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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비로컬
  • 인터뷰
  • 입력 2021.10.08 11:00
  • 수정 2023.03.07 10:58

세종시삼십분 장부 대표, 세종의 맛을 고민하다.

“지금 몇 시야?” “세종시 삼십분”

컴퍼니빌더 ‘세종시 삼십분’ 이름의 탄생 비하인드다. 장부 대표가 회사 이름을 고민하던 중 큰 아이에게 “지금 몇 시야?”라고 물었더니 “세종시 30분이야”라고 답했다고. 장난스럽게 지어진 것처럼 보이는 이름이지만 여러 의미가 담겨있다. 지역을 너무 사랑하고, 지역을 알리고 싶고, 지역에서 나고 자라는 것들을 F&B로 풀어보고 싶다는 장부 대표. 그는 다른 지역에도 그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풀어낸다. 그의 로컬 사랑은 ‘찐’이다.

아들과의 대화에서도 숨길 수 없었던 세종시 사랑, '세종시삼십분'이라는 이름은 그렇게 지어졌다. ⓒ 비로컬
아들과의 대화에서도 숨길 수 없었던 세종시 사랑, '세종시삼십분'이라는 이름은 그렇게 지어졌다. ⓒ 비로컬

 

청년들의 혁신적인 생각을 담는 회사

‘세종시 삼십분’이라는 회사 이름을 짓게 된 데는 ‘세종’이라는 도시를 담고 싶었던 게 가장 컸다. 세종시의 ‘세종’이라는 이름은 “세종대왕의 정신을 본받자”는 의미에서 만들어졌는데, 세종대왕이 혁신적일 일을 많이 벌인 시기가 청년기였다. 그래서 “청년기의 혁신적인 생각들을 음식에 담아보자”는 의미를 회사 이름에도 담았다. ‘세종시 삼십분’을 창업할 때 장부 대표는 청년 일자리를 만드는 회사를 만들고 싶었다. ‘세종시 삼십분’ 직원들은 모두 청년이다. 그래서 ‘30’이라는 숫자로 청년의 이미지를 강조하고 싶었다.

“2015년에 세종시에 왔어요. 막상 일자리를 구하려고 보니 할 일이 많지 않더라고요. 여러 가지 일을 하다가 스타트업 회사에 들어가게 됐어요. 그 안에서 마케팅 본부장 역할을 맡아 도전적인 일들을 하게 됐죠. 여러 지원 기관을 만나고 컨설팅도 받다 보니 저도 창업을 하고 싶어지더라고요. 또 청년들이 일할 수 있는 장도 펼쳐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세종에 왔을 때 제가 일자리 구하기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처럼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이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런 청년들에게 인프라를 넓혀주는 회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장부 대표는 일찍이 '청년'이 가치와 중요성을 느끼고, 그들과 함께 그들을 통해 일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 비로컬
장부 대표는 일찍이 '청년'이 가치와 중요성을 느끼고, 그들과 함께 그들을 통해 일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 비로컬

‘세종시 삼십분’을 설립할 때 가장 먼저 세운 가치관은 ‘세종스러움을 담아보자’는 것이었다. 세종이라는 가치를 듬뿍 담고 싶었다. 이후 어떤 아이템으로 창업을 하는 게 좋을까 고민을 하던 찰나에 해외에서 수석 셰프로 있던 지금의 총괄 셰프를 만나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 그리고 푸드 트럭을 떠올렸다. 세종시에서 1년에 한 번씩 세종 축제를 크게 여는데, 그때마다 푸드 트럭이 수십 대가 들어오는 걸 떠올린 것. 그런데 알고 보니 그 트럭들이 다 타 도시에서 들어온 팀들이었다. 세종시 내에서는 법적으로 식품위생과에서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세종시에서는 청년들에게 푸드 트럭을 장려했지만, 법적으로는 허가를 내줄 수 없는 구조였던 것이다. 결국 가게를 열 장소를 찾아야 했고, 그렇게 시작한 게 ‘비스트로 세종’이다.

 

로컬 재료로 풀어내는 비스트로 음식

‘불란서 수랏상’으로 알음알음 입소문이 나면서 손님들에게 ‘분위기 내기 좋은 식당’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비스트로 세종’. 장부 대표는 가볍고 캐주얼하면서 와인과 맥주를 즐길 수 있는 음식점을 콘셉트로 비스트로 음식들을 담아내고 있다. 메뉴 콘셉트를 잡을 때에도 ‘세종스러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는데, 꼭 한두 가지 이상은 로컬 재료를 사용하려고 노력한다. 꼭 세종의 재료가 아니더라도 타지역의 로컬 재료들을 음식을 통해 풀어내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동서양의 오묘한 맛의 조화를 느낄 수 있는, 비스트로 세종의 대표 메뉴 '화이트 라구 파파델레' ⓒ 비로컬
동서양의 오묘한 맛의 조화를 느낄 수 있는, 비스트로 세종의 대표 메뉴 '화이트 라구 파파델레' ⓒ 비로컬

