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특집(2)] "청주 청년 10인이 만든 로컬 맥주 십(十)선비" - 홀리데이 이지민 대표 ②부

[비로컬 팟캐스트-23회 2부] 로컬F&B에 로컬콘텐츠를 담다: 홀리데이 대표 이지민

beLocal 승인 2020.06.19 22:04 | 최종 수정 2020.06.19 22:37 의견 0

6월 특집은 로컬콘텐츠를 담는 콘테이너로서의 로컬 F&B를 다루고 있습니다. 충북 청주의 로컬콘텐츠로 크래프트 비어를 만들어 가는 <홀리데이> 브루어리 이지민 대표님을 만났습니다. 크래프트 스피릿이 가득한 브루어리 이야기부터 국내에서 재배한 홉 이야기와 홀리데이 브루어리만의 독창적 레시피 그리고 홀리데이만의 크래프트 브루어리 커뮤니티 빌딩까지 짧은 시간안에 다양한 논의를 알차게 담았습니다.

10명의 친구들이 서로 도우며 개발한 로컬 맥주라는 의미에 힙합 문화의 반항적 정신을 가미해 '십선비'라는 제품명의 ESB(English Special Bitter)가 탄생했다.  (홀리데이 제공)

◇비로컬 윤준식 편집장(이하 ‘윤’):<홀리데이>의 맥주 개발사를 들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홀리데이 브루어리 이지민(이하 ‘이’): 저희가 이번에 만든 맥주 이름이 조금 특이해요. <십선비> 맥주인데요, 오해 없이 들으시길 바랍니다... 청주하면 선비 캐릭터가 대표적이더라고요! 저희가 2017년부터 이 맥주를 만들 때, 10명의 친구들이 함께 했어요. 직접 양조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파티할 때 도와준다든지 등의 여러 일들을 이 친구들과 함께 했기 때문에 이걸 기념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10명의 청주 선비가 만들었다”라는 뜻으로 <십선비> 맥주로 지었습니다. 지금도 ‘홀리데이 비어 파티’를 할 때마다 그 10명이 계속 끈끈하게 이어가고 있습니다. 아까 크래프트 비어가 힙합 문화와 닮았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사람들이 이 이름을 들으면 “어? 얘네 뭐지?” 하면서 한 번 들으시면 안 까먹으시고, 계속 기억이 난다더라고요!

◇윤: 지금 맥주 맛을 보라고 조금 따라 주셨는데 색깔은... 까맣다고 말하기엔 좀 짙은 갈색입니다.

▲이: 맞아요. 저희가 처음에 의도했던 건 이것보다도 조금 더 밝은 색이었어요. 이번엔 계랑을 다시한 건 이것보다 조금 더 밝게 나왔어요. 이 맥주 스타일은 영국식 에일이에요. 저희가 항상 “영국 가서 맥주 드시고 싶으시면 청주의 우리 매장에 와서 드셔 보시라!”고 말씀드리거든요. 

이 맥주를 왜 만들었냐면 앞서 말한 특별한 의미도 있지만, 양조하는 친구가 이 맥주를 작품으로 양조 교육에서 수석 졸업을 했어요. 교수님께서 “이 정도면 굳이 영국 가서 맥주를 수입해 오는 것보다 그냥 너희가 직접 만들어서 파는 게 훨씬 맛있겠다!”라고 말씀하셨대요. 그러면 “이걸 우리가 한번 만들어 보자!” 그래서 상업 양조로 한번 만들어 봤습니다.

이지민 대표는 지난 6월 10일 충북MBC 라디오의 <임규호의저녁N>에 출연해 로컬크리에이터로서 <홀리데이>의 활동과 청주를 대표하는 로컬 맥주 <십선비>를 알렸다.  (이지민 페이스북)

◇윤: 업무의 연장 차원에서 맥주의 맛을 보겠습니다. (한 모금 마시고) 어~ 맛있는데요. 색깔에 약간의 거부감이 있었는데, 목 넘김이 너무 부드러워요. 쌉싸름함이 좀 강한데 그 쌉싸름함에 비해서 목 넘김이 너무 부드럽고... 입 속에 남는 여운이랑 목 넘김의 부드러움 때문에 계속 마시게 만드는... 이런 특별한 맛의 맥주가 나왔네요!

