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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장군 포토그래퍼
  • 인터뷰
  • 입력 2023.08.04 16:00
  • 수정 2023.10.31 17:28

바다와 함께 살아가는 해녀의 문화를 길어올린다, 해녀의부엌 김하원 대표

제주의 해녀이야기를 사람들에게 그리고 세계를 향해

언젠가부터 국내 여행보다 해외를 다녀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자주 들린다. 특히 지난 수년 간 많은 사람들이 찾았던 여행지인 제주는 그 차이를 더욱 실감하고 있는듯 하다. 대내외적으로 다양한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어김없이 제주 로컬에 담긴 보화 같은 가치를 길어 올리는 사람들이 있기에, 큰 걱정은 되지 않는다. 어느덧 시작한지 5년차, 제주 종달리에 위치한 해녀의부엌은 그곳을 재차 방문하는 단골손님을 넘어서, 해녀의부엌이 꿈꾸는 꿈을 함께 꾸고, 해녀의부엌이 시도하는 프로젝트를 응원하는 팬들로 채워지고 있다. 이번에는 해녀의부엌이 제주도를 벗어나 서울 홍대입구를 찾았다. 무신사테라스홍대에서 ‘바다’를 주제로 무신사와 해녀의부엌이 만나 이야기를 풀어낸다고 하기에, 해녀의부엌 김하원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INTERVIEW 해녀의부엌 김하원 대표

About
지역  제주
분야  F&B, 문화예술
WEB  홈페이지 | 인스타그램

Local History
21.11. 해녀의부엌 북촌점(2호점) 오픈
20.02. 한국경영학회 ‘청년벤처기업인상’ 수상
20.00 창업진흥원 ‘지역 기반 로컬크리에이터 활성화 지원’ 사업 제주지역 최우수 로컬크리에이터 선정
19.01. 해녀의부엌 종달리(1호점) 오픈


서울 무신사테라스홍대에서 '바다'를 주제로 전시와 공연, 콜라보 굿즈들을 준비한 해녀의부엌 김하원 대표 ⓒ 비로컬
서울 무신사테라스홍대에서 '바다'를 주제로 전시와 공연, 콜라보 굿즈들을 준비한 해녀의부엌 김하원 대표 ⓒ 비로컬

김하원 대표님 안녕하세요. 해녀의부엌에 대해 소개 부탁드려요.

해녀의부엌은 ‘뿔소라를 세계인의 식탁으로’라는 비전 아래, 해녀와 청년 예술인들이 함께 모여 해녀의 문화를 음식콘텐츠로 풀어내는 팀입니다. 현재 제주도 두 곳에서 다이닝을 운영하고 있어요. 제주 구좌읍 종달리에 위치한 본점에서는 해녀의 인생 이야기를 담은 연극 공연이 함께 하는 다이닝 레스토랑(뷔페식/한상차림)으로, 제주 조천읍 북촌리에 위치한 2호점에서는 해녀들의 해산물을 오감으로 즐길 수 있는 영상과 함께 하는 미디어아트 기반의 레스토랑(코스요리)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해녀의부엌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던 계기가 있었다고 들었는데요, 어떤 일이 있었나요?

저는 해녀 집안에서 자라왔는데요. 나중에 커서 알고 보니 해녀들이 채취하는 해산물의 수출의존도는 높고 내수시장은 형성되지 않아 계속해서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었어요. 당시 연기를 전공하고, 서울에서 아이들을 위한 놀이교사로 활동했던 경험을 살려서 ‘어떻게 해산물을 매력적으로 알릴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됐지요. 아이들과의 정서적 교감을 통해 돈으로는 가치를 매길 수 없는 치유과정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기에, 해녀의부엌을 통해서 해녀들의 이야기를 전함으로써 그들이 채취하는 해산물의 가치를 알릴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생각처럼 해녀분들의 즉각적인 반응이 있던 건 아니라서, 오랜 시간 설득 끝에 안 쓰던 창고를 하루 빌려 해녀분들을 초청해서 보여드렸는데 정말 좋아해주셨고, 이후로 적극적으로 도와주시고 함께 해주고 계세요.

