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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혁주
  • 지난 특집
  • 입력 2020.10.19 09:30
  • 수정 2020.11.01 17:32

[10월특집(1)] 1부: 로컬의 해체와 재구성 - <공유를 위한 창조> 박은진 대표, 박정일 본부장

10월의 비로컬은 '로컬벤처' 특집으로 구성되었습니다.
<공유를위한창조>가 경남 거제에서 운영하고 있는 <아웃도어라운지 밗>에서 박은진 대표와 박정일 본부장을 만나 오랜 대화를 나눠보았습니다.

 

1부: 로컬의 해체와 재구성 
2부: 아웃도어 마을컨시어지를 꿈꾼다

<공유를 위한 창조>에서 운영하는 라이프 편집숍 "여가" (출처: 다양섬 마을호텔 홈페이지)

◇비로컬 윤준식 편집장(이하 ‘윤’): 여기가 100년 정도 된 공간이라 들었는데요? 공간 이야기 먼저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공유를위한창조 박은진 대표(이하 ‘은’): 저희는 거제도 원도심인 장승포라는 동네에 있고요. 장승포에 아웃도어 라운지 <밗>이라는 공간이랑 라이프 편집숍 <여가> 그리고 코워킹 공간 <안>을 같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금 팟캐스트 녹음하고 있는 <여가>라는 공간은 1930년대에 지어진 일본식 적산가옥인데요. 대략 90년 조금 넘은 건물로 추정됩니다. 저희가 올해 6월에 이 공간의 리노베이션을 마치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윤: 밖에서는 그냥 장승포에 이런 공간이 있나보다 했는데, 안에 와서 보니까 일본의 전통을 볼 수 있는 공간이고, 오래된 공간에서 느껴지는 정취 이런 것도 있네요.

●공유를위한창조 박정일 본부장(이하 ‘정’): 여기 2층도 90년 전에 이런 구조를 만들었다는 게 너무 신기할 정도로 창문이 한 장씩 닫히는데요. 열면 정자 같은 구조가 돼요. 지금 안 보이시겠지만 천장 보시면 예전에 자연 채광이 들어올 수 있도록 만들어졌습니다. 여기 벽채나 이런 것도 대나무 살을 대고 바닷가에 있는 진흙으로 벽을 붙였다고 하더라고요. 저희가 처음에 들어왔을 때 천장 마감이 다 되어 있었거든요. 벽채도 마감이 되어 있었고요. 그런데 벽채를 뜯으니까 벽지가 한 10겹 넘게 붙어 있는 거예요. 야, 계속 바르고, 바르고 덧바르고 했는데. 저희가 한 것은 비우는 작업만 한 거예요.

이렇게 비우니까 원래 보여주고 싶었던 집 자체가 다 보여주는 거죠. 저희 회사가 여자 비율이 월등하게 많아요. 그런데 전문가 딱 한 분만 보시고 나머지는 회사 식구들이 정말 100년 된 먼지를 다 덮어쓰면서 같이 공사를 한 거예요. 30일 잡았는데 40일 만에 끝나긴 했어요. 너무 재미있게 생각보다 빨리 끝난 것 같아요.

<공유를 위한 창조>에서 운영하는 라이프 편집숍 "여가" (beLocal)

◇윤: 다른 로컬크리에이터 분들 말씀 들어보면 1년 걸려서 공사 마치신 분들이 많아요. 계속 공사를 배워가면서 하시는 것도 있고 계속 자기의 공사 역량이 늘어나니까 욕심이 생겨서 여기를 더 해봐야지 하다 보면 전문가는 2주 만에 끝낼 공사가 365일 걸리는 기적이 일어나거든요.

●정: 지금 그 구조 그대로 가고 있어요. 제일 처음에는 2년 전부터 준비했거든요. 또 다음 공간도 준비하고 있어요. 그래서 365일이 아니라 3년 더 걸리는 것 같아요. 한 5년.

◇윤: 그러니까 뭔가를 철거하고 새롭게 만드는 데에만 40일 걸린 거지 실제로 5년 걸렸다 이렇게 되는 거군요.

●정: 보시다시피 문도 창호 종이들이 복원이 하나도 안 되고 그대로 있잖아요. 저희가 엄청 게으르고 기술이 없다 보니까 하다가 스톱하는 순간이 이렇게 완성되는 거예요. 그래서 다 하다가 말았어요.