▲이: 네. 입안에 계속 남는 특징이 있어요. 이 맥주는 지금은 저희 매장에서만 구매가 가능하고, 내년부터는 전국으로 유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많은 분이 즐길 수 있는 보편적인 맥주도 만들긴 하겠지만, 앞으로도 계속 저희 정신은 항상 이렇게 청주에서만 마실 수 있는 맥주들을 계속해서 만들 생각이고... 

또 청주뿐만이 아니라 충북 전체로 보면 농주님들이 되게 다양한 과일들을 많이 재배하고 계시더라고요? 저희가 이번에 청주 마동리에 있는 <촌스런> 안재은 대표님과 자두를 활용한 벨기에식 농주를 만들어 봤는데, 양조하는 분들 대상으로 테스트를 해봤더니 굉장히 반응이 좋아서 이번 홈브루잉 대회에 작품으로 출품하고 왔습니다!

◇윤: 충북이 재밌네요. 충주의 <작은알자스>가 사과 와인인 씨드르를 만드는데 그분도 “농주는 씨드르다!” 이러시거든요. 그동안은 로컬 푸드로 만든 전통주 위주로만 얘기를 많이 했었는데, 이젠 지역 문화나 지역의 환경을 재해석해 다른 나라에서 맛볼 수 있는 술들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거네요?

▲이: 충북 충주에서 ‘토끼 소주’를 만드시는 분이 있어요. 이게 토끼가 들어가는 게 아니라, 외국 분이 한국의 소주를 마시고 너무 좋아서 브루클린에서 소주를 만들기 시작한 거예요. 충북에는 지금 다양한 술들이 많이 나오고 있어요. 충북을 술로 브랜드 해도 좋을 것 같아요.

<홀리데이>가 주최한 맥주파티에 참여한 사람들  (홀리데이 제공)

◆비로컬 김혁주 발행인(이하 ‘김’): 아까 ‘크래프트’ 얘길 하셨잖아요? 정신 얘기도 좀 하셨고... 크래프트 스피릿 자체가 저항, 반항이고, 문화의 다양성 얘기도 나왔고... 그렇다 보면 크래프트 비어 얘기가 결국엔 크리에이티브 얘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지금 다양한 크래프트 브루어리의 전성시대인데, “독특함이 있다! 여기 정신이 마음에 든다!” 이런 쪽으로 호응이 옮겨 간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이: 저희도 처음에는 지역을 재밌게 바꿔 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던 건데 이제는 지역에서만 마실 수 있다든지, 그런 독특함을 즐기고 찾는 분들이 조금 많아지신 것 같아요. 매장에서도 많이 느끼는데... 뭔가 “상업적으로 대성해야지!”라고 시작한 건 아니지만, 우리 것을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그게 따라왔다는 느낌이...

◆김: 팬들이 생긴 거죠?

▲이: 네! 지금 저희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운영하는데 한 300명 정도가 들어와 있어요. 저희가 비어 파티를 할 때 메시지를 전송하면 선착순으로 정해야 할 정도로 굉장히 많은 분이 저희 팬이 되어 주셨어요. 처음엔 그냥 소소하게 시작했는데, 오셨던 분이 다른 분 데려오시고, 그분들이 또 다른 분 데려오시고... 그러다 보니까 규모가 커진 것 같아요.

◇윤: 학창시절 때 모였던 멤버들이 그러고 몇 해 안 돼서 창업을 하신 셈이잖아요? 청년창업이기 때문에 자본을 조달한다든지 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 매장운영은 어떻게 하고 계신 거예요?

▲이: 저희가 아무래도 청년들이고 스타트업이라는, 경험에 있어서 조금 많이 부족한 상태에서 사업을 시작했는데요. 매장이 있어야 술을 판매할 수 있으니까 처음에 고민이 굉장히 많았는데, 찾다보니까 저희 팀원 친구의 어머니가 카페를 하고 계신 거예요! 근데 그 카페가 하필 또 일반음식점이었던 거죠. 일반음식점이지만 술을 팔 수 있어서 부탁드렸더니 본인도 손녀가 막 생겨 (손녀를 보기 위해) “저녁에는 가게 운영이 어려우니 너희가 한번 해보지 않겠냐?”고 권해주셔서 그분 상황과 저희 현실이 잘 어우러진 거예요~

저녁시간에는 <홀리데이 펍>으로 변신하는 카페  (홀리데이 제공)

◇윤: 숍인숍으로 시작한 특이한 케이스네요. 카페에, 그것도 크래프트 비어가 숍인숍으로 들어가는 건 아주 특이한 케이스인 것 같습니다.

