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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의 지속가능성(2)] 기업사회공헌① 새로운 문법의 임팩트 투자, 소셜벤처와 공생하다

엠와이소셜컴퍼니(MYSC) 김정태 대표

최근 5년간 지역의 가치에 주목하면서 새로운 시선과 방식으로 활기를 더하는 지역가치창업이 급격히 늘고 있다. 이에 이번 특집은‘키워드로 보는 지역가치창업 생태계’라는 주제를 정했다.

지역가치창업가를 지원하는 기업들은 로컬 창업자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기업들은 단순히 사회공헌의 영역을 넘어 상생하는 의미에서 플레이어들이 현장에서 직면하고 있는 고민과 가치를 함께 하고 있다.

현장에서 직접 뛰고 있는 플레이어들에게 지역창업을 위한 생태계를 만드는데 있어 실질적인 조언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번 특집을 통해 수많은 지역의 플레이어들이 인사이트를 얻어 자신만의 키워드들을 만들어 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엠와이소셜컴퍼니(MYSC, Merry Year Social Company)>를 어떤 회사라고 한마디로 규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비콥(B-Corp 인증, 2016년), 유엔글로벌컴팩트(UN Global Compact)회원사, 중소벤처기업부 등록 엑셀러레이터(2018년),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디자인진흥원 산업디자인전문회사라는 공식 평가가 있지만 이러한 공식 명칭으로도 이 회사의 특성을 한 번에 이해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엠와이소셜컴퍼니> 김정태 대표를 만나 기업의 사회공헌과 회사의 활동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며 회사의 특성을 이해해보고자 했다. 또한 최근 로컬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이어지는 것이 로컬의 지속 가능성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눠보았다.

MYSC 김정태 대표 (사진: BELOCAL 이상현 에디터)
MYSC 김정태 대표 (사진: BELOCAL 이상현 에디터)

모든 투자는 임팩트가 있다. 투자금액에 따라, 투자금을 기업이 어떻게 운영하는가에 따라 다양한 경제적?사회적 임팩트가 나타난다. 또한 모든 기업은 사회적이다. 무인도에서 기업 활동을 하는 게 아니라면, 생산자와 소비자가 존재하고, 소비자가 많은 상품을 소비하는 만큼 기업은 더 번창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게 간단치 않다. 모든 투자에 임팩트가 있다고는 했지만, 그 중에서도 ‘재무적 가치와 사회?환경적 가치를 통합적으로 추구하는 투자’를 임팩트 투자(Impact Investment)라고 부른다.

1990년대 즈음까지는 투자 중 임팩트 투자와 유사한 활동을 필란스로피(philanthropy)라고 불렀다. ‘기부’, ‘선한 활동’을 의미한다. 그러나 기부와 선한 활동은 일단 기업이 재무적 이익을 충분히 취한 상태에서 여력이 있을 때 일방적으로 대상자를 선정해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업의 ‘선한 의지’와 ‘자금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받는 사람이 그 과정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도 거의 없기 때문에 그냥 받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2000년대부터 적극적으로 사회공헌과 사회문제해결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2007년에 <사회적기업육성법>이 마련 됐고, 이후 임팩트 투자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엠와이소셜컴퍼니>는 국내에 ‘사회혁신’이나 ‘소셜벤처’에 관한 용어가 확산되지 않았던 2011년에 설립된 사회혁신 컨설팅 기업이자 투자 기업이다.

임팩트 투자에 대해서는 <임팩트 투자, 투자의 미래>에서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임팩트 투자에 대해서는 <임팩트 투자, 투자의 미래>에서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혁신을 돕는 혁신 조직

<엠와이소셜컴퍼니>의 지원 원칙은 ‘혁신’이다. 혁신을 위해 필요하면 투자를 하고, 엑셀러레이팅도 하고 컨설팅이나 교육도 한다. 즉, 오직 한 가지 활동만 하지 않는다.

이렇게 복합적으로 활동을 하는 이유는 하나의 목적만을 위해 움직일 경우, 다른 것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만을 목표로 삼는 회사라면 투자 대비 효과에 몰두한 나머지 다른 부문에 관심을 갖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엠와이소셜컴퍼니>는 혁신을 도모하는 투자처를 찾기 위해 다양한 테마의 펀드를 구성하고 자본만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소셜벤처의 특징을 반영해 일방적인 관리가 아닌 밸류업(value up)이라는 부가가치를 전달한다. 투자만 하고 성과를 내라고 재촉하거나 역할을 다 했다고 기다리고만 있지 않는다. 디자인, 공간구성, 긴급 자금 지원, 교육, 판로 개척, 대기업 사회공헌부서와의 연결, 나아가 필요한 경우에는 조인트 벤처까지 한다.