◆비로컬 김혁주 발행인(이하 ‘김’):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묘한 공간이 하나인데 2~3개 느낌으로 좀 나눠져 있기도 하고 아웃도어 라운지라는 개념이 생소하기도 해서 새로운 분위기를 느끼다가 100년의 느낌을 만나기도 하고 좀 재미있는 공간인 것 같아요.

◇윤: 하다가 말았다고 그러시는데 그게 콘셉트인 것 같아요. “더 작업하면 안 돼.” 이렇게 절제하신 듯한 느낌이라고 할까요. 비움과 채움이 반복될 수 있는 적정선까지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로컬에 계신 분들이 다 그래요. 자기 크리에이티브가 있어서 하다 말았다고 하시는데 귀찮아서 하다 만 게 아니라 딱 이정도의 느낌인 것 같습니다. 방송 들으시고 오해하실까봐 부연 설명을 드렸습니다.

◎은: 그런데 공간의 기능을 보면 한 3~4개월 단위로 계속 바뀌는 것 같아요. 여기도 처음에는 편집샵 했다가 최근에 운영하는 ‘한달살이’ 때문에 공간 기능을 바꿨어요. 또 몇 달 써보고 계속 바꾸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공유를 위한 창조> 아웃도어 라운지 <밗> 정경 (beLocal)

◆김: 저희 오늘 좀 재미있는 게, 원래 로컬크리에이터 팀들 만나면 회사랑 본인 소개 하거든요. 그런데 오늘은 건물 소개를 계속 하고 있네요. 약간 압도적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저희는 사전 정보가 있어서 이런 이야기가 가능한데 방송 처음 들으시는 분들은 누군지 잘 모르시니까 회사나 팀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은: 저희 팀은 부산에서 시작을 했고요. 부산에서는 이바구 캠프나 봉산마을에 사랑방 같은 동네 중심 커뮤니티랑 공유 공간들을 지역 주민들이 함께 활성화 하는 사업들을 하다가 2019년 1월에 거제로 내려오게 됐어요. 거제에서지금 저희끼리 하고 있는 프로젝트 명은 <세컨드 빌리지 프로젝트>입니다. 조금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이 있는 지방 소도시, 작은 동네라는 정도에서 생각을 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거기에 첫 번째 앵커 공간이 아웃도어 라운지 <밗>이라는 공간이예요. 거제도 자체에 보면 생각보다 아웃도어 라이프를 즐기시는 시민들이 되게 많아요. 캠핑, 낚시, 트래킹 이런 활동들이 다 가능한 그런 곳이다 보니까 그런 삶의 방식을 조금 재편집해서 ‘이걸 통해서 살고 싶은 동네를 만들면 어떨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됐거든요. 그래서 그 중심이 되는 공간이 이제 <밗>이라는 곳이고요.

이 이름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하다가 안팎 할 때 ‘팎’자가 우리가 지금 ‘밖’을 쓰고 있잖아요. 그런데 이 ‘밖’자가 옛날에 훈민정음 시작했을 때 용비어천가에서 받침을 ‘ㅅㄱ’으로 썼대요. 그런데 저희 회사 식구가 “아, 그 글자가 왠지 바다, 산, 강을 따서 만든 것 같다. 그 당시에 밖은 그거 밖에 없었을 거니까.”라고 해서 아이디어가 나왔어요.

요즘은 우리가 금수강산이라고 하지 금수산강이라고는 하지 않으니까 오히려 바다강산이 입에 더 잘 붙잖아요. 그래서 ‘ㄳ’으로 바꿔서 우리가 표현하는 공간이 어쨌든 밖에 모든 아웃도어를 표현하는 게 되지 않을까 해서 그렇게 글자를 붙였습니다. 재미있었던 게 처음에는 택배 올 때 사람들이 다 ‘밗’자를 잘못 오타내서 ‘ㄲ’으로 많이 왔는데요. 요즘에는 택배사가 저희 공간을 인지해서 매직으로 엄청 크게 ‘ㄳ’으로 딱.