실제 해녀의 부엌을 옮겨 놓은 듯한 공간에서 소수의 인원을 대상으로 '해녀할머니집' 이라는 공연을 보여주고 있다. ⓒ 비로컬
실제 해녀의 부엌을 옮겨 놓은 듯한 공간에서 소수의 인원을 대상으로 '해녀할머니집' 이라는 공연을 보여주고 있다. ⓒ 비로컬

 

제주해녀들이 채취한 수산물이 그런 상황에 있었다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많이들 몰랐던 사실일 것 같습니다. 혹시 해녀의부엌 이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요?

우선 직접적인 변화라고 한다면, 나이가 들어 더 이상 바다에 나갈 수 없는 해녀분들이 함께할 수 있는 일자리가 창출됐다는 점이 있어요. 또, 방치되었던 이 공간에 관광객들이 많이 오면서 마을의 상권이 활성화 되기도 했지요. 그리고 저희는 처음부터 계속해서 20% 높은 금액으로 해녀들의 해산물을 구입하고 있는데요. 이 원물을 다시 브랜딩해서 인터넷 판매도 하고 동원그룹과 밀키트 제작도 이어갔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제주의 해녀와 그분들의 해산물이 많은 홍보가 된 것 같아요. 제주도에서 해산물을 활용해 움직이는 사람들도 많아졌고요. 물론 저희만의 성과라고 할 수 없지만, 이런 변화들이 곳곳에서 보이는 것 같습니다.

또, 문제해결 과정에서 새롭게 나타난 어려움도 있었나요?

저희는 사실 콘텐츠를 만드는 팀이지 공장을 운영하고 제조, 유통하는 업체는 아니에요. 제주 해녀의 해산물 문제가 해결되려면 이러한 제조, 유통하는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움직임도 있어야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할 거예요. 저희가 해녀 해산물의 가치를 높이고 알리면서, 많은 의뢰가 들어왔지만 제품으로 만들어주는 곳이 없다보니 비즈니스 확장이 어렵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래서 저희부터 더 강력한 해산물 브랜드가 되어야겠다, 그래서 관련 인프라와 산업들이 활성화되도록 해야겠다 싶었어요. 지금은 동원그룹이라는 좋은 파트너를 만나 일정 부분 협업을 이뤄가고 있습니다.

제주 해녀 해산물의 국내판로 개척 등, 해녀의부엌이 해결해 가야할 문제들이 많이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다라는 자연과 공존해가는 해녀들의 문화와 정신이다. ⓒ 비로컬
제주 해녀 해산물의 국내판로 개척 등, 해녀의부엌이 해결해 가야할 문제들이 많이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다라는 자연과 공존해가는 해녀들의 문화와 정신이다. ⓒ 비로컬

 

해녀의부엌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공연도 음식도 기획도 분명 좋은 영향을 끼쳤겠지만, 무엇보다 가려져 있던 해녀분들의 삶의 가치를 재조명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표님께서는 해녀 집안에서 자라셨지만, 그럼에도 해녀의부엌 사업을 진행하면서 새롭게 알게된 사실, 이야기가 있는지요?

저희 고모들과 할머니는 어린 나이부터 물질을 하면서 교육의 기회를 얻지 못했고, 본인의 삶보다는 남자 형제들 학교 보내고 뒷바라지하는 일이었기에 해녀라는 직업을 자랑스러워하지 않으셨어요. 어릴 때는 그저 고모들만의 생각이라고 했지요. 그런데 해녀의부엌을 기획하고 시작하면서 많은 해녀분들을 만나고 인터뷰를 진행해보니, 해녀가 유네스코에 등재될 정도의 소중한 문화유산임에도, 대부분의 해녀들이 해녀라는 직업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에 놀랐었어요. 우리가 보기에는 과연 한 여성이 감당할 수 있는 일인가 싶을 정도로 위대해보였지만, 정작 본인들은 그런 생각을 못하고 살고 계신 거예요. 콘텐츠를 기획하면서 많은 후보안이 있었는데, 결국 선택한 것은 ‘해녀들을 영웅으로 만들어드리자’ ‘해녀들이 직접 박수를 받는 무대를 만들어드리자’라는 걸 선택하게 됐어요. 이후에 실제로 본인들의 삶에 대해 관객분들이 박수 쳐주고 응원하는 모습을 보며 감격해하시는 걸 보면, 이분들에게 작게나마 보상해 드리는 것 같아 보람을 느끼곤 해요.