“재무적 투자가 안 되면 전략적 투자를 한다. 산업적으로 재무적인 부분만 본다면 당연히 투자하지 않는 것이 정답인 회사가 있고 그런 관점에서 적격과 부적격만 가려내면 되지만, (투자에 있어서) 반드시 그런 결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들의 정체성을 하나로 한정하지 않고 도움이 필요한 부문을 찾아 서로 대화하고 고민하면서 최적의 지원을 한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데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는 식의 지원 총력전 같다. 일종의 ‘혁신을 위해 모든 활동을 하는 해결사’ 느낌이다.

MYSC 사무실 전경 (사진: BELOCAL 이상현 에디터)
MYSC 사무실 전경 (사진: BELOCAL 이상현 에디터)

◆공통의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것

언제인가부터 우리사회에 ‘혁신’이라는 말이 하나의 유행어처럼 확산되기 시작했다. 과거와 다른 목표나 방식을 도입하려는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는 의미 있는 개념이지만, 혁신이라는 말이 남용되다보니 ‘모두가 다른 시도를 해야 하는 것일까?’라는 피로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투자자의 역할은 누구나 말로 할 수 있는 ‘투자를 하면 안 되는 이유’가 아니라, ‘투자를 해야만 하는 이유’를 찾는 것이다.”

<엠와이소셜컴퍼니>에게 혁신은 사회양극화, 경제불평등, 환경 위기 등과 같이 우리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공통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다양한 집단이나 행위자를 ‘혁신가’라고 정의하고 이들과 파트너십을 형성해 필요한 지원을 한다.

사실 말로는 쉽지만 매우 어렵고 오래 걸리는 과정이다. 누구나 가능한 일이었다면 세상은 몇 번이고 새로운 혁신을 성취했을 것이다. 혁신은 급한 호흡으로 당장 성과를 재촉했던 과거의 성장형 문법으로는 쉽게 이루어지기 어려운 과정이다. 그렇기에 <엠와이소셜컴퍼니>는 재무적인 가치에만 현혹되지 않고, 투자자들이 투자를 하지 않는 이유, 투자처가 원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구현하는 방식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 한다.

김정태 대표는 '사내기업가' 구성원들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활동하는지 직접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했다. (사진: BELOCAL)
김정태 대표는 '사내기업가' 구성원들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활동하는지 직접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했다. (사진: BELOCAL)

◆조직을 구성하는 ‘사내 기업가’

다양한 혁신 기업을 지원하는 <엠와이소셜컴퍼니>만의 재미있는 특징은 그들 안에서도 혁신 활동을 전개한다는 것이다. 조직을 구성하는 구성원들을 일반적인 기업가(entrepreneur)와 차별화하는 의미로 ‘사내기업가(intrapreneur)’라고 부른다.

“혁신을 돕는 것 자체도 어려운데, 잘 돕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혁신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남에게 훈수를 두는 것은 쉽다. 그렇기에 우리 자체에서 혁신이 이루어져야 다른 사람에게 더 설득력 있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못하면서 남에게 조직문화혁신이나 소통을 요구하는 것은 모순이다. 그래서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모습을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 노력해보는 것이다.”

외부로는 혁신을 주창하면서 내부적으로는 전혀 혁신적이지 않은 우리사회의 게으른 조직들이 참고해야 할 중요한 부분이다. <엠와이소셜컴퍼니>의 사내기업가들은 특정 조직에 속해있지만 독립적인 기업자로서 가치를 창출한다. 단순한 고용-피고용의 관계가 아니라 혁신적인 주제에 관심 있는 독립적인 체인지 메이커(change maker)로 활동한다.

보통의 회사 조직이 채택하는 피라미드 조직 구조로는 사내기업가들이 자유롭게 활동하기 어렵다. 각자 맡은 업무만 하는 방식으로 위계만 중요해지면 구성원들은 이내 부품처럼 되어버린다. 물론 많은 조직들이 그러한 경직성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엠와이소셜컴퍼니>의 구성원들은 훨씬 더 유동적인 조직을 구성한다. 미션에 따라 각 개인이 랩(lab)이라는 단위를 만든다. 7개월에 한 번씩 랩을 단위로 모이고 흩어진다.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성장하면서 자신의 일을 능동적으로 찾을 수 있도록 업무도 자리배치도 유동적으로 구성한다. 대부분의 대표들은 사무실의 가장 안쪽, 잘 보이지 않는 프라이빗한 룸을 대표실로 사용하지만, 유동적인 조직을 만들다 보니 김정태 대표는 회사 입구 바로 앞자리에 자리하게 됐다.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하는 구조라서 피곤하게 느낄 수도 있는 반면, 이 구조에 적합한 사람들이 모이면 생산성이 굉장히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스스로 성장 목표를 설정하고 함께 나아가기 때문에 매출 목표도 세울 필요가 없다. 우리는 매번 성장한다.”