‘화이트 라구 파파델레’는 파스타인데, 파스타 위에 갓김치로 만든 갓김치 살사가 올라간다. 또 로컬 식재료를 사용하다 보니 시즌별 신선 재료가 달라 3~4개월에 한 번씩 메뉴를 개편한다. ‘바질 페스토 파스타’의 경우 바질이라는 식재료를 시금치나 부추로 재해석하기도 한다. 서양식 조리 방법을 고수하지만, 한국식 식재료로 음식을 풀어낸다. 인기가 많은 메뉴는 밀키트로도 만들어 보려고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

또 음식에 어울리는 ‘세종 피치에일’이라는 지역 맥주도 만들었다. ‘세종 피치에일’은 조치원 복숭아를 활용하는 것에 착안했고 최대한 세종과 가까이 있으면서 지역과 연결될 수 있는 양조장을 찾았다. 그렇게 공주에 있는 ‘바이젠하우스’라는 양조장과 함께 레시피를 개발했다.

“로컬 재료를 사용하면서도 프랑스 조리 기법으로 음식을 풀어내고자 했어요. 저희 헤드 셰프님이 좋은 생각과 철학들을 음식에 담아내려고 하시거든요. 파인 다이닝 개념보다는 가볍게 드실 수 있는 비스트로 음식들을 제공하고 있는데요. 로컬 재료를 사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가 접하기 어려운 독특한 조리법들도 소개해드리려고 노력합니다. 예를 들면 샐러드에 들어가는 베이컨을 잼으로 조리해요. 외국에서 베이컨 잼은 많이 알려진 식재료인데, 한국에는 기성품이 없거든요. 서양조리법에 한국재료가 들어가니까, 부모님을 모시고 오는 분들이 많아요. 맛있다고 흡족해하며 가시는 어르신들이 많아서 뿌듯합니다.”

 

‘세종스러움’을 만들어가는 과정

‘비스트로 세종’을 오픈하자마자 충북창조경제센터의 심병철 책임이 찾아왔다. 장부 대표는 그 때 ‘로컬’에 대한 개념을 처음 접했다. 로컬크리에이터 사업이라는 것도 알게 됐고, 그가 하던 일이 로컬 분야의 일이었다는 걸 인지하게 된 계기가 됐다. 그날 이후 로컬에 대한 관심도가 더 생겼고 로컬을 공부하면서 단순한 사업이 아니라 로컬과 함께 성장하는 방향성을 세우고 싶었다.

“회사의 비전을 정했어요. 버스를 타고 왔든, 기차를 타고 왔든, 가족끼리 왔든, 친구들과 왔든 세종시 안에서 무언가를 경험한다면 그 콘텐츠 중 하나 이상은 무조건 ‘세종시 삼십분’이 만든 걸로 세팅을 해야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그게 로컬 푸드일 수도, 공간일 수도, 문화 콘텐츠일 수도 있습니다. 시작은 F&B로 했지만 확장성을 두고 세종이라는 로컬을 담아보자는 거죠.”

비스트로 세종의 음식들은 단지 맛있어서 좋은 게 아니다. '세종다움'에 대한 고민과 시간이 녹아있다. ⓒ 비로컬
비스트로 세종의 음식들은 단지 맛있어서 좋은 게 아니다. '세종다움'에 대한 고민과 시간이 녹아있다. ⓒ 비로컬

장부 대표는 그들이 시도한 것들을 다른 도시에 그대로 복사해 붙여 넣으면 성공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그와 함께 하는 팀은 세종이라는 도시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그것을 잘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세종시 삼십분’ 직원들은 모두 세종시 시민이다. 세종시가 형성되기 이전부터 태어나 자란 친구들도 있고, 세종시가 만들어지고 나서 온 친구들도 있다. 그래서 세종을 여러 시각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세종스러움’을 담겠다는 슬로건 아래 그들이 생각하는 로컬을 함께 공유하고 있다. 세종의 특성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팀원들의 생각들이 녹아있기 때문에 다른 도시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저희가 생각하는 ‘세종스러움’은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아직은 명확하게 표현하지 못하겠어요. 그걸 찾아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이곳은 신도시이고 ‘세종스러움’을 명확하게 만들어보자는 게 저희의 꿈이자 목표에요. 현재는 ‘세종스러움’을 표현하려고 나름대로 데이터베이스를 쌓아가는 기간인 거죠. 지금은 로컬 푸드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모으고 있어요. 세종에서는 조치원 복숭아가 유명하거든요. 그래서 피치에일맥주를 만들어 본 거고요. ‘비스트로 세종’에서는 양식인데 한식의 기반이 되는 지역 재료들을 사용해 봤어요.”

 

연기군 서쪽, 지역 농가 이야기

최근에는 지역의 농가에 대한 이야기들을 세종 시민들한테 알리는 일을 시작했다. 연서그라운드, 연서데어리, 연서로스터즈로 이루어진 ‘연서프로젝트’다.

“이것도 저희 나름대로의 데이터베이스를 쌓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스타트업이 제품 하나를 만들어서 테스트해 보고 또 다른 제품을 만들어서 테스트해 보는 것처럼 저희도 지역 농가라는 로컬 콘텐츠를 체험 콘텐츠와 제품으로 실험해 보고, 이런 이야기들을 세종 시민들에게 전달했을 때 어떤 반응인지 살펴보는 거죠.”

