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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혁주
  • 지난 특집
  • 입력 2020.06.29 21:34
  • 수정 2020.06.29 21:38

[6월특집(5)] "뜨는 로컬F&B의 시작도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이다"

[비로컬 팟캐스트-24회 2부] 로컬F&B: <일도씨패밀리> 대표 김일도

6월 특집은 로컬콘텐츠를 담는 콘테이너로서 로컬 F&B를 다루고 있습니다. 마천시장의 기억을 녹여내어 다양한 다이닝 브랜드를 펼쳐나가는 <일도씨패밀리> 김일도 대표님을 만났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로컬 다이닝의 변화와 김일도 대표님만의 브랜드 철학을 비로컬만의 질문들로 다채롭게 나누었습니다.

<내일도두부>는 로컬의 재해석만으로 멈추지 않는다. 더욱 사랑받는 로컬브랜드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일례가 두부와 비지의 디스플레이 개선이다. 시장두부도 이렇게 세련되게 변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로컬을 빛내는 한편, 매출증가라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다.  (출처: <내일도두부> 인스타그램)

◆비로컬 김혁주 발행인(이하 ‘김’): <내일도두부>는 두부라는 그릇에 시장을 담으셨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전과는 의미가 다른 게 너구리 만나러 롯데월드 가는 것보다 조금만 더 가면 마천 시장에서 두부를 만날 수 있다는 말씀이에요.

◇비로컬 윤준식 편집장(이하 ‘윤’): 닭갈비나 곱창, 두부 외에도 더 많은 식당들이 있을 텐데요. <일도씨패밀리> 전부가 로컬콘텐츠로 만들어진 식당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긴 합니다. 

◎일도씨 김일도 대표(이하 ‘김’): 우선 식당을 하는데 있어서 고려해야 할 포인트가 두 가지 있을 것 같아요. 첫 번째로 장사가 되는지를 무조건 고려해요. 일단 생존하지 못하는 브랜드는 브랜드로서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고요. 장사가 되냐 안 되냐를 보면, 대부분의 지역 상권은 잘 돼요. 그래서 저희도 방배동 <일도씨닭갈비>가 지역 상권으로 들어가고 <내일도두부>도 그렇고요. <일도씨닭갈비> 매장의 절반 정도는 지역상권입니다. 매출이 나와야 하기 때문에 그렇고...

다른 분류로 보면 브랜딩이 되느냐 예요. 장사가 되느냐와 브랜딩이 되느냐는 다른 의미거든요. 강남이나 홍대, 연남동 쪽으로 들어가는 이유가 브랜딩을 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해요. 외부 유입이 많은 동네에서 사람들에게 노출이 되면서 바이럴이 될 확률이 굉장히 높아지거든요. 

그런 동네에서 브랜딩을 하고 지역 상권은 장사를 하는 거죠. 일도씨패밀리가 브랜드를 전개해 나가는 전략은 보통 이 두 가지 안에서 결정이 납니다. 그래서 백화점이나 장소 자체가 굉장히 유명한 곳들은 아무리 장사가 잘 돼도 수익이 안 남아요. 남는 건 마케팅이죠. 장사하시는 분들이 좋은 곳, 핫한 곳으로 입점하고 싶어 하시는데 그 부분을 반드시 고려해야합니다. 처음부터 유명한 곳을 가면 살아남지 못해서 허덕이는 경우가 많아져요.

◇윤: 결국 브랜드만 남고 수익은 없어지는 거죠. 스몰 비즈니스에서는 최악입니다. 왜냐하면 생존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수익이나 마진이 남아야 하니까요. 로컬크리에이터들도 크게는 소상공인 형과 스타트업 형으로 나뉘는데 정부 육성 방법과 새로운 형태의 흐름을 만들어야 하니 스타트업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다들 알고 있지만 말하지 않는 불편한 진실이 로컬크리에이터로 이름난 분들 다수가 정부지원 사업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거예요. 스타트업화 되지 못하고 스몰 비즈니스로 자영업화되어야 하는 분들이 약간 그렇습니다. 그런 면에서 김일도 대표님이 말씀하시는 “지역 내에서 장사가 되게끔 구조를 만드는 것”도 생존을 위해 필요한 부분이겠죠.

