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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혁주
  • 로컬창업
  • 입력 2021.04.12 17:12
  • 수정 2021.04.13 18:25

[로컬창업(6)] 로컬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밀레니얼

로컬에서 창업하는 사람들 6부

산업이 발달하면서 농촌을 떠나 도시로 사람이 모이는 현상을 ‘이촌향도(離村向都)’라 부릅니다. 우리나라는 6.25 전쟁이 끝난 후 전후 수복이 끝나고 경제개발에 힘을 기울이기 시작한 1960년대부터 도시를 중심으로 산업이 발달하기 시작했습니다. 일자리를 찾아 젊은이들이 도시로 떠나가기 시작하며 농촌 중심이던 지방은 쇠퇴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촌향도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한지 60년이 지난 지금은 고령화에 이어 인구소멸이 시작되자 농촌은 심각한 일손 부족을 겪고 있는 실정입니다. 덩달아 지방도시도 위축되고 있습니다. 도시가 발전할 당시 조성되었던 시가지가 인적이 드물어지고, 입주자가 없어 건물과 거리가 텅 비기 시작하며 도시로서의 활력을 잃고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엔 이런 곳을 자신만의 세계관을 실현할 수 있는 ‘로컬’로 간주하고 창업하는 사람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들로 인해 오래된 건물은 새로운 이야기를 덧입고 생명력을 얻었고, 마을의 어르신들은 새로운 세대와 소통할 수 있는 계기를 얻고 있습니다. 이런 새로운 흐름은 밀레니얼의 창업을 통해 성숙되고 있습니다. 이들이 로컬을 찾아 지방으로 내려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1부: 소비를 통해 자신을 규정하는 밀레니얼
2부: 로컬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밀레니얼

(사진출처: 팜프라 페이스북)

◇밀레니얼은 로컬로 모이는 중

농림축산부가 2019년 조사한 <귀농 귀촌 가구 및 인구 가구 현황>에 따르면 청년층에 해당하는 30대 이하 귀촌 가구 비중이 44.3%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귀촌한 가구 중 34.1%가 직업을 이유로 귀촌을 선택했다고 하는데요. 귀촌 가구의 23.8%가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통계를 비추어볼 때, 귀촌 인구의 상당수가 창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2020년 6월 중소벤처기업부의 <로컬크리에이터 바우처 지원사업>을 살펴봐도 선정된 로컬크리에이터 중에 청년 창업이 70.7%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로컬 창업을 위해 귀촌하는 청년인구가 많다는 상관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가 아닐까 합니다.

<로컬크리에이터 바우처 지원사업>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지역문화를 재조명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지역콘텐츠 창업의 비중이 21%로 가장 높았습니다. 이어 로컬푸드가 20%, 지역기반 제조가 17%로 뒤따랐습니다. 지역의 가치를 새롭게 찾아 직접적인 수익구조로 연결하는 비즈니스가 가능해졌다는 이야기인데요. 이는 더 많은 문화 콘텐츠를 소비하고 싶은 욕구에서 로컬 곳곳을 다녀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무언가를 창출하기까지 나서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정예다움>에서 제작한 노트에 필기를 하고 있는 김정예 대표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제공)

이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와 관련이 깊습니다. [로컬창업 6편]을 통해서 ‘소비로 자신을 규정하는 밀레니얼’의 특성을 볼 수 있었는데요. 밀레니얼에게 있어 소비는 행위 그 자체로 그치지 않고, 자신을 발견하는 또 다른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특히 <정예다움>의 김정예 대표의 사례에서 두드러지는데요. 스스로가 소비의 의미를 확장하기 위해 로컬에서 창업하는 전형적인 예시가 아닐까 합니다.

교통과 통신의 발전으로 지금은 생활권이 넓어짐과 동시에 좁아진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SNS, 온라인 쇼핑 등을 통해 아주 멀리 떨어진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장이 넓어지고 있습니다. 한편 코로나19로 인해 삶의 모습이 변화되기도 했습니다. 연세대 모종린 교수는 저서 <머물고 싶은 동네가 뜬다>를 통해 “어딘가로 멀리 떠나거나 대형 실내공간을 방문하기 어려워지면서 생활권이 실질적으로 동네로 좁혀졌고 동네 가게, 거리, 상권이 우리의 관심사가 되었다”고 지적합니다.

