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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골목탐방(2)] "웰컴 투 후암동!" - 후암동 아티스트 '이츠미'의 후암라이프

후암동 골목길에서 바라본 남산 (성예은 제공)

◇비로컬 윤준식 편집장(이하 ‘윤’): 좌충우돌 골목탐방 두 번째 시간입니다. 오늘 특별한 게스트를 모셨는데요. 지난 번 김기자에 이어 골목길 이야기를 해주실 골목길 아티스트 한 분을 모셨습니다. 후암동 골목길을 밝히고 계시는 <이츠미itsme>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계시는 성예은님을 모셨습니다. 반갑습니다.

◎이츠미 성예은(이하 ‘이츠미’): 안녕하세요. 살짝은 부담스럽게 소개를 해주셨는데 후암동에 평생 살고 싶은, 그리고 아티스트가 되고 싶은 성예은입니다. 반갑습니다.

◇윤: 며칠 전에 후암동 골목길에 대한 인터뷰 기사를 올리기도 했는데요. 후암동 로컬크리에이터 시공간 협동조합 이준형 건축사님 관련 인터뷰거든요.

그 기사를 올리면서 후암동에 계시는 분이 후암동 골목길을 예쁘게 소개해주셔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제가 쓴 인터뷰 기사에서는 후암동 이야기를 과감히 많이 뺐습니다. 왜냐면 제가 후암동 답사를 가봤는데 후암동만 보여주는 특별한 느낌, 특별한 장면이 있어요. 이게 골목길 사이로 남산타워가 떡하니 보이는데 이런 풍경은 서울 사는 사람이라고 해도 아무데서나 아무렇게 볼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탐방] 마을공동체와 1인가구에겐 공유공간이 필요하다 - 도시공감협동조합 이준형
로컬크리에이터를 찾아서(7) 서울 용산구 후암동 <도시공감협동조합> 이준형 실장

http://belocal.kr/View.aspx?No=849568

또 남산 아래 있어서 오르막길이 많고요. 인터뷰 기사에 정리하기로는 사람들이 정착해서 살고 있었던 역사가 130년이 넘고, 1969년에 후암동 비탈길이라는 대중가요가 있었다는 것도 있고요. 사실 남산타워랑 후암동은 별 상관은 없는데 그게 남산 외에 보여 지는 후암동의 어떤 특별한 골목길 풍경을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고요. 외지인 입장에서는 그런 산비탈에 꼬불꼬불한 골목길이 미로에 갇힌 듯한 신기한 느낌도 들고 그렇습니다. 그래서 한두 번 가본 사람이 아니라 살고 계시는 분이 이야기를 해야 한다 생각했습니다. 언제부터 후암동에 사시게 된 거에요?

이츠미라는 필명으로 <루시드 아일랜드>앱에서 후암동 골목길을 소재로 한 오디오 에세이를 연재중이다. (앱 캡쳐화면)

◎이츠미: 후암동 예찬을 하셨는데요. 제가 후암동에 작업실을 얻은 지는 한 2년 됐고요. 부모님은 청파동에 사시는데 후암동에서 쭉 내려와서 굴다리를 하나 지나면 숙대 입구가 있는데 거기가 청파동이에요. 이제 서른살이 되어서 독립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작업실에 눌러 앉기로 결정을 하고 후암동이 그렇게까지 비탈은 아닌데 용산고등학교 근처에 작은 작업실을 얻어서 살고 있죠. 한 4개월 정도 됐어요.

청파동에서 후암동은 항상 걸어 다녀요. 청파동도 사실 되게 언덕인데 남산타워 항상 보이고 그렇거든요. 어렸을 때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은 살 뺀다고 남산타워 걸어 다녀서 그 길은 항상 지나간 거죠. 중학생 때는 용산 도서관이나 남산 도서관 독서실에 가거나 친구들이랑 놀러 다니고 그래서 항상 어떻게 보면 그냥 스쳐지나가는, 걸어 다녔던 동네인 거죠. 확실히 4개월 살아보니 볼 것도 많고 색다른 것도 많아서 점점 더 후암동에서의 삶을 사랑하게 된 거죠.

◇윤: 저도 용산 고등학교 때문에 후암동 몇 번 가본 적이 있었어요. 용산고등학교 근처에 미군부대가 있어서 담벼락이 상당히 고압적이잖아요. 그런데다가 버스 종점이고 길이 옛날 길이라 넓지도 않은데 차는 많고 그래서 처음에는 여길 무슨 재미로 다니나 했거든요. <도시공감협동조합> 인터뷰도 있고 그래서 숙대입구역 2번 출구부터 후암시장으로 연결되는 골목길을 가게 됐는데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아 후암동이 원래 이런 곳이었구나. 이제야 발견해서 아쉽다 이런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성예은님은 최근 오디오 에세이를 시작하셨는데 첫 회는 저도 들어봤어요. 후암동을 "후암~"하면서 하품 소리로 표현하셔서 너무 재미있게 들었는데요. 오디오 에세이로 후암동을 표현하게 된 이유가 있는지?