◆김: 몇 가지 지역 상황이 있어서 그럴 수도 있어요. 인구가 많이 없거나 지역 내에서만 있을 수 있는 문제들이 있잖아요. 지금의 마천은 대표님 덕분에 핫한 동네로 표현되지만 예전 마천은 지역 상황이 똑같은 거잖아요. 잘 생존해서 버티고 브랜드가 생기면 지역도 새롭게 보여드릴 수 있고 나도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는 거죠? 제가 김일도 대표님을 게스트로 모시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가 요즘 COVID-19 상황에서 노골적으로 페이스북에 우리 매장과 동네 상황의 변화를 수치로 거침없이 보여주시더라고요. 

5년 전 여러가지 악재를 겪으며 쌓은 경험들이 <일도씨패밀리>가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을 이겨내는데 소중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 (출처: 김일도 대표 페이스북)

◎일도씨: 네 맞습니다. 장사가 되고, 안되고를 솔직하게 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또 하나는 지금 현재 외식업화 돼서 각종 상권별, 브랜드별, 스타일별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곳을 찾기가 힘들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런 부분들을 공유해도 괜찮겠다고 생각해서 기록을 남겨봤고요. 저희는 5년 전에 메르스를 겪었잖아요. 그 때도 상황은 심각했거든요. 

◇윤: 그 때 메르스도 있었지만, 세월호 침몰로 국민들이 우울한 정서가 있었죠. 전국민이 애도하는 분위기 속에서 놀러 다니는 것 자체가 죄책감을 느끼게 만드는 시기였으니까요. 그리고 가로수길에 매장이 있었다고 하시니까 드릴 말씀이, 그 때 중국 사드배치 보복행위로 관광객 감소가 심각했어요. 자영업계는 쓰나미 수준의 삼중고였죠.

◎일도씨: 그게 다 봄에 있었던 일인데요, 세월호와 메르스가 지나고 그 다음해에는 아무 것도 없었거든요. 근데 그 시기만 되면 매출이 바닥을 치는 거예요. 그 때 어떤 상황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게 너무 싫어져서 더 강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어요. 언제든지 메르스같은 게 다시 터질 수 있다 생각했고, 대비하기 위해서 우선 상권별로 구분해야 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강한 상권과 성공 공식을 찾은 것 같아서 오피스 주변 매장을 탄탄하게 많이 두었습니다. 전염병이 돌아도 일은 해야 하니까요. 다행히 코로나가 터지고 나서도 저희는 전 매장에 큰 영향이 없는 상황이 됐어요. 극장가에 있는 매장만 타격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재택근무 상황까지 오니까 그 모든 것들이 무너지는 상황을 보게 된 거죠. 이제 다음에는 이런 상황까지도 대비를 해야겠다고 배운 거죠. 

이 과정에서 흥미로웠던 건 오피스가에 있던 매장은 매출이 떨어졌는데 주택가에 있는 매장은 매출이 올라가는 거예요. 재택근무 하면서 집에 머물고 멀리 못가니까 집 근처 식당들을 다니기 시작하는 거죠. 결국 이 사람들이 어디로 가긴 간다는 데이터로 보는 거죠. 갑자기 아무것도 먹지 않는 상황이 아니라 어딘가에서 먹긴 해야 하는데 멀리 못가고 우리 동네에서 먹자가 된 거니까요. 동네가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해요.

◇윤: 먹는 거 관련해서 유행 따라 말이 조금씩 바뀌어요. IMF 90년대 후반에는 요식업이라는 표현을 쓰고, 약 10년 정도 지나면서 외식업이라는 말을 쓰고 지금은 F&B 비즈니스라는 표현을 많이 쓰거든요. 왜 F&B라는 말이 나왔나 했더니 뉘앙스가 이거에요. 로컬 푸드라는 말이 강해지니까 로컬 푸드는 식재료에 대한 이야기로 가니까, F&B는 무언가를 가지고 만든 생산품의 형태로 나오게 된 것 같아요. 