◆김: 그런데 이런 상황이 책으로 나와 있어요. 에어비앤비 미디어 총괄이신 음성원 작가님의 ‘팝업 시티’라는 책에 보면 “도시의 공간은 끊임없이 변화하면서 새로운 기능을 갖는다”는 얘기가 나오거든요?

▲이: 전혀 그런 걸 노리지 않았는데 어떻게 그렇게 됐네요! 지금 저희가 매장 운영한지 한 반 년 정도 지났거든요? 오시는 분들도 처음에는 커피 드시러 오셨다가 이제 저녁에는 술 드시러 오는 분들도 점점 늘어나서 운영이 잘되는 상황입니다. 아무래도 청주에서 크래프트 비어를 마실 수 있는 장소가 굉장히 적고... 또 “청년들이 맥주를 만들었대!”라는 소문도 돌아서 찾아주시는 분들도 많고...

또, 저희가 음악도 일부러 조금 잔잔한 노래로 틀어 드려요. 좀 여유 있게 즐기고 가시라고. 그래서 회식 끝나고 이제 조금 마지막 시간을 여유롭게 즐기고 싶어서 오시는 분들도 많고, 그냥 연인들끼리 분위기 좋은 데라 오시기도 하고...

◆김: 안주는 어떤 게 있나요?

▲이: 안주는 또띠아 피자하고 스튜, 이렇게... 맥주랑 함께 드시길 원해서 조금 빨리 제공할 수 있는 걸로 드리고 있습니다. 또 요즘에는 저희가 맥주뿐만 아니라 크래프트 비어에 대한 다양성을 제공해 드리고 싶어서 ‘맥주 큐레이션’을 해보려고 해요. 바에 앉으시면 오시는 분들의 기분에 따라서 맞는 맥주를 드리는?

맥주가 아까 말씀드린 4가지 말고도 종류가 굉장히 다양해요. 그래서 바에 앉으신 분들의 기분에 따라서 맥주를 추천해 드리고 있어요. “오늘은 좀 기분이 꿀꿀했어”라고 하면 청량감이 있는 맥주를 드리고, “우울해!”하면 맛에 여운이 남는 맥주를 드린다든지... 특히 저녁 늦게 오시는 분들 중에 그런 분들이 많더라고요. 사연 있으신 분들... 술이 독특한 매력이 있다 보니까...

선비로 분장한 이지민 대표가 <십선비>의 맛에 대한 의견을 모으고 있다.  (홀리데이 제공)

◇윤: 따져 보면 <홀리데이>에게 최소 3년에서 길면 5년 정도 굉장히 긴 창업 기간이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네. 사실 2017년도에 저희가 “하자, 하자!” 했었을 때는 아직 준비된 게 하나도 없었어요. 다들 학생이기도 했고, 상업적으로 양조를 할 수 있는 기술적인 여건도 없었고... 그래서 양조를 배웠던 친구가 다시 상업 양조를 배우고 돌아오겠다고 말하고 김포로 떠났어요. 그리고 저를 포함해서 남은 팀원 두 명은 “지역에서 <홀리데이> 이름을 알리고 자리를 잡아놓자” 그렇게 의논해서 지역에서 다양한 파티를 시작했어요. 저희는 갖고 있는 게 맥주 지식밖에 없으니까 그 지식을 최대한 활용해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홀리데이>라는 이름을 기억에 남게 하자!”라고 각자의 일을 했던 거죠.

◆김: 지금의 이야기가 스타트업이 서비스를 출시하기 전 MVP 모델을 만들고 나서, 수많은 사람들한테 테스트 해보려고 일부러 코워킹 스페이스에 입주해서 입주자 분들한테 “우리 것 좀 써주세요!”하는 반응 테스트랑 비슷하게 느껴졌어요.

