각하게 되는 거죠. 양조장을 만들었을 때 하고 싶었던 것들과 자꾸 상충되는 거예요. 고민을 계속 하다가 펍은 펍의 역할을 더 잘하는 쪽으로 하고, 양조장에는 제가 처음 가졌던 마음을 더 넣기로 했어요.

인천이라는 내 고향과 이 동네를 더 담고 싶어요.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맥주라는 자부심도 더 많이 표현하고 싶고요. 그래서 <인천 맥주>라고 이름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앞서 말했던 향수에 더해서 인천 브랜드로서 어디 나가서도 자랑스러울 자신감을 보여주고 싶어요. “인천에 <인천 맥주> 있잖아!” 할 수 있도록요. 양조장은 조금 더 지역과 맥주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개항로 맥주>에는 개항로라는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가 공존한다. (beLocal 김혜령 에디터)

▶브루어리에 인천이라는 지역에 대한 향수와 자부심을 담아 운영하고 싶었던 마음이 담긴 거군요. <칼리가리 브루잉>을 오픈하고 처음 만든 맥주가 <신포우리맥주>라고요?

☞인천맥주 박지훈 대표: <신포우리만두> 본점이 신포동에 있잖아요. 또 쫄면이랑 만두가 유명하고요. <신포우리맥주>는 이 음식과 페어링을 생각하며 만든 맥주에요.

▶지역의 색이 정말 뚜렷한 제품이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신포 우리’까지만 들어도 다들 <신포우리만두>를 떠올리잖아요. <개항로 맥주>도 그런 맥락에서 보면 역시 지역을 잘 표현하지 않았나 싶은데요. <개항로 맥주>를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인천맥주 박지훈 대표: 이창길 대표랑 술을 마시다가 지역 맥주 만들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처음 양조장을 만들 때부터 고민했던 게 ‘지역 맥주’인데, 아무래도 업계에 있다 보니 시도하기 보다 자꾸 계산을 하게 되더라고요. 이 때가 <인천 맥주> 정체성을 다시 정리하던 때여서, 어떻게 하면 인천 사람들이 우리 맥주를 더 찾을까를 고민하고 있었어요. 그때 이창길 대표가 “테이스팅을 여기 옆에 어르신한테 해보죠? 그 분들 맛있다고 하면 옆에 분들도 드시지 않겠어요?”라고 하는 거예요.

이 대표랑 “지역 맥주란 무엇인가”에 대해 토론을 하다가, “젊은 친구들부터 어르신들까지 한 자리에서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맥주를 만들어보자”는 결론이 나왔어요. 그래서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일단 해보자고 결심하게 됐죠.

인천 지역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술이라고 하면 범위가 넓게 느껴지니까, 그럼 개항로 프로젝트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먼저 즐기는 술을 만들자고 생각했어요. 그들이 즐기면 다음은 인천 지역 사람들이 즐길 수 있을 거고 그 다음은 다른 지역으로도 갈 수 있겠죠.

<인천 맥주>가 처음 브루어리를 시작해서 만든 맥주는 <신포우리맥주>였다. <신포우리만두>의 대표음식인 쫄면과 만두와의 페어링을 생각했다. (beLocal 이상현 에디터)

▶사실 크래프트비어는 대중적인 ‘라거’보다는 캐릭터가 더 뚜렷한 ‘에일’류의 맥주들을 더 많이 만들잖아요. 그런데 <개항로 맥주>를 라거로 만드셨어요. 이유가 궁금합니다.

☞인천맥주 박지훈 대표: ‘대중적’이라는 말에는 여러 의미가 있을 거예요. 펍에서 ‘대중적’이라는 건 ‘많이 팔리느냐’를 기준으로 놓는 거 거든요. 그렇게 보면 에일이 제일 많이 팔려요. 라거는 일반 음식점에서 많이 팔리죠. 그러니까 크래프트비어 씬에서 대중적인 맥주는 에일일지도 몰라요.

<인천 맥주> 정체성을 다시 정리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게 ‘우리 동네 지역 맥주란 뭘까?’에요. 지역 맥주가 지역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기존 크래프트비어는 핫한 사람, 젊은 사람들이 찾는 맥주라는 인식이 있잖아요. 가격도 비싼 편이고요.

우리 동네 사람들이 먼저 좋아해 줘야 옆 동네 사람들도 좋아하는 건데 왜 그동안 우리는 ‘대중’이라는 단어에 갇혀서 옆 동네 사람들에게만 더 사랑을 받으려고 했을까 싶더라고요.

▶왠지 크래프트비어 씬에서 라거는 가장 만들기 쉬운 맥주가 아닐까 생각했거든요.

☞인천맥주 박지훈 대표: 맛을 낸다는 측면에서는 오히려 라거가 더 어려워요. 우리나라에서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라거를 즐기고 있잖아요. 전국민의 80~90%가 라거를 즐기니까요. 익숙한 맛이기 때문에 누가 먹어도 평가할 수 있는 맥주거든요. “나는 카스 안 마셔. 테라 마셔.”하는데도 각자의 이유가 다 있어요. 그런데 거기에 대항마를 내놓는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더 부담스러웠죠. 그럼에도 '젊은 친구들부터 어르신들까지' 다 같이 즐길 맥주를 생각하면 라거가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인천 맥주> 박지훈 대표. 인천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beLocal 이상현 에디터)

▶지역 맥주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셨다고 했는데요. 그 고민에 대한 답을 반영해 나온 게 <개항로 맥주>인 거네요.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지역 맥주의 지역성은 무엇인가요?

☞인천맥주 박지훈 대표: <개항로 맥주>에 국한해서 설명하자면 지역성은 다양한 것 같아요. 크래프트비어를 만들다 보면 지역 특성이 꼭 담겨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거든요. 그런데 모든 지역에 특산물이나 대표 곡물이 있는 게 아니에요. 인천은 강화의 쌀 말고는 정말 없어요.

이런 로컬 원재료도 지역성이지만 사람도 있거든요. 제품을 만드는 사람, 소비하는 사람도 지역성을 나타낼 수 있죠. 사람이 인천 사람이면 좋겠고, 그 걸 즐기는 사람 또한 인천사람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역에 있는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것도 지역성이죠.

그래서 개항로프로젝트 간판 만들어주신 <전원공예사> 어르신의 글씨를 가지고 맥주 라벨을 만들었어요. 포스터도 처음에는 20대, 30대, 40대 이렇게 세대별로 한 분씩 선정해서 대표 포스터를 만들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아무래도 출시 일자도 있고 모델 섭외 기준도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우리가 이 <개항로 맥주>를 통해 가장 표현하고 싶었던 게 뭘까를 다시 고민해 보았더니, 오랫동안 이곳을 지켜주신 노포 어르신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술이라는 걸로 귀결이 되어서, 그림 그리는 어르신께 부탁해 포스터도 만들었습니다.

<개항로 맥주>로 아직 지역성 까지는 아니고 우리 동네의 색깔은 만들어진 것 같아요. 제가 사는 동네의 색깔부터 담기 시작하면 점차 인천의 색깔로도 확장될 거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인천맥주의 방향성이 궁금합니다.

☞인천맥주 박지훈 대표: 인천에서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고 싶어요. 젊은 친구들과 교감도 더 많이 하고 싶고, 노포 어르신들과도 콜라보 하고 싶습니다. 노포 어르신들이 하시는 김이나 화과자를 맥주 안주로 어울리게 패키징해서 인천의 한 브랜드로서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그렇게 지역과 소통하고 싶습니다. 우리 앞마당에서 탄탄하게 사랑받기 위한 프로젝트들을 준비해서 당분간은 진행해보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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