IMF 터졌을 때 정리해고가 일어나면서 그분들 대상으로 소상공인 창업 교육이 일어났어요. 이 때 가장 유행한 게 요식업, 창업 바람이에요. 우리가 알고 있는 다양한 프랜차이즈들이 이때 나와서 굉장히 늘어났고요. 그리고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가 벌어질 때 쯤 또 한 번 소상공인 시장이 휘청거리게 되는데, 그 두 시기 사이에 어떤 분기점이 있었냐면, 주 5일제 근무가 정착 되면서 외식업이 존재해야 하는 곳에 대한 이야기가 바뀌는 거죠.

전에는 사무실이 많은 오피스 쪽이 흥했다면, 5일 근무 정착 후에는 금요일 저녁이나 주말 장사가 안 되니까 변화하기 시작한 거죠. 그래서 IMF 이후 주차공간 있는 대형 음식점들이 등장하게 돼요. 대형 마트가 있고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곳에 차량으로 이동해야 하고 하면서 큰 도로와 큰 주차장이 필요한 곳에서 사업이 잘 된 거죠. 그러다 이제 탈물질주의가 오게 되고, 로컬이 각광받게 되고, 현재 코로나 사태가 벌어지면서 그 틀이 새로운 유형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을 김일도 대표님 말씀 통해서 정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 코로나-19 상황 속에서의 각 매장별 매출문제를 공개된 SNS에서 솔직하게 거론하는 것은 업계 전체적으로 인사이트를 주고 받자는 큰 의미를 담고 있다. (출처: 김일도 대표 페이스북)

◆김: 저희가 6월 22일 중기부 행사를 다녀왔는데 거기서 상징적인 말이 나왔어요. “시대가 변해서 로컬이 각광받고 있는 거지 로컬이 유행은 아닙니다”라는 일종의 선언이 있었거든요. 그게 제 머릿속에 자꾸 맴도는데, 대표님 말씀해 주신 것처럼 프랜차이즈가 신뢰의 상징이었다가 유니크가 없는 걸로 바뀌는 어느 지점인 것 같아요. 뭐라고 정의 못하고 왜 우리가 그런 소비를 하는지 아무도 합의 하지는 않았지만 자꾸 특별한 걸 찾게 되는 것 같고요. 같은 돈을 써도 좀 더 괜찮은 곳으로 가고 싶다는 쪽으로 바뀌는 느낌도 있고요.

◎일도씨: 저도 중간에 데이터를 보면 오피스에서 재택근무가 일어나고 동네에서 소비하기 시작했을 때는 김밥천국이 제일 잘 됐어요. 동네 분식점이 제일 잘 됐고 다이닝에 가까울수록 더 안됐고 특이할수록 안 됐어요. 매일 먹는 식사... 제 표현으로는 외식과 매식이라고 하는데, 외식은 떨어지는 데 매식은 또 잘 되는 거죠. 

코로나 상황에도 변곡점이 계속 있는데 이태원 직전에 끝나가서 잘 되려다가 이태원 터지고 재난지원금 주고 하면서 다시 매식보다 외식이 올라가기 시작하고 자연스럽게 성수동이나 을지로 같은 곳의 소비가 확 올라오는 거예요. 어떤 변곡점마다 외식이 잘 됐다가 매식이 잘 됐다가 하는 것들을 재미있게 보고 있거든요. 재난지원금이 준 효과도 확실히 있긴 있어요.

◇윤: 김일도 대표님 말씀 속에서 중요한 인사이트를 얻으셨으면 해요. 로컬 F&B를 창업하고 싶어하는 로컬크리에이터나 운영을 하고 있지만 부진함이 있는 분들은 이 이야기를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어요. 핫플레이스에서 힙한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면 이게 과연 외식일까, 매식일까를 생각해 봐야 해요. 진짜 로컬에 밀착 한다면 매식 비중이 높아져야 한다는 거죠. 그럼 메뉴를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 고객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어떻게 모객 할 것인가 이런 전략적인 게 여기서 나오는 거죠.