▲이: 맞습니다! 처음에 저희가 <십선비> 맥주를 만들 때 네 번의 테스트 양조를 했어요. 네 번 모두 비어파티를 할 때마다 20리터씩 소규모로 가져와서 “맛은 어떠세요?”, “괜찮으신가요?” 이렇게 물으며 평가 받았던 것을, 계속 개선하고 수정해서 최종적으로 나온 맥주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색깔이 조금 마음에 안 들어서 이번에 색깔 개선을 조금 더 한 거예요. 아무래도 처음부터 저희가 제공해 드릴 수 있는 게 서비스 중심이어서 그 부분에 집중하다 보니, 그게 저희의 가장 큰 무기가 된 것 같아요~

◇윤: 그러면 앞으로 ‘십선비 맥주’ 하나로만 밀어붙이는 건가요? 다른 개발계획은 없으신가요?

▲이: 지금 가진 개발계획은요... ‘뉴 잉글랜드 IPA’라는 뉴 잉글랜드 스타일의 IPA를 만들려고 해요. 맥주를 즐기시는 분들한테는 조금 대중화된 스타일이긴 한데, 이 맥주를 저희 양조하는 멤버가 가장 잘 만든다고 전국에 소문이 났어요. 그래서 일단은 “저희가 가장 잘하는 걸 해보자!”, 그리고 아직은 이게 청주에는 없다 보니, 성공하고 나면 청주의 즐길 거리도 되고... 또 전국에서 제일 잘 만드니까 청주로 드시러 오실 수도 있어서... 그것 말고도 지금 다른 레시피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대표상품이 된 <십선비>도 지금까지 4번의 추가개발이 진행됐다. 올 가을 새로운 색깔로 팬들을 다시 찾을 계획이다.  (홀리데이 제공)

◇윤: 얼마 전에 충북에 홉을 재배하는 농부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우리나라에 홉이 처음 재배된 게 1934년이래요. 일본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맥주를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홉이 필요해지니 그때부터 재배하기 시작했다고... 그러니까 역사가 100년도 안 된 작물인 거고요, 원래 재배하던 곳도 함경남도였대요. 지금은 대관령에서 일부... 그래서 아마 충북에서 홉이 재배되는 곳도 자연환경이 비슷할 것 같아요. 혹시 그분과도 콜라보를 준비하시는 게 있는지?

▲이: 어제 그분을 우연치 않게 만났는데, 8월 정도에 와서 홉을 가져가서 테스트 양조를 해보지 않겠냐고 말씀해 주셔서, 8월에 가서 홉의 상태를 보고 같이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가봤는데 진짜로 차 타고 쭉 올라가야 합니다. 산속에 있고! 저도 개인적으로 굉장히 기대가 큰데, 요즘 국내에 맥주의 주재료를 국산화하자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아요. 저희가 이번에 계약한 곳이 <생극양조>라는 곳인데, 거기는 엄청 큰 보리밭이 있어요. “국내 보리로 맥아를 만들어 보고 싶다, 국산화를 넘어 세계화를 해보고 싶다”면서, 저희랑 기술을 공유해서 뭔가 만들어 보자는 말씀도 해주셨어요. 효모는 원래 국내에서도 많이 나온 상태고, 최근에는 홉이나 맥아 생산 바람이 불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윤: ‘로컬 푸드로 만들어야 전통주’라는 법적 기준이 있잖아요. 국내 농장이나 와이너리에서 만드는 와인 같은 경우에는 전통주 인증을 받아서 인터넷 쇼핑으로 판매할 수 있는데, 크래프트 비어는 안 된다고 하길래 이유를 물어봤더니 “홉이 국산이 아니라서”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충북에 홉을 재배하는 농가가 있다는 얘길 듣고, “이제 크래프트 비어도 곧 전통주로 자리잡게 되겠구나!”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이: 충북의 전통주 맥주, 씨드르, 토끼 소주 3종 세트! 청주로 놀러 오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홀리데이 펍’ 검색하셔서 오시면 위치도 쉽게 찾으실 수 있고, 제가 직접 대면해서 맥주도 설명해 드릴 수 있으니까요~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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