연서데어리의 그릭 요거트는 그 담백하고 깔끔한 맛에 연령층에 관계없이 사랑을 받고 있다. ⓒ 비로컬
연서데어리의 그릭 요거트는 그 담백하고 깔끔한 맛에 연령층에 관계없이 사랑을 받고 있다. ⓒ 비로컬

처음에는 그릭 요거트를 아이템으로 생각하고 오랜 시간 고민을 했다. 그 안에 로컬을 담고 싶어서 지역 목장을 찾아다녔다. 세종시에는 목장이 유난히 많다. 그때 한 목장 대표가 자신의 목장에서는 체험 프로그램 진행도 가능하고 기계도 두 개가 있는데 최근 운영을 못하게 되었다며 장부 대표에게 직접 운영해 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다. 또 그 안에 시설이 다 되어있어서 인터넷 판매도 가능했다.

그 시점에 조치원에 있던 한 기관이 세종 신도심에 청사를 지어 이전을 했다. 그런데 직원 복지를 위해 구내 카페를 구상하면서, 지역 가치를 실현하고 있는 팀이 들어왔으면 좋겠고 마을 기업이었으면 한다며 마을 기업 지원기관을 찾아갔다. 그곳에서 ‘세종시 삼십분’을 추천했다. 그릭 요거트에 로컬을 어떻게 담아볼까 고민하던 찰나에 이런 기회들이 갑자기 생기자, 이것들을 ‘연서’라는 스토리로 엮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종 신도심 기관 청사 내부에 마련된 '연서로스터즈' ⓒ 비로컬
세종 신도심 기관 청사 내부에 마련된 '연서로스터즈' ⓒ 비로컬

 

연서는 연기군의 서쪽을 말하는 지역 이름이다. 연기군은 세종시가 생기기 전의 지역명으로 연기군의 동쪽은 연동이라고 불렸다. 그래서 지역의 의미도 담고, ‘연인들이 주고받는 편지’라는 의미인 ‘연서’라는 이중적 의미도 담았다. 사랑의 편지라는 이미지를 담은 것.

“처음에 그릭 요거트 아이템을 선정하고 브랜딩을 할 때 다람쥐를 캐릭터로 고민하고 있었는데, 연서그라운드 입구에 마침 엄청 큰 도토리나무가 있는 거예요. 600년 된 나무더라고요. 뭔가 그렇게 연결되는 게 저희도 신기해서 다람쥐 캐릭터를 만들었고요. 연서의 이응과 시옷을 가지고 세 가지 로고를 만들었어요. 그래서 전부 다 동그라미랑 세모 모양으로 풀어져요.”

연서면에 있는 목장 ‘연서그라운드’ 로고는 목장을 형상화 했고, ‘연서데어리’는 그릭요거트와 아이스크림을, ‘연서로스터즈’는 커피 잔 모양을 형상화 해 로고를 만들었다.

연서 그라운드 목장 하늘에서 바라본 모습. 목장으로 올라오다 보면 커다란 도토리나무를 만나게 된다. ⓒ 비로컬
연서 그라운드 목장 하늘에서 바라본 모습. 목장으로 올라오다 보면 커다란 도토리나무를 만나게 된다. ⓒ 비로컬

또 ‘연서그라운드’는 원유 생산을 담당하고 여러 가지 체험을 할 수 있다. ‘연서데어리’는 제품을 보여주는 쇼룸 역할을 한다. 유제품으로 파생된 것들을 보여주는 공간이기에 새로운 시도가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최근에도 새로운 제품이 연달아 나왔다. ‘연서로스터즈’는 구내 카페지만 ‘연서그라운드’에서 나온 우유로 만든 연유를 활용한 ‘연서 라떼’와 같은 시그니처 메뉴를 만들었다.

“이다음에는 세종시 조치원읍의 원도심에 유휴공간을 활용한 골목 상권을 만들어보는 게 목표입니다. 역 앞쪽으로 임대차를 하나 해두었어요. F&B로 먼저 시작해 보려고 하는데요. 대학로의 성공 사례를 조치원에서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매 타임 빈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운 비스트로 세종 ⓒ 비로컬
매 타임 빈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운 비스트로 세종 ⓒ 비로컬

 

장부 대표는 그간 ‘비스트로 세종’과 ‘연서 프로젝트’를 통해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다른 지역의 로컬크리에이터들과 노하우를 아낌없이 나누고 있다. 로컬 공간을 가지고 있으면서 음식을 접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들과 해결책을 함께 고민한다. 대전 소제동의 ‘소제웍스’도 함께 고민했다. 앞으로도 ‘세종시 삼십분’의 스토리나 도움이 필요한 로컬크리에이터가 있다면 전국 어디라도 달려가 함께 협업하고 싶다고. 로컬을 대하는 장부 대표의 마음은 그렇기에 진심이 가득 담겨있다.

장부 대표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대의 비스트로 세종 앞 풍경 ⓒ 비로컬
장부 대표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대의 비스트로 세종 앞 풍경 ⓒ 비로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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