해녀의부엌 연극이나 음식, 전시들을 보면 아름다운 결과물이 눈에 먼저 들어옵니다. 하지만 대표님께서는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어려움을 겪었고, 겪어가실 것 같은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녀의부엌을 추진할 수 있었던 이유 또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처음에는 ‘이 마을 분들을 실망시켜드리고 싶지 않은 마음’ 그리고 이 곳에 함께 하기 위해 내려온 예술가들에게는 ‘예술이 만들어 내는 세상의 변화를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컸었어요. 이제는 해녀의부엌을 응원하고 찾아주시는 관객분들이 많은 원동력이 되고 있지요. 이제 5년차가 됐는데요, 그동안 많은 불편함과 문제가 있었을텐데도 큰 컴플레인이 없었어요. 또 그런 불편사항이 생겨도 오히려 응원하는 마음으로 함께 해주시는 관객분들이 있었고요. 지금도 그분들의 응원과 격려로 해녀의부엌이 커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진시 공간에는 다양하게 볼 것도 많지만, '해녀능력시험 8월 모의고사' 시험지를 풀어볼 수 있는 이벤트도 마련되어 있다. ⓒ 비로컬
진시 공간에는 다양하게 볼 것도 많지만, '해녀능력시험 8월 모의고사' 시험지를 풀어볼 수 있는 이벤트도 마련되어 있다. ⓒ 비로컬

이번에는 지금 진행중인 팝업 전시에 대해 여쭤보겠습니다. 해녀의부엌 제주 종달리 1호점에서는 공연 중심으로, 북촌리 2호점에서는 미디어아트라는 방식으로 바닷속의 신비로움을 체험할 수 있는 특징이 있는데요. 이번 무신사어스와의 콜라보에서는 어떤 점을 특징으로 꼽아볼 수 있을까요?

이번 무신사 팝업의 경우는 ‘바다를 위한 새로운 멋’이라는 주제로 준비했어요. 바다라는 존재는 보통 멋있는 관광지로 인식되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보면 누군가에게는 삶의 터전이고, 더 나아가서 우리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되는 삶의 일부인 곳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곳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사는 사람들은 바다에 대해 어떤 생각과 마음으로 살고 있는지, 또 그런 삶을 살면서 만들어내는 해산물들은 어떤 가치가 있고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를 멋있게 풀어보고자 했어요. 특히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이야기로 주제를 잡았는데, ‘환경에 관심을 가져야 돼요’라고 사람들에게 사정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저희가 풀어낸 멋진 바다와 해녀들의 이야기를 보고 자연스레 사람들이 찾아보고 동참하게끔 만드는 게 목표였어요. 바다의 해양쓰레기를 이용한 굿즈와 패션 아이템도 만들고, 그런 이야기를 담은 전시 도슨트도 진행하고, 해녀들이 잡아온 해산물로 디저트를 만들어 판매하는 등의 구성을 기획해 봤습니다.

관람객들은 어떤 부분을 가장 인강 깊게 보고 가는 것 같았나요?

해녀의 관점에서 바다를 보는 것은 다들 해볼 수 있는 생각이었지만, 바다의 관점으로 해녀를 바라보는 게 인상깊었다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해녀의부엌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해녀의 정신, 우리가 이어 나가야 하는 해녀의 정신과 문화는 무엇일까 생각해봤을 때, 저는 해녀들의 자연친화적인 문화가 가장 가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문화를 위해 자연을 훼손하지만 해녀들은 자연과 공존하기 위해 자신들의 문화를 만들었다는 점이 우리 세대에 꼭 필요한 정신이 아닐까요. 그런 점에서, 바다는 자신과 공존 하기 위해 살아가는 해녀들을 어떻게 바라볼까요? 바다가 허락한 만큼, 바다의 때에 맞춰 바다와 함께 살아가는 해녀들은 어쩌면 유일하게 바다에 들어와도 된다고 허락된 종의 형태이지 않았을까. 그런 해녀들의 정신을 우리가 이어가자는 이야기를 계속 나누고자 했는데, 그 지점을 인상깊게 봐주시더라고요.