로컬에 관심을 보이던 사람들은 ‘이곳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를 생각합니다. 로컬에 필요한 가치이면서 동시에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고민하며 이를 창업으로 연결하고 있죠. 특히 골목길에 관심을 두고, 그 공간에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꿈꾸는 새로운 창업자-로컬크리에이터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MBC 최별 PD는 오래된 집을 구매해 리모델링 하는 과정을 유튜브 채널 <오느른>을 통해 아카이빙했다. (사진출처: 오느른 인스타그램)

◇밀레니얼의 로컬살기

<한겨레> 2020년 11월 5일자 “은퇴 뒤 귀촌과 다르다, 오지로 간 2030 도시내기”라는 기사는 로컬 창업으로 삶이 달라진 밀레니얼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답답한 도심에서 벗어나 시골살이에서 누리는 즐거움을 유튜브, SNS 등으로 전하며 이런 생활을 원하는 밀레니얼에게 대리만족을 제공합니다. 이들이 제안하는 라이프 스타일은 구독자, 팔로워들에게 공감을 얻으며 뜨거운 반향을 얻는 한편, 수익으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기사에 소개된 인물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흥미로운 점은 자신이 살고자 하는 장소를 ‘직접 선택’했다는 데 있습니다.

<한겨레> 기사 속 주인공 중 하나인 유튜브 채널 <오느른>의 최별 PD는 원래 지상파에서 시사교양팀에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PD였습니다. 자신이 전라북도 김제를 선택해 귀촌하면서 살 집을 직접 수리하는 과정부터 김제에서 지내는 일상을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시골에서 살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여건에 놓인 사람들에게는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고 있지요. 또 시골이 고리타분한 공간이라고 여겼던 세대들에게 새로운 해석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흔히 “수도권에 살아야 문화적 인프라를 부족함 없이 누릴 수 있다”고 말합니다. 비수도권은 지역 발전 차이로 누릴 수 있는 문화적 자산이 훨씬 적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역으로 로컬에서 창업하는 밀레니얼은 자신들이 지닌 문화적 자산을 지방에서 펼쳐나가고 있습니다. 이점은 자신이 나고자란 고향에서 창업하는 밀레니얼이든 우연한 기회로 찾아간 로컬에 매료되어 정착한 사람들이든 모두 비슷한 양상을 보입니다.

(사진출처: Pixabay)

◇자신의 콘텐츠로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다

서강대 SSK 지역재생연구팀이 펴낸 책 <로컬의 진화>에서는 이를 두고 “로컬 창업자는 ‘부존자원’을 발굴해 지역성을 반영한 ‘발굴자원’으로 만들고, 창조성을 더해 ‘창조자원’으로 탄생시킨다”고 설명합니다. ‘부존자원’이란 원래 지역에 있던 자원을 의미하며, ‘발굴자원’은 기존에 있던 자원을 가공해 이야기를 덧입히는 것을 말합니다. 마지막으로 ‘창조자원’은 자원이라 생각지 못했던 포인트를 살려 새로운 것으로 탄생시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지역의 이야기에 자신의 콘텐츠를 더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로컬’을 재정의하고 재해석하는 사람들이 로컬크리에이터입니다. 이들이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공간은 단순한 지역의 의미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지역색이 가득 담긴 공간으로 재창조되기도 하지만 자기만의 세계관을 지역에서 구현해 ‘새롭게 창조된 로컬’을 펼칠 수도 있습니다.

최근 들어 활발한 자기 PR, 홍보가 일어나는 곳은 SNS입니다. 블로그,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을 통해 부수입을 올리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이동과 교류에 제약이 생기면서 오프라인 소통창구가 좁아지자, SNS는 소통 창구로서 더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밀레니얼 로컬창업자들이야 말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대표적인 사람들입니다. 무엇보다 자신이 새롭게 만들어가는 로컬콘텐츠를 SNS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로컬에서 벌어지는 자신의 스토리를 콘텐츠로 풀어내기도 하고, 자신의 세계관이 투영된 로컬 상품들을 선보이며 공감하는 사람들과 소통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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