◆김: 이 생각이 났어요. 연남동과 연희동이 같은 지역은 아니고 굴다리 지나가야 하잖아요. 연희 넘어가면 F&B 느낌 다르고, 연남 다르고 이런 느낌인 것 같아요.

◎일도씨: 제가 외부 F&B 상권 분석하는 사람으로서 봐도 두 곳은 전혀 다른 동네에요. 근데 연희동이 좀 더 생활 밀착형에 가깝다는 생각은 들어요. 일주일을 놓고 봤을 때 외식은 주로 토·일에 몰리고 매식은 월·화·수·목·금에 있어요. 장사는 월·화·수·목·금을 노리는 게 좋거든요. 그게 아까 상권의 이야기와도 맞닿아 있어요. 

방배동 일도씨닭갈비를 놓고 보면 저는 동네 분들을 주요 고객의 60%로 놓고 상권을 봤어요. 외부에서 끌어와야겠다는 생각은 10%만 놓고 본 것 같아요. 맞은편에 백석대학교가 있는데 그럼 대학생과 오피스 사람들이 있겠죠. 오피스는 아까 동네 상권으로 본 60%에 놓고 대학생 30% 해서 총 90%를 지역 사람들이라고 생각한 거고요. 나머지 10%를 외부로 본 거죠. 그래서 10%가 주말에 와서 식사를 해주고 대부분의 지역 분들이 월·화·수·목·금을 채워 주신 거예요. 그럼 안정되기가 쉬워요. 그래서 제 전략 대부분이 그 지역에 있는 사람들의 60%가 무조건 소비해 줘야 한다... 

근데 강남이나 홍대는 뜨내기들이 많은 곳이잖아요. 유행이 많아서 단골이 굉장히 적고 자연스럽게 임대료나 권리금은 높아지죠. 그럼 저희는 출점을 자제하게 되는 거예요. 강남역이라면 씨티극장 쪽은 그나마 지역 기반이지만 지오다노 쪽은 외부라서 만약 저희가 들어간다면 지오다노 쪽은 배제하고 들어가게 되겠죠.

◇윤: 18개의 매장을 다 직영으로 하는 이유가 있나요?

◎일도씨: 프랜차이즈는 유통사업에 가깝거든요. 유통사업은 현재 물류나 이런 부분에 있어서도 예를 들어 소스 하나만 보더라도 유통을 하려면  멸균 처리를 해야 하거나 제품화 시켜야 돼요. 근데 제품을 쓰면 맛에서 그만큼 경쟁력이 떨어지거든요. 저희는 어쩔 수 없이 지역 장사를 하려면 제품을 쓰지 않고 음식을 해야 하니까, 프랜차이즈 하고는 거리가 있다고 판단한 거죠.

◇윤: 김일도 대표님의 저서 <사장의 마음>이라는 책의 앞부분 몇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매장 인테리어 하시는 목수들 사진이 들어가 있더라고요. 이 사진을 앞부분에 실으신 사연이 있는 건가요? 저는 펼치면 메뉴 중심의 사진이 나올 줄 알았는데 좀 쌩뚱맞다고 생각했거든요.

◎일도씨: 제가 장사를 10개가 넘어갈 과정에서... 현타 온다고 그러잖아요? 굉장히 많은 현타를 거쳤어요. 지나고 나서 남는 게 뭐가 있나 생각해 보면 고생했던 과정들만 남는 거예요. 초창기 시작하면서 동료들하고 부대끼면서 엉엉 울면서 그랬던 게 남거든요. 그래서 초창기 기록이 별로 없다는 게 한이 맺혔어요. 

대부분 어느 정도 자리 잡으신 분들은 자리 잡았을 때부터 기록을 시작하거든요. 초기 자료를 남기지 못한 게 아쉽다 싶어서 저희 직원들이랑 같이 부대낀 걸 자료로 남기기 시작했고 어느 매장에는 우리가 이걸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었다는 걸 걸어 놨어요. 

