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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 인터뷰
  • 입력 2021.01.11 13:20
  • 수정 2022.05.16 23:34

[탐방] 콘텐츠로 지역과 사람을 기록하다, "원더러스트" 이옥수 대표

2019

왕조의 실록은 남았지만, 민초의 삶은 어디에서 들여다볼 수 있는지 궁금했다. 꼭 대단한 사람, 엄청난 사건만이 역사가 되고 기록으로 남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개인과 일상이 결코 작거나 소외 당해야 하는 것이 아니기에.

그래서 일기를 쓰고, 사진을 찍으며 우리는 일상을 기록한다. 개인의 기록은 그렇게 단편적이고 찰나의 것으로 남곤 한다.

<원더러스트>는 그 평범한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지역과 개인이 잊히는 것을 아쉬워했고, 그것을 콘텐츠로 만들어가고 있다.

기록을 하는 방법은 이토록 다양할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보여준다. 지역의 근대 건물을 모아 보드게임을 만들고, 동네 아이들과 함께 동네 가이드북을 만들고, 지역을 면밀히 탐구할 수 있는 잡지를 만든다. 지역의 굉장한 이야기를 담기 보다 지역의 오늘을 고스란히 담는 작업을 한다. 이 작업이 지역의 역사 그 자체로 남을 것이라 믿는다.

<원더러스트> 이옥수 대표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제공)

◆ <원더러스트>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려요.

◎<원더러스트> 이옥수 대표: <원더러스트>는 지역 기반의 문화콘텐츠 기획 전문 기업이에요. 지역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지역을 기반으로 한다고 할 수도 있지만, 지역의 다양한 문화자원 등을 활용해서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예를 들어 지역의 신화를 담은 보드게임, 지역의 문화자원을 활용한 굿즈, 동네잡지 등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거죠.

◆ <원더러스트>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원더러스트> 이옥수 대표: 계속 타 지역과 해외에 살다가 충북에 오게 되었는데, 충북에는 지역을 담은 문화상품이 없더라고요. 저는 문화콘텐츠 기획과 관광 개발 쪽에서 일해왔어요. 또 여행을 굉장히 좋아하는 편인데 여행을 가면 지역의 문화상품을 꼭 구입하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충북에는 그런 것들을 찾기 어려웠어요.

'내가 청주에 온 여행자라면 이곳에서 대체 무엇을 사갈까?', '무엇을 하면 좋을까?'라는 질문에서 회사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 지역 기반의 문화콘텐츠를 개발하는 회사라고 하셨는데, 지역을 기반으로 해야겠다고 다짐한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원더러스트> 이옥수 대표: 서울, 경주, 제주처럼 이미 잘 알려진 곳에는 다양한 문화콘텐츠가 있어요. 문화상품, 공연, 음식에 이르기까지요. 하지만 역사 자원이나 관광자원이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의 문화콘텐츠는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요.

그동안의 콘텐츠 개발이 외국의 성공 사례, 타 지역 벤치마킹 수준에 그쳤거든요. 하지만 요즘에 <원더러스트>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어요. 지역을 지역답게 하는 콘텐츠 개발을요.

사실 지역에는 무언가가 없기 때문에 콘텐츠 개발이 진행되지 않는 건 아니에요. 우리가 알지 못하거나 관심이 없을 뿐 정말 풍부한 이야기가 있어요. 지역의 이야기를 콘텐츠로 녹여내는 작업이 <원더러스트>가 지향하는 방향이에요.

<원더러스트>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제공)

◆ 처음 지역에 들어와 사업을 진행하시면서 어려운 점도 많이 있으셨을 것 같아요. 어떤 점이 가장 힘드셨나요?