후암동 공방길 (성예은 제공)

◎이츠미: 그게 앱스토어에서 <루시드 아일랜드>라는 앱을 다운 받으시면 약간 힐링 콘텐츠. 그리고 정신 건강을 우리가 마음이 아프기 전에 챙기자, 마음을 한 번 보듬어 보자는 취지로 만든 회사 앱이 있어요. 그래서 오디오 에세이를 쓰면 어떨지 요청이 들어왔어요.

거기 일하는 분이 제 고등학교 후배이기도 해서 한 번 해보자 생각했는데 처음에는 단순히 힐링 콘텐츠로 갈까 하다가 제가 로컬을 좋아하고 골목탐방을 좋아하니까 골목탐방으로 해보자 했어요. 지금은 후암동 골목에 살고 있으니까 후암동부터 시작하자 해서 된 거고요. 지금 4편까지 올라와 있고 2편부터는 구독을 하셔야 보실 수 있어요. 구독 하실 건가요? 감사합니다.

저희 동네에서는 제가 사는 길을 실제로 공방길이라고 불러요. 그리고 제 방을 주변으로 뜨개질 공방, 꽃집 공방, 실버 귀금속 공방, 옷 공방 등 각자의 색깔을 가지고 후암동을 사랑한다는 공통점으로 모인 분들이 같이 살아가고 계세요. 굳이 장사를 한다고 표현하고 싶지는 않아요.

왜냐면 서로 자기가 사랑하는 것을 나누고 그 공간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저는 그런 분들도 주목을 하고 또 골목을 이루는 게 그 골목을 둘러싼 자연이라고도 생각하는데요. 자연을 정말 사랑하기도 해서 그 골목을 걸어 다니면서 오감을 열었을 때 느낄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다시 한 번 발견하고, 인지하고, 주목하고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서 글을 쓰고 있어요. 마지막 편은 후암동에 사는 참새에 관한 이야기였어요.

제 방 창문 앞에 꽃을 걸거나 에어컨 실외기를 놓을 수도 있는 게 있는데 항상 새벽 6시면 참새 한 세 마리가 와요. 맨날 참새 소리가 굉장히 크게 들려서 제가 핸드폰 알람 울리기도 전에 깨거든요. 왠지 모르겠지만 제 방 창문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제가 가는 미용실 원장님도 참새한테 모이랑 물도 주시고 그래서 그 미용실을 가면 항상 참새들이 막 있어요.

또 차가 많을 때는 많은데 없을 땐 되게 없거든요. 이제 후암동 사이로 참새 소리나 까치, 까마귀 소리들이 많이 들리죠. 저는 그런 자연의 소리나 바람 같은 인간이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모든 것들이 골목길을 구성한다고 생각해서 그런 방향으로 쓰고 있어요.

후암동 마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오가는 용산고등학교 사거리 (성예은 제공)

◇윤: 오감으로 느끼는 후암동 때문에 후암동 오디오 에세이를 시작했다고 말씀 하셨는데요. 후암동 골목길 이야기 좀 해주세요.

◎이츠미: 후암동은 가장 가까운 역이 숙대입구역이에요. 용산2번 마을버스가 후암동이랑 해방촌 쪽을 관통하고 그래서 사실 접근성이 그런데, 제일 좋은 건 숙대입구역 3번 출구 남영동 우체국 쪽으로 해서 가게 몇 개를 지나면 말씀하신 것처럼 철조망 쳐진 용산 옛날 미군기지 벽이 나와요.

그런데 저는 그 길을 사실 좋아하는게 좁고 사람들이 잘 안다녀서 사색하며 걷기 좋아요. 꽤 길고 그냥 직선 방향으로 남산타워를 대면하고 걸을 수 있기 때문에 저는 그 기분을 되게 좋아하고요. 그걸 다 지나면 사거리인데 딱 사각형으로만 건널목이 있는 게 아니라 대각선으로도 있어요.

