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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의 지속가능성(1)] 지역가치창업④ 자연의 행복과 채소의 단맛을 전파하는 뜨거운 농부들

지역가치창업 네 번째 이야기 - 괴산 뭐하농

최근 5년간 지역의 가치에 주목하면서 새로운 시선과 방식으로 활기를 더하는 지역가치창업이 급격히 늘고 있다. 이에 이번 특집은‘키워드로 보는 지역가치창업 생태계’라는 주제를 정했다.

지역의 창업가, 창업가를 지원하는 기업, 일본의 사례 소개 이 세 가지 카테고리를 통해 지역가치 창업을 하고자 하는 이들이 참고할 만한 핵심 키워드를 뽑아보았다. 키워드의 의미는 지역창업에 관여하는 모든 플레이어들이 직면하고 있는‘현장’의 고민 혹은 가치를 담고 있다. 플레이어들과의 인터뷰, 전국 청년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일본 사례 등을 통해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현장에서 직접 뛰고 있는 플레이어들에게 지역창업을 위한 생태계를 만드는데 있어 실질적인 조언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번 특집을 통해 수많은 지역의 플레이어들이 인사이트를 얻어 자신만의 키워드들을 만들어 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괴산에 모인 청년농부들 <뭐하농> (사진: BELOCAL 이상현 에디터)
괴산에 모인 청년농부들 <뭐하농> (사진: BELOCAL 이상현 에디터)

야무지고 힙한 채소디저트카페가 괴산에 있다. 농업은 재미있는 것이고 농부가 매력적일 수 있다는 콘셉트다. 카페만으로 끝난다면 그냥 이색 카페가 하나 만들어진 것이겠거니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 무엇보다 만든 이유를 들으면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궁금해질 것이다. ‘뭐’하는 농부 공동체 주식회사 <뭐하농>을 괴산에서 만났다.

“일하는 대로 돈을 가져가는 회사를 만들려고 각자 형편대로 출자해서 주식회사를 만들었다. 조합은 공동노동 공동분배방식이라 각자 다른 농사를 하고 각자 형편이 다른 우리팀에게는 적절한 방식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농업회사법인 주식회사 <뭐하농>을 만들었다.”

채소디저트카페 <뭐하농 하우스> 이지현 대표 (사진: BELOCAL 장군 에디터)
채소디저트카페 <뭐하농 하우스> 이지현 대표 (사진: BELOCAL 장군 에디터)

◆농업의 영역 확장 “농사와 농부의 가치를 높이다”

뭐하농이 사업을 전개하는 이유는 ‘농부가 멋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서다. 6명의 청년들이 뭉친 이유는 각자 3-4년차 농부 경력에 농부라는 직업이 행복하고 만족스러웠지만 사람들이 그걸 몰라줘서다.

사람을 살리고 자연을 살리는 일은 농사일 밖에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매해 감동하면서 살고 있는데, 사람들은 나름 사회경력이 있는 뭐하농 팀이 농사를 짓겠다고 했을 때 “너희는 농사 짓기 아깝다”고 반응했다.

‘아깝다’는 말은 가치가 없다는 의미인데 농사가 가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자존심이 상했다고.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농업은 항상 농산품의 품질과 판매가격으로만 평가받기 때문에 ‘전체 농사일의 과정의 의미나 가치를 파악하지 못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농부의 가치를 좀 올려보자 하고 뜻이 맞는 청년끼리 뭉쳤다. 그래서 농사와 농업의 가치를 높이는 일, ‘뭐’하는 농부들이라는 의미로 <뭐하농>이라는 공동체 이름을 만들었다

가치를 높이는 일은 단지 부농이 되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니다. 사실 우리나라의 농업과 유통 현실에서 부농이 되는 건 후계농이나 대농만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가치를 높일 수 있을까. 뭐하농팀은 전문직에 종사하던 자신들의 경력을 농업과 적극적인 방식으로 결합시켜 농업의 가치영역을 확장하고자 한다.