<공유를 위한 창조> 아웃도어 라운지 <밗> (beLocal)

◇윤: 그런데 뭐 이런 정보제공은 항상 제 몫이니까 말씀드리면, 한글은 표어문자이고 상용문자가 아니라서 용비어천가에 있었던 ‘ㅅㄱ’형태가 바다, 산, 강을 표현한 상형문자는 아니라는 점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김: 우리끼리는 원래 그런 걸로 하죠.

◎은: 그래서 공간은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을 담는 곳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런 생활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 그래서 커뮤니티 공간 개념을 좀 더 접목 시켜서 공간을 만들게 됐고요. 여기에는 카페 기능도 있지만 ‘인앤아웃 클럽’이라는 커뮤니티 프로그램 운영도 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같이 캠핑을 간다거나, 같이 낚시를 트래킹을 가는 그런 소규모 모임들이예요.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중단 됐고요.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재미있게 놀 수 있는 아지트 같은 공간이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윤: 아까 라이프스타일을 편집한다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대부분 제품을 큐레이션하는 편집샵 형태로 이야기하는데, 라이프스타일을 편집한다고 하셔서 재미있었어요. <밗>이라는 공간명도 한글을 해체하곡 재구성해서 <공유를위한창조>식의 어떤 글자로 만들게 된 셈인 거잖아요. 부산에서 거제로 오신 것도 나름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공유를위한창조>라는 말 자체도 해체와 재구성을 내재적으로 갖고 있는 회사명이예요.

●정: 말로 할 때는 순간이라 그런데 책이나 잡지 같은 인쇄물에 회사 이름 오타가 정말 많습니다. <공유를위한창조>를 제일 처음 시작할 때 부산에서 도시재생 사업을 조금 일찍 시작했거든요. 르네상스라는 사업을 먼저 하고 원도심 특히 산복도로 중심으로 복원 사업이 진행됐는데, 그 때 벌써 걱정들이 많았어요. 주민들이 운영하는 거점시설들이 굉장히 많아서 주민들이 하고 싶은 것들을 우선적으로 의견을 받아 공간을 만들었는데, 실제 영업을 해서 수익을 내야하는 운영이 쉽지 않았어요.

프랜차이즈로 통닭집을 차려도 1년 버티기가 힘들다고 하니까요. 주민 역량이 경쟁력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공간만 제공 되니까 거점 시설들이 폐점하거나 휴업처럼 된 거예요. 이게 처음에 거점 시설 만들 때는 사업비도 있고 하니까 전문가나 공무원들이나 엄청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데, 개소하고 주민들이 운영에 들어가고 나면 아무도 관심을 안 가져요. 그러니까 공간이 자꾸 비워지는 곳이 많아지는 거예요.

그래서 누군가는 이런 공간들을 더 도와주고 옆에서 같이 해줄 사람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뜻에서 <공유를위한창조>라고 이름을 지었어요. 우리가 공유를 통해 여기에 새로운 기능을 넣어서 다시 활성화 시키자는 의미로요. 표현이 좀 잘못될 수 있는데 음식 하고 나면 설거지 하는 것처럼 설거지 사업 같은 것들을 해보자고 뜻이 있는 분들이 동참해서 이름을 만들게 됐습니다.

◆김: 점점 철학적으로 가요. 아까 건물 덜어낼 때부터, 부산 이야기도 굉장히 철학적이에요. 설거지 사업이라고 가볍게 말씀해주시긴 했지만 굉장히 무거운 이야기잖아요. 마무리가 잘 못될 수도 있고요. 또 그 결과로 멈춘 게 아니라 나쁜 이미지가 쌓일 수도 있는데 우리가 어떻게 더 ‘크리에이티브하게 갈까’라는 고민을 분명 담으셨다고 생각하거든요.

◎은: 저희가 그 때 당시만 해도 2014~2015년 이 때거든요. 그 때는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는 로컬에 대한 인식이나 이런 것들이 전혀 없을 때다 보니까 다들 우리가 무슨 일 하는지 모르는 거죠.

◇윤: 그나마 그 당시 이야기로는 좀 편하게 할 수 있던 말이 사회적 기업.

●정: 지방에서는 사회적 기업이라는 단어도 생소했어요.