◎<원더러스트> 이옥수 대표: 아무래도 그 어떤 연고도 없다는 점이 조금 힘들었어요. 예를 들어 이런 디자인 작업을 해줄 디자이너가 필요하거나, 이런 기획을 보조해줄 사람이 필요한데 지연, 학연 그 어떤 것도 없이 일단 부딪혀야 했죠. 하지만 지역에서는 아무래도 새로운 기획이 필요하기 때문인지 저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늘어갔고, 지금은 지역 출신의 팀을 꾸려서 일을 하고 있어요.

◆ 지역을 기반으로 어떤 콘텐츠를 개발 또는 진행 중인지 알려주세요.

◎<원더러스트> 이옥수 대표: 작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는 청주의 문화자원, 신화 등을 활용한 보드게임을 개발했어요. 보드게임 중 하나는 특허도 출원을 했고, 세계여성발명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했어요. 지금은 KC 인증을 완료하고 출시를 준비 중에 있어요.

하반기에 회사 인원을 확충하면서부터 콘텐츠 개발의 다양성을 모색하고 있어요. 문화자원 도안을 바탕으로 바느질을 할 수 있는 키트를 개발하고 있어요. 청주의 잘 알려진 문화자원을 비롯해 다양한 이야기들을 테마로 개발하는 중이에요.

조금 더 중점적으로 하고 있는 건 동네잡지 <탐구생활>이에요. 동네를 하나씩 정해서 동네의 이야기를 담은 잡지를 만들고 있어요. 단순한 잡지가 아니라 동네의 컬러칩을 구상하고, 슬로건이나 비전, 미션 등을 함께 기획해서 동네 자체를 브랜딩하고 있어요. 브랜딩 한 내용은 저작권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열어두었어요.

동네잡지 <탐구생활>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제공)

◎<원더러스트> 이옥수 대표: 일본 돗토리현에는 요괴 마을이 있어요. 주요 업종이던 어업이 쇠퇴하면서 마을까지 쇠퇴한 케이스에요. 인구가 줄고 생계의 문제까지 생기자 그 지역 출신인 만화가인 미즈키 시게루가 자신의 만화에 나오는 요괴들을 동네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해줬어요. 그래서 동네의 택시, 빵집, 문구사, 열차 등 동네의 모든 곳에 이 요괴가 활용되고 있어요. 지금은 관광지로 성장했고요. 이렇게 동네에 이야기를 입히는 작업을 브랜딩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작업을 계속하고 싶어요. 동네의 작은 이야기, 지역민의 소소한 이야기를 콘텐츠화 하는 것 자체가 기록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작업이 지역의 역사가 되고 근간이 되리라 생각해요.

◆ <원더러스트>와 함께하는 <유자차스튜디오>에 대해서도 소개해주세요.

◎<원더러스트> 이옥수 대표: <유자차스튜디오>는 저희가 운영하고 있는 인문, 예술, 문화 관련 플랫폼이에요. <원더러스트>가 콘텐츠 개발이라는 하나의 산업에 주력한다면 <유자차스튜디오>는 보다 지역과 밀착해서 움직이고 있어요.

동네를 콘텐츠화해서 소개하는 동네컨시어지, 동네의 이야기를 독립출판으로 엮어내는 동네탐험대, 익히 잘 아는 곳으로 소풍을 떠나보는 필름피크닉, 퇴근길에 문화예술공간에서 네트워킹하는 퇴근길 바캉스, 지역의 창작자들과 단편집을 발간하는 프로그램 등을 기획하고 운영해요. 지역민을 끊임없이 만나고 소통하고, 그 과정에서 거의 필수적으로 지역의 다양한 문화적 공간과 문화예술인들을 소개하고 있어요.

<원더러스트>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제공)

◆ 최근에 골목콘서트를 진행하셨다고 들었어요. 행사를 열게 된 배경과 내용에 대해서 소개해주세요.

◎<원더러스트> 이옥수 대표: 문화예술이 권력화되거나 사유화되어서 안된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심사위원의 취향에 맞는 글을 써야 등단을 하고, 큐레이터의 마음에 드는 그림이어야 전시를 할 수 있고 이런 건 문화적 다양성을 저해하는 요소라고 생각해요.