“원래 하던 일은 국책연구원, 국제회의기획, 파티시에, 바리스타, 조리사, 조경디자이너였다. 농부를 하면서 우리가 하던 이런 일과 연결하면 농부의 업역이 넓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뭐하농하우스> 카페를 하는 것도 그런 연결이다. 기후 변화나 생태에 대해 혹은 그게 아니더라도 어떻게 하면 여기에서 농촌이 더 다양해질 수 있는지를 농부가 먼저 고민하고 학술적으로 포럼을 만들면 그것도 농부의 영역이 된다. 농작물을 생산하고 판매하면 끝이니까, 농업이나 농부가 자꾸 가치 없는 일로 판단된다. 그래서 농부와 농업의 영역을 다양하게 넓히자고 생각했다”

농업의 영역을 확장하고, 직접 기른 농산물로 제품을 만들고 있다. (사진: BELOCAL 장군 에디터)
농업의 영역을 확장하고, 직접 기른 농산물로 제품을 만들고 있다. (사진: BELOCAL 장군 에디터)

◆가치에서 또 다른 가치를 만들다

가치를 구현하는 일로 처음부터 돈을 버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전에 관광두레 사업에 채택돼 파일럿 프로그램을 많이 했지만 자체 공간이 없다보니 진행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플리마켓에서 농산물 판매하는 애들로만 보이겠구나’ 싶어서 자체 공간을 만들기로 했다. 공간을 만들고 나니 공간 자체가 수익을 만들어냈으면 했다. 하지만 농부와 카페라니. 그들이 생각한 가치를 담아내는 일이 맞는 걸까 어쩐지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그래서 각자 매진하고 있는 농업과 어울리는 메뉴들을 1년 간 개발해 ‘채소디저트카페’라는 콘셉트를 만들었다. 농사지은 채소로 계절마다 시즌메뉴를 바꾸며 시그니처 메뉴를 개발한 결과 쌀 라떼, 비트 라떼 등을 만들었다.

“채소가 정말 달콤한데 사람들을 그걸 잘 모른다. 채소가 씁쓸하다고 느끼는 건 유통 시스템 때문이다. 수분이 말라가면서 쓴 맛이 나는 거다. 수확하자마자 씹으면 단맛이 엄청 나다. <뭐하농하우스>에서는 그 단 맛을 충분히 느꼈으면 좋겠다.”

바로 수확해서 가공해 단맛을 그대로 간직한 상태로 제공하는 것. <뭐하농>의 장점이다. 농부의 가치를 높이면서도 수익을 창출하는 과정에서 농사의 매력이라는 가치도 함께 전달할 수 있다.

<뭐하농> 이지현 대표에게 농촌생활과 농사의 매력은 ‘작은 행복이 많은 것’이다. 도시에서 매일 매일 버티면서 사는 일, 나보다 조직을 위해 일하면서 나를 잊게 되는 일보다는 매일 매일 소소한 행복이 너무 많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한다. 매일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는 기분으로 잠들고 삶의 만족도가 높아지니 1년 뒤, 5년 뒤, 10년 뒤 미래가 예쁘게 기획된다고 했다.

성실하게 일하고 여유롭게 잠들 수 있는 생활, 차분히 의욕적으로 미래를 기획할 수 있는 생활, 농촌사회에서 청년이라는 귀중한 존재로 받아들여지는 일, 이미 그것만으로도 농촌생활은 도전해볼 가치가 충분한 것이다.

<뭐하농 하우스> 내부 전경 (사진: BELOCAL 이상현 에디터)
<뭐하농 하우스> 내부 전경 (사진: BELOCAL 이상현 에디터)

◆나의 행복을 우리의 행복으로

뭐하농팀은 귀농인도 있고 후계농도 있다. 후계농도 대학 졸업 후에 왔으니 귀농의 과정을 거쳤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은 귀농한 뒤 인생의 변화를 느꼈고 너무 행복한 삶을 갑자기 살게 되었는데, 그 이전에는 아무도 그 생활이 행복한 삶이라고 알려준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아무도 이런 시골에서 농촌에서 너의 역량을 펼치면서 너도 사랑받고 너도 기쁨을 얻으면서 살아갈 수 있다고 가르쳐준 적이 없었다. 우리처럼 고민하고 있는 다른 청년들도 분명히 있을 텐데, 그 청년들한테 선택지를 하나 더 주고 싶었다. 농촌에서의 삶도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말이다.”

한 손 한 손이 더해지면 일을 더 빨리 끝내게 되는 농사일을 통해 같이 함께 할 수 있는 삶의 의미를 배우게 되고 함께 뭔가를 꾸밀 때 더 재미있는 일을 경험하다보니 <뭐하농>도 협력하는 일을 더 추구하게 됐다.

“도시에서는 계속 어떻게 하면 내가 더 잘 살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면 여기에 와서는 어떻게 우리가 같이 즐겁게 살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나를 자꾸 넘어서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경험이 정말 신기하게 느껴졌다.”