◆김: 약간 남들이 가지 않는 길에서 희열을 느끼시는 것 같아요. 지금 거제에 아웃도어 라운지 만든 것도 저는 너무 신기해서 찾아온 거거든요. 대한민국에서 아웃도어는 레깅스 입고 산에 간다 정도인데 더 앞선 이야기를 하고 계신 거잖아요.

◇윤: 보충 설명을 좀 더 드리자면, 저희 이번 달 주제가 로컬벤처거든요. 로컬벤처를 찾아온 겁니다. 그런데 대부분 사람들이 로컬벤처가 뭔지 잘 몰라요. 아까 거제 공간 설명해주시면서 거제가 아웃도어, 레포츠가 발달된 곳이라고 말씀해주셨잖아요. 그런데 대부분 사람들이 ‘거제’ 하면 생각나는 게 ‘남해 안에 있는 섬이고 조선소가 있는 어촌이다’ 정도거든요? <공유를위한창조>는 여기서 창조적 콘텐츠로 아웃도어를 보고 산업화 할 수 있는 거점을 앵커스토어 형태로 만드신 거란 말이에요? 그런 기업을 로컬벤처라고 하거든요...

●정: 그런데 실제적으로 어떤 거냐면, 이 집도 마찬가지에요. 매일 보는 사람들 혹은 주민들은 이게 폐가로 보이는 거죠. 손 너무 많이 가고 힘드니까 건물 부수고 새로 지어야 된다는 건데, 저희가 한 건 여기 와서 공간을 비워내고 가볍게 만드는 작업만 한 거에요. 그 뒤에 동네 분들이 엄청 많이 구경을 오셨어요. 공사 기간 동안에도 하루에 여러 팀이 오고요. 비우고 나서 새로운 가치를 보고 공간이 재탄생 하는 거죠. 그러니까 본인 집도 이렇게 해달라는 의뢰도 많이 들어와요.

오래돼서 이전에는 가치 없다고 느껴진 건물들이 이제 건물주나 동네 사람들에게 ‘아, 그대로 비워내고 좀 꾸미면 예뻐질 수도 있구나’가 된 거죠. 사실 입구 담만 허물고 통유리만 넣어도 전체 분위기는 바뀌는 건데요.

저희가 원했던 게 어떤거냐면요. 서울이나 부산이나 거제도나 최저시급은 똑같아요. 좀 좋은 일자리가 수도권에 더 많을 수 있지만 수입 면에서 그렇게 큰 차이가 없다고 보는 거죠. 그런데 지출 면에서는 굉장히 큰 차이가 있어요. 거제도에서 한 25평정도 사이즈로 투룸에 거실, 부엌 있는 아파트 월세가 관리비나 엘리베이터 비용 포함해서 한 25만 원 정도거든요. 나머지 차액으로 라이프스타일을 더 다양화시킬 수 있는 거죠.

그런데 거제 안에는 캠핑 장비샵도 있고 캠핑장도 많고 서핑 배울 수 있는 곳도 있고 자전거 탈 수 있는 곳도 있고 엄청 많은데 각개 전투식으로 하니까 표현이 안 되고 힘든 거죠. 저희가 하는 것은 편집을 하는 거예요. 거제 살면서 이런 것들을 경험해보면 좋지 않을까 하는 걸 편집해서 사람들에게 보여주면 지역에 대한 이해가 생기고 다시 와서 지내는 사람이 많아지지 않을까 했어요. 저희가 직접 캠핑 동호회를 돌리는 게 아니라 지역에서 캠핑 잘하고 늘 하시던 분들에게 이런 프로그램 같이 해보자고 편집만 할 뿐이죠. 편집 한다고 하면 좀 그렇지만 저희가 하는 일은 엄청 단순하고 쉬운 일들인 것 같아요.

◇윤: 저희가 로컬에 가면 로컬크리에이터들이 항상 “저희가 하는 일은 별 것 아닙니다” 하시는데 이게 아무나 못하고요, 하시는 분들이 거의 없어요. (웃음) 여기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거든요? 처음에 말씀하실 때 예사롭지 않다고 느낀 게 이 부분이었어요. 보통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편집샵 형태로 운영한다고 하는데 “저희는 라이프스타일을 편집합니다”라고 말씀 하신 거거든요. 이 말 자체가 다른 형태의 선언문처럼 딱 저며 들어오더라고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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