글을 쓰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면 책을 낼 수 있고, 사진 찍는 게 취미라면 사진전을 열 수 있는 게 진정한 문화예술이라고 봐요. 전공자나 재능이 있는 사람만 하지 않고 다양성과 가능성을 열어두는 거죠. 누군가의 취향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요.

골목 콘서트는 누구나 일상에서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것에서 접근했어요. 사진을 찍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사진을 전시했고,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자신의 그림으로 굿즈로 만들어서 전시를 했어요.

그리고 직접 글을 쓰고 사진을 찍어 독립출판을 한 분들의 북 콘서트를 진행했어요. 이런 시도가 지역에서 처음이기 때문에 걱정했는데, 입장 줄이 밖까지 이어질 정도로 많은 사람이 왔고 만족도도 높았어요. 이렇게 문화를 일상에서 풀어가는 다양한 시도가 앞으로의 문화예술을 변화시키는 시작이 되길 바라요.

<원더러스트>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제공)

◆ 굉장히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으세요. 이렇게 다양한 아이디어와 영감은 어디서 얻으세요?

◎<원더러스트> 이옥수 대표: 저는 저 자신을 굉장히 소중하게 생각하는 편이에요. 여행에 가서 어떤 굿즈가 있으면 좋을까, 필름 카메라로 무엇을 하면 재밌을까, 퇴근길에 낯선 사람들과 만나서 네트워킹을 해보면 어떨까 이런 생각들을 해요.

그리고 그것을 구체화해서 기획을 하는 편이에요.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사고 싶은 것, 내가 참여하고 싶은 것을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원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반대로 나도 원하지 않는데 누군가를 어떻게 설득시킬 것인가에 관해서도 고민하죠.

요즘 유행하는 것, 어디에서 성공한 것보다 지금 우리가 원하는 것을 밀도 있게 고민해요. 물론 그게 모두 성공하는 건 아니지만 즐겁게 기획하고 만들면 그 진심이 분명 전해지더라고요.

<원더러스트>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제공)

◆ 충북 로컬크리에이터로서 앞으로 원더러스트의 계획과 목표에 대해서 알려주세요.

◎<원더러스트> 이옥수 대표: 지난 번에 청와대와 간담회를 했는데, 강원도와 제주도의 로컬크리에이터에 대해서 굉장히 잘 알고 계셨어요. 그래서 충북의 대표적인 로컬크리에이터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원더러스트>의 목표는 문화콘텐츠계의 트립어드바이저에요. 트립어드바이저는 전 세계의 여행과 관련된 모든 걸 소개하고, 그것을 접한 사람들은 그 지역에 관심을 갖게 되고, 방문으로도 이어지게 하죠. 그래서 <원더러스트>의 콘텐츠를 보고 지역민은 지역 내에서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만들고 그것을 계기로 자신의 지역을 더 사랑하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관광객들은 충북을 방문하게 하는 게 목표예요.

물론 그 과정에서 지역의 정체성과 라이프스타일을 제시만 해주고 싶지 규정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충북의 로컬크리에이터와의 협업이 굉장히 중요한 편이에요. 저희 단독 사업이나 클래스도 좋지만 협업을 하면 훨씬 더 많은 걸 얻고 배우게 되더라고요.

사실 지금도 저희 클래스를 인터넷에서 보신 분들이 자신의 지역에는 왜 이런 클래스가 없냐고들 하세요. 청주시민들 부럽다고 하면서요. 그럴 때마다 뿌듯하면서도, 그분들이 자신의 지역에서 그 클래스가 열리길 바라는 게 아니라 클래스 참여를 위해 충북에 방문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2019 충북 로컬크리에이터>인터뷰집은 충북의 대표적인 로컬크리에이터 콘텐츠그룹 <원더러스트>가 취재하고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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