자연의 달콤함을 듬뿍 담은 신선한 시그니처 메뉴들이 시즌별로 나오는 <뭐하농 하우스>는 농사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뭐하농> 멤버들이 만들어나가고 있다. (사진: BELOCAL 장군 에디터)
자연의 달콤함을 듬뿍 담은 신선한 시그니처 메뉴들이 시즌별로 나오는 <뭐하농 하우스>는 농사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뭐하농> 멤버들이 만들어나가고 있다. (사진: BELOCAL 장군 에디터)

◆농촌 A to Z, “제대로 알기”

자신들의 행복에만 자족했다면 <뭐하농>이 굳이 청년마을사업에 뛰어들었을까. 2021년 청년마을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뭐하농>이 주력한 부분은 농촌을 제대로 깊게 체험하는 것이다. 체험한 사람들이 모두 귀농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어쨌든 지역과 연관된 삶을 살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런데 이미 1기 프로그램을 체험한 13명이 모두 지역에 정착하기로 했다. 두 명은 괴산 근처 마을로, 남은 11명은 괴산에 정착한다. 괴산군 인구 37,101명에 13명이 늘어난 쾌거다.

이는 <뭐하농>이 만든 프로그램이 얼마나 농촌을 찐하게 경험하게 해주었는지를 보여주는 결과다. 괴산 청년마을에서는 단순 체험 진행은 하지 않는다. 농업의 생태계 전반, 농업을 하는 사람들, 농촌에 사는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만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래서 애초에 지원자를 선정할 때에도 농촌에서 살고 싶다는 확고한 마음이 있는 청년들을 선정한다.

이들에게 두 달 간 쌀 농사, 버섯 농사, 유기농 밭농사, 곤충 농사 네 파트를 체험하게 하고 각자 적성에 맞는 방식을 선택하게 했다. 비즈니스 스쿨을 운영하여 아이템 발굴과 사업계획서 작성에 대해서도 교육했다. 내츄럴 파밍 프로그램을 통해서는 작은 텃밭에서 수확하고 그걸로 음식을 만들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특히 참가자들이 좋아했던 것은 다양한 분야의 청년 대표를 만나는 인터뷰 프로그램이었는데 참가자들의 질문이 너무 많아서 발표하는 대표님들도 그 열기에 놀랐다고 한다. 그 외에 지역 청년과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통해 친구 되기, 투어링 프로그램을 통해 특성 있는 마을 체험하기 등 농촌 생활의 가능성을 보고 느끼게 하여 가능성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게 했다. 이 정도면 정말 많은 체험을 통해 지역사회를 충분히 느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뭐하농 하우스> 풍경 (사진: BELOCAL 이상현 에디터)
<뭐하농 하우스> 풍경 (사진: BELOCAL 이상현 에디터)

이러한 모든 활동의 원칙은 ‘뭐하농 헌장’에 잘 나타나 있다. 모두 지금까지 제시한 키워드와 연결되어 있는 부분이다. 함께 농촌에서 살아가며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만들어 새로운 도전을 하고 농부의 영역을 확장하는 것, 사람과 자연을 건강하게 하여 좋은 문화를 만들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 결국 모두가 잊고 있거나 잘 알지 못하지만 사는 ‘기본’에 대해 농사를 중심으로 일깨우는 것, 그것을 뜨겁게 해나가는 농부들이 바로 뭐하는 농부들, <뭐하농> 팀이다.

뭐하농 헌장

1. 뭐하농은 ‘함께’ 살아가는 일에 가장 큰 가치를 둔다.

1. 뭐하농은 즐거운 사람들이 만드는 지속가능한 공동체이다.

1. 뭐하농은 농촌 문화에 대한 새로운 도전을 한다.

1. 뭐하농은 청년 농부들의 플랫폼으로써 농부의 영역을 확장시킨다.

1. 뭐하농은 사람과 자연을 건강하게 하는 일에 힘을 쏟는다.

1. 뭐하농은 지역 아이들이 좋은 문화를 즐겁게 누릴 수 있도록 돕는다.

1. 뭐하농은 괴산 농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이바지한다.

*이 기획은 비로컬, 서강대학교 SSK지역재생연구팀, 더가능연구소가 함께 기획,취재,조사했다.

*이 기사는 더가능연구소 조희정 박사의 자문을 받았으며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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