그래서 거길 건너면 용산고등학교가 나오고 그 건널목에서 왼쪽으로 가면 후암시장이 나오고요. 후암동이 꽤 넓은데 제가 사는 곳은 해방촌과 후암시장 사이 쪽인 거죠. 그런데 저는 로컬 쇼핑을 좋아하는 편이라 제 일상의 모든 부분을 걸어서 15분 반경인 후암동에서 다 해결을 하고 있어요. 미용실을 가도, 카페를 가도, 음식점을 가도 다 후암동을 되게 사랑하세요.

단순히 김찌치개를 팝니다, 커피를 팝니다가 아니라 내가 이 곳에서 이 행위를 하는 것을 굉장히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게 너무 보여 지는 거죠. 저는 제 일을 굉장히 사랑하는 사람인데 그래서 다른 사람이 자기가 하는 일을 사랑하는 모습을 볼 때 굉장히 큰 에너지를 받거든요. 그래서 커피를 마시면 그냥 커피가 아니라 그 주인 분의 에너지까지 같이 마시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자기가 있는 그 공간을 사랑하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사랑하면, 뭐랄까요 너무 사랑이라는 말을 많이 써서 그런데 진짜 더 사랑하게 되는 것 같아요. 또 후암동은 해방촌이랑 연결돼서 약간 힙한 공간으로 알려져 있는데 사실은 굉장히 전 세대가 어우러져 있어요. 할머니, 할아버지가 버스정류장 앞에서 담소 나누는 것도 많이 볼 수 있고 아이들도 볼 수 있고요.

대학가 하면 정말 젊은이들밖에 없잖아요. 저는 그런 세대가 함께 하는 동네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데 후암동에서는 모든 세대가 어우러져 살아가는 걸 볼 수 있어서 저는 약간 이걸 볼 때마다 힐링이 돼요. 이게 우리나라 동네의 미래다 이런 식으로요. 저 혼자 오버하는 것일 수 있지만요.

◇윤: 공동체성이 살아있는 곳이네요.

◎이츠미: 동네 마트가 몇 개 있는데 다 잘돼요. 저녁 5시 이쯤 가면 줄을 엄청 길게 서야 해요. 이게 동네마트도 아니고 고수, 아보카도, 체리 등등 별걸 다 팔아요. 대형마트나 백화점에 팔 법한 것들을 더 싸게 좋은 품질로 팔아요.

저는 대학 4년을 미국에서 보냈는데 우리나라는 체리를 재배하지 않잖아요. 그런데 미국에서 살 수 있는 정도의 품질의 체리를 더 싸게 팔고 제가 원하는 걸 동네 마트에서 다 살 수 있어서 이게 뭐지 싶더라고요. 그러니까 모던한 느낌은 사실 별로 없어요. 오래된 동네이다 보니까. 그런데 이걸 옛날이라고 표현하고 싶지 않고 그냥 원래 있어왔던 느낌 그대로 가는 후암동을 좋아하죠.

후암동 곰발커피 (성예은 제공)

◇윤: 그럼 즐겨 찾는 가게 몇 군데라도 얘기해 주시면 어떨까요? 뭐랄까 후암동 분위기는 알겠는데 후암동이 너무 넓게 느껴진다고 할까요?

◎이츠미: 후암시장은 저도 아직 개척중이고요. 저희 집 근처로 말씀 드리면 제가 가장 자주 가는 곳은 <곰발커피>라고 202번이랑 용산2번을 타고 후암동 종점에 내리면 있어요.

이 카페가 건물이 되게 좁아요. 1, 2, 3층으로 돼 있는데 한 층을 올라가려면 진짜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야 해요. 그런데 그 공간 하나하나가 너무 편안하고 마음에 안정을 줘요. 그리고 2, 3층은 창문이 되게 커요. 그래서 후암동 종점 전경을 다 볼 수 있어요. 가서 책을 읽고 사색하며 시간을 보내야 할 때는 3층에 가요. 거의 작가의 방이거든요. 주인아주머니랑 친해져셔 가서 1시간 정도 수다를 떨기도 하고요. 직접 로스팅까지 하시기 때문에 커피 맛은 어후.

그 옆에는 <#도노커피>가 있어요. <곰발커피>는 여유롭게 마시겠다는 사람이 있고, <#도ㄴ커피>는 좀 넓고 카페에서 일해라 분위기여서 아침 7시부터 밤 12시까지 열어요. 저는 하루 종일 일을 하는 편이라서 밤 11시에 <#도노커피> 가서 커피 한 잔 사서 집에 와서 글을 쓰거나 영상 편집을 하죠. 또 하나의 카페가 있는데 거기는 북카페 겸 디저트 전문점이에요.