또한 랩 외에 고객이 있는 사업단위로서의 팀이 존재한다. 팀은 랩과 상관없이 만드는 한시적 조직이다. 특정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진행하는 클럽도 있다. 보통 한 사람이 3개 정도의 클럽을 통해 자유로운 활동을 전개해 자기성장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즉, 하나의 팀에 소속되어 있기 보다 유기적으로 랩과 팀과 클럽을 오고 가며 지속적으로 새로운 환경에 자신을 노출시키고 스스로 노력해 성장할 수 있는 배경을 만들어 주는 셈이다.

결국 <엠와이소셜컴퍼니>의 지향점은 혁신과 사람으로 이루어져 있다. 물론, 사회양극화, 경제 불평등, 환경 위기라는 문제는 전 세계가 달려들어도 문제 하나라도 제대로 해결할 수 있을까 말까한 엄청나게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다.

<엠와이소셜컴퍼니>는 문제를 파악하는 단계를 시작하는 것부터 실천한다. 문제를 문제라고 보는 순간 사회에 이미 존재하는 해결법과 연결되므로 타성적인 오류를 피하면서 진짜 문제는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집중하는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 방식으로 사고한다. 그렇게 되면 모두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해결법보다는 좀 새로운 실용적인 해결법을 찾을 수 있다. 좋은 질문에서 좋은 해답이 나오는 것처럼 말이다.

MYSC의 가치관은 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진: MYSC 공식 홈페이지)
MYSC의 가치관은 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진: MYSC 공식 홈페이지)

◆‘콜렉티브 임팩트’를 추구하다

<엠와이소셜컴퍼니가> 강조하는 마지막 가치는 ‘집합 영향력(collective impact)’이다. 우리사회의 모든 문제는 개인, 기업, 정부 등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역가치창업자들도 창업을 위한 아이템을 발굴하고 시장조사 해서 창업을 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정부나 기업의 지원, 중간지원조직과의 협력, 지역사회와의 연결에 신경 써야 한다.

<엠와이소셜컴퍼니>는 하나의 문제 해결만으로 끝나는 문제는 없다는 것을 정확하게 직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환경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비닐봉투 줄이기 캠페인을 한다고 해서 모든 환경위기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가 스스로 비닐봉투 없는 삶을 선택해야 하고, 판매용품점에서는 비닐봉투 아닌 다른 대체재를 제시해서 사회적으로 그것이 널리 확산될 수 있어야 한다. 정부가 아무리 쓰지 말라고 해도 실제로 현실에서 구현되기 위해서는 현상변화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를 볼 수 있는 시스템 중심의 사고를 다양한 영역의 플레이어들이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과거에 비해 사회적기업과 소셜벤처들이 급증했고, 정부의 지원도 늘어나고 있고, 로컬에 대한 관심도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양적 확장만으로 미래를 낙관적으로 전망하기는 힘들다. 창업을 하는 것도 어렵고, 창업을 했다 해도 성장하기가 어렵고, 성장을 위해 효과적인 판로를 개척하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이 모든 과정에서 수시로 위기에 처한다.

그렇기에 <엠와이소셜컴퍼니>는 지역가치창업자를 오로지 ‘투자’의 관점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창업자들의 비전과 철학이 확실하다면 스케일업을 위한 투자금 외에 더 깊은 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지역가치창업가가 오늘 여기에서 이 정도 판매한 것에 자족하기보다 더 많은 사람에게 더 좋은 가치를 전파하고자 하는 의욕을 가지고 있다면, 투자금 지원뿐만 아니라 다양한 협업을 통한 지원도 가능하고, 이런 과정을 통해 지역가치창업자와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

가치창업과 함께 성장하며 혁신을 도모하는 <엠와이소셜컴퍼니>가 지금까지 10년간 이룬 성과 그 이상의 담대한 비전을 품고 우리사회의 깊은 임팩트를 고민하는 이유다.

* 이 기획은 비로컬, 서강대학교 SSK지역재생연구팀, 더가능연구소가 함께 기획?취재?조사했다.

* 이 기사는 더가능연구소 조희정 박사의 자문을 받았으며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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