책을 내는 과정에도 매장을 준비했었는데 결국 손님들은 만드는 과정을 못 보는 거잖아요. 완성된 것만 보는데 이 과정을 꼭 보여주고 싶었어요. 저도 기록을 남겨놓고 보니까 이분들이 작업하시는 게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것과 다르지 않아서 이 분들이 다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언노운 아티스트(unknown artist)’라는 제목을 달아서 사진을 붙였죠.

◇윤: 로컬 F&B 하시는 분들이 정말 로컬의 재해석 말고 F&B 본연에 대해서는 얼마나 신경 쓰고 있을까 싶어요. 고민하고 있는데 방법을 몰라서 목마름이 있는 분들이 있거든요. 요즘 음식 다루는 콘텐츠가 굉장히 증가하며 먹방이 많이 나오는데, 미묘하게도 먹방이 미식에 이르지는 못하고 있어요. 자기 지역의 로컬 푸드를 가지고 뭘 해보려 해도 어느 정도 사람들에게 맛있어야 할 거고 여기까지 와서 먹어야 하는 맛이어야 하는 것 같은데, 이게 참 애매한 거예요. 

어떤 면에서는 김일도 대표님이 백종원 못지않게 다양한 브랜드를 만들고 메뉴를 개발하신 거잖아요? 브랜드 개발이 메뉴 개발이기도 하고 메뉴 개발에서 브랜드 개발로 가는 것 같기도 하고요. 아까 말씀 해주신 마천시장 두부 이야기처럼 로컬의 재해석도 경험을 많이 해보셨으니까 대표님만의 뭔가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일도씨: 결론부터 말하면 아이덴티티로 돌아오거든요. 모든 것들이 정체성이 주인공이 될 수밖에 없어요. 저는 로컬이든 지역 기반의 식재료를 살리든 뭘 하든 무엇을 만드는 것보다 누가 만드는 게 더 중요한 거거든요. 

예를 들어 제가 두부를 만들어요. 그러면 두부 만드는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제가 어떤 두부를 좋아했는지를 먼저 생각해 보는 거죠. 수도 없는 디테일이 나올 건데 나는 신선한 두부를 먹었으면 좋겠다, 두부의 질감이 단단했으면 좋겠다, 물렁물렁하면 좋겠다, 뜨거운 게 좋다, 차가운 게 좋다 등 수없이 많은 질문이 나오거든요. 자기의 취향이나 기호가 담기지 않은 무언가를 만든다는 건 의미가 없는 거예요. 

그런데 제가 정말로 두부를 별로 안 좋아해요. 하지만 저처럼 두부 안 좋아 하는 사람도 좋아하는 두부가 있거든요. 저는 애초에 모든 브랜드를 기획할 때 저와 같은 손님을 상대해요. 그래서 두부를 별로 안 좋아 하는 사람도 먹기 좋은 두부를 만들어요. 곱창 별로 안 좋아 하는 사람도 먹기 좋은 곱창을 만들어요. 

닭갈비에서 제일 중요한 건 닭과 소스인데 저는 닭갈비 먹을 때 한 입 물면 육즙이 터졌으면 좋겠어요... 그런 요리를 만들려면 도계한 지 3일 이내의 닭을 써야 하거든요? 그렇게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을 만들려고 하면 손님들이 알아봐주기 시작해요. 이 사람이 만든 음식과 브랜드가 추구하는 것들은 이런 거구나 하고요. 

그 때부터 브랜드가 차별점을 가지기 시작하는데 그 게 정체성이라고 봐요. 결국 만드는 사람의 기호, 취향, 가치관이 담겨있을 때 브랜드가 진정성을 갖기 시작하는 거예요. 저의 취향을 공감해주는 손님들이 단골이 되고 저는 그 단골손님을 모아가면서 시간을 두고 브랜드를 만들어 나가는 거죠. 처음부터 “내가 이런 브랜드를 만들 거”라고 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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