소월길 <밀영>이라는 곳인데요. <곰발커피>와 <#도노커피>를 지나 30초 더 가서 고개를 딱 돌리면 보여요. 그런데 그 안에 주인 분의 엄청난 서가가 있어요. 그 책들이 다 제 스타일이고요. 디저트를 부인 분께서 직접 만드시는데 주문제작도 되고 베이킹 클래스도 하시고요. 그 자리에서 7년 간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그 가게를 발견했을 때 너무너무 행복했고요. 후암동은 제가 다 아끼는 가게들인데요. 제 기분에 따라서 어느 가게를 갈지 정할 수 있어요. 이 카페가 다 집에서 1분 거리에 있는 거예요.

◇윤: 아, 이제 무슨 말씀인지 이해가 됐어요. 보통 작은 동네에 카페가 여럿 모이면 경쟁심이 강해져서 싸우잖아요. 그런데 지역 자체가 말씀하신 것처럼 후암동을 너무 사랑해서 공동체성이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차별화 되고 별도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카페가 형성이 된 걸로 보여 지네요.

◎이츠미: 또 집 앞에 정말 바로 앞에 <피아노숲>이라는 꽃집이 있어요. 거기는 꽃 포장을 할 때 플라스틱 비닐이나 그런 걸 전혀 안 쓰세요. 그리고 꽃보다는 반려 동물을 사라고 추천하시는 꽃집인데요.

제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그 꽃집에서 꽃을 사요. 그런데 집에서 10미터도 안 되니까 포장할 필요도 없이 꽃 두 송이 받아서 집에 와서 바로 꽂아서 사진 찍고 인스타에 올려서 홍보도 해드리고 그래요. 주인분이랑도 친하게 지내고요. 신기하게도 저한테 필요한 것이 집 근처에 다 있기 때문에 다른 데 나갈 필요를 못 느낀다고 할까.

◇윤: 오감을 만족시킨다는 걸 이제야 이해하고 있습니다. 창문 열면 꽃향기 나고 그러겠네요.

◎이츠미: 그 꽃가게 밑에는 아까 말씀드린 뜨개질 공방이 있는데 제가 뜨개질 하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침대 위에 퀼트를 하나 걸려고 갔더니 그 공방은 퀼트를 파는 게 아니라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신다는 거예요. 완전 예술가신 거죠. 자기 작품을 얼마에 팔아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팔고 싶지도 않은데 대신 가르쳐 드리겠다는 거예요. 그래서 집에 올라오는 길에 그 분이 동네 분들이랑 같이 뜨개질 하는 것 보고 있고 그러면 저는 눈 마주치면 “안녕하세요?” 인사하고 들어가요.

◇윤: 지금 묘사되는 국가가 대한민국 맞나요? 우리나라 인심이 원래 좋긴 한데 뭔가 도시 같지 않고 서울 같지 않은 느낌이 들어요.

◎이츠미: 또 제가 좋아하는 <사랑방> 고기집인데요. 거기는 고기 먹으러 혼자서도 가요. 주인 아저씨랑도 친해졌는데요. 냉면이 정말 맛있고 된장찌개가 서비스로 나오는데 맛있어요. 친한 언니를 꼬셔서 이번에 후암동으로 이사를 왔는데요. 언니를 데리고 갔더니 아저씨가 다행이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왜그러냐고 했더니 친구 없는 줄 알았는데 친구 한 명이라도 와서 다행이라는 거예요. 언니가 냉면을 못 먹어서 제 것만 시켰더니 아저씨가 친구랑 처음으로 왔다고 두 개를 주신 거예요. 그래서 저 혼자 냉면 두 개를 먹었습니다. 그래서 뭔가 “나는 내 물건이나 재화를 파는 상인이고 너는 소비자” 이런 게 아니라 그냥 “우리 다 같이 서로의 돈을 쓰고 나누는 동네 주민, 이웃이지” 라는 인식이 박혀있어요. 저도 어떨 때는 깜짝깜짝 놀라요.

◇윤: 제가 동네끼리 편을 가르려고 그런 건 아닌데요. 그쪽 동네를 왔다갔다 해봐서 청파동 분위기를 좀 아는데 거긴 유동인구가 많잖아요. 대학생들이니까 정착해서 사는 사람들은 아니고 오고 가는 분 뭐랄까 이별에 익숙해지면 그런 끈끈함은 좀 떨어지는 게 있고요. 오랫동안 산 분과 이주해온 분 사이에 문화적 괴리감이 있거든요. 후암동과는 좀 다르죠.

◎이츠미: 공방을 여신 분들은 다 저처럼 새로 들어오신 분들이기는 한데요. 그것을 사랑하는 분들이 오니까. 그리고 후암동에 계단이 진짜 많은데 원래 사시던 토박이 할머니, 할아버지 분들도 다 올라가세요. 그냥 젊은 사람이 보면 와 여길 어떻게 올라가 하는 언덕도요. 그걸 보고 저는 여기서 계속 죽을 때까지 살아야겠다. 그럼 건강도 보장이 되는 건가 그랬어요.