공연 중에 해녀의 음식도 맛보고, 미디어아트를 통해 보다 몰입감 있는 관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 비로컬
공연 중에 해녀의 음식도 맛보고, 미디어아트를 통해 보다 몰입감 있는 관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 비로컬

연극을 보면 주인공이나 화면에 등장하는 인물들만 보이게 마련이죠. 하지만 그분들이 잘 보이기까지 그보다 많은 이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함께 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인데요. 해녀의부엌이라는 작품도 마찬가지일 것 같습니다. 대표님과 함께 만들어가고 있는 분들에 대한 소개, 자랑을 해주시겠어요?

해녀의부엌 팀원들과 함께 만든 11계명이 있는데요. 그 중에 1번이 “우리는 세계 유일 해녀의 부어커다.”에요. 저희는 서로를 팀장과 팀원 같이 직급의 차이가 있는 이름이 아니라, ‘부어커’라고 불러요. 해녀의부엌 부어커들은 모두가 대표의 마인드로 일하기 때문이에요. 모두들 해녀의부엌이라는 브랜드를 굉장히 사랑하고, 자신이 부어커라는 자부심이 있고, 대표인 저보다 더 많은 고민과 노력을 하세요. 그래서 외부 업체들과 협업을 해보면, “부어커들 대단하다. 대표가 없으면 대충하고 싶을텐데 무서울 정도다.”라는 말씀을 많이 해주세요. 또, 제가 복을 많이 받은 것 같다는 말씀도 함께요(웃음). 바닷속을 보면 다양한 생명체들이 바다라는 한 공간 속에서 조화롭게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그처럼 저희 부어커들도 청년 예술가부터 90세가 넘는 해녀까지 다양한 부어커들이 제주 해녀의 해산물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나아가고 있답니다.

해녀의부엌은 서로를 '부어커'라는 명칭으로 부른다. 누구 하나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할 것 없이 최선을 다해 해녀의 문화를 전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 비로컬
해녀의부엌은 서로를 '부어커'라는 명칭으로 부른다. 누구 하나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할 것 없이 최선을 다해 해녀의 문화를 전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 비로컬

마지막 질문입니다. 해녀의부엌이 지금까지 해오신 과정을 보면서, 다른 지역에서도 현장의 이야기를 담은 프로젝트들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런 일을 꿈꿔보는 사람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저는 로컬이 가진 보석 같은 자원이 많다고 생각해요. 특히 역사라는 건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 있는 것들이고, 그 역사와 전통에는 우리가 잊지 말아야할 정신이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정신이 남아있는 곳이 로컬이죠. 로컬 비즈니스를 시작하고자 하는 분들이라면, 이러한 가치에 대해 더욱 확신을 가지고 과감하게 움직이면 좋을 것 같아요. 또 로컬 비즈니스를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마을의 이야기를 단순히 흉내내기에 그쳐서는 안된다는 점이에요. 그 사람의 삶, 역사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려면 그곳에 살아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이 많아요. 그 지역에서 삶을 사는 시간이 필수적으로 필요해요. 누구든 로컬 비즈니스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그 마을에서 사람들과 함께 삶의 터전을 일구며 일을 시작한다면 새로운 뭔가가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돈으로 불가능한 것이 없다는 시대에, 돈으로 살 수 없는 로컬의 가치를 확신하고 전파하려는 김하원 대표 ⓒ 비로컬
돈으로 불가능한 것이 없다는 시대에, 돈으로 살 수 없는 로컬의 가치를 확신하고 전파하려는 김하원 대표 ⓒ 비로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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