후암동과 힙지로(을지로)를 연결하는 202번 버스 (성예은 제공)

◇윤: 뭔가 후암동을 분석하지 않을까 했는데 진짜 사는 얘기 해주시니까 재미있네요. 일부러 분석하지 않으시는군요. 이야기가 거의 후암동 라이프 스토리로 가고 있어요. “이런 삶을 원하면 후암동으로 와라” 이런 이야기가 되고 있네요.

◎이츠미: 분석하려면 할 수 있겠지만 저는 아무래도 제가 사는 동네다 보니까 그냥 느끼려는 측면이 더 강하죠. 제 일상의 한 부분이니까. 어차피 세상 살면서 다른 것들 분석해야 하는데 굳이 제 삶의 일상까지 분석을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요.

저는 평일 아침에 7시부터 10시까지 을지로입구역에 있는 <1%리버티>카페에서 일을 해요. 그러면 6시 10분에 일어나서 6시 40분에는 202번을 종점에서 타고 카페에서 3시간 일하고 와서 10시 쯤 롯데 영플라자 앞에서 202번을 타요.

202번 버스가 을지로와 후암동을 연결하는 진짜 직통 버스거든요. 그러면 집에 오면 10시 반 정도 되는데 집 앞에 1분 거리에 <요가랜드>에서 요가를 해요. 철학자 ‘칸트’가 동네 시계 역할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항상 정해진 루틴이 있고 거기에 맞춰 생활을 해서 동네 사람들이 칸트를 보고 시간을 알았다고 해요. 제가 그렇게 계획하고 스케줄 짜는 것 좋아해서 “아 나도 한 번 후암동 칸트가 되어볼까” 이런 생각을 하고도 있죠.

◇윤: 무슨 이야기 할 때마다 1분이라 마음의 거리도 1분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어찌 보면 버스 종점이 마을 사람들이 공동체가 되게 하는 매개체일 수 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이츠미: 진짜 그래요. 저는 길가에 사는데 안으로 들어가면 꼬불꼬불 골목이 많아요. 그래도 용산2번이나 버스를 타려면 후암동 종점이나 버스 정류장으로 모여야 하니까. 에세이에서도 말하긴 하는데 거기가 회전 로터리에요. 그래서 가운데 뭔가 동그랗게 보도블록이 있고 중간 중간 섬처럼 보도블록이 놓여 있어요.

그러면 거기서는 이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많이 앉아 계시는데 할 일이 없어서 시간을 죽이는 게 아니라 굉장히 적극적으로 얘기하고 구경하고 뭔가를 계속 하세요. 그런 모습도 저는 너무 정겹고 젊은 사람도 굉장히 많이 왔다 갔다 하고 그래요.

또 저희 집 2분 거리에 <영상 아케이드 비디오>라고 영상 전문 학원 같은 게 있어요. 그래서 되게 힙하게 생긴 영상스쿨 애들이 카메라 메고 다니거든요. 사실은 정말 다양한 군상의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바로 앞이 고등학교니까 중고등학교 친구들도 되게 많고요.

◇윤: 정말 세대를 구분하지 않고 만날 수 있네요. 틈틈이 뭔가 월간 개념으로 월 1회 모신다든가 해서 후암동 이야기도 듣고, 골목탐방 좋아하신다고 했으니 다른 골목길 이야기도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츠미: 오디오 에세이를 통해서 바로 옆 동네인 해방촌 준비하고 있고 부여 자온길이나 제가 좋아하는 지방 로컬 골목길 탐방을 올릴 계획이에요. 코로나 때문이기도 하지만 요즘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사는 동네에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잖아요. 그래서 저는 꼭 후암동이 아니더라도 자기가 살고 있는 동네를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주의 깊게 관찰 해봤으면 좋겠어요.

왜냐면 너무 일상이라고 생각해서 스쳐 지나가기만 하니까 놓치는 것들이 많다는 생각을 저 스스로도 깨달은 적이 많거든요. 후암동에서 사실 글을 쓰기 시작한지는 한 달 정도인데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까 지난 3개월을 살았는데도 불구하고 보지 못한 것들을 새롭게 관찰하고 쓸 수 있게 되더라고요. 요즘은 동네에서 쇼핑도 하고 이런 저런 관계를 만들어 나가면서 진짜 가까운 주변을 관찰하시면서 새로